릴레이 기획 벤처의 안방마님을 만나다|
이재천 에이비엘바이오 전무(CFO)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우호적인 자금조달 환경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존슨앤존슨 메디컬 코리아, 올리버와이먼(Oliver Wyman)과 딜로이트를 거쳐 한화케미컬 바이오 사업부에서 에이비엘바이오 CFO로 오기까지, 대기업 생활을 뒤로하고 위기를 동력 삼아 새 길을 개척해야 하는 벤처의 길로 들어서는 이들을 볼 때마다 존경심과 함께 벤처 행을 택한 이유가 늘 궁금하다. '왜 많은 벤처 중 에이비엘바이오 였나요?'로 시작된 인터뷰는 바이오 산업 전반의 대한 이야기와 한국 신약개발 환경의 담론으로 넓어지다, 에이비엘바이오의 미래를 이어졌다.
오랜 컨설턴트 업무와 조직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성향이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났다. 사전질의서에 키워드를 적은 답변지를 미리 준비해 놓은 이재천 에이비엘바이오 전무는 두서없는 질문에도 차분히 답을 이어갔다.

에이비엘바이오 창업 초기부터 합류하셨죠. 대기업 이후 벤처행,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제 경력들이 모두 헬스케어와 생명과학(Life Science)과 일정 부분 맥을 같이 하고 있어요. (컨설팅 경험을 비롯해 다양한 제 경험을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 같이 산업적 공백이 큰 나라에게 바이오는 신성장동력으로 유망하다고 판단했어요. 한화에서 못다 펼친 꿈을 에이비엘바이오에서 이상훈 대표님과 함께 펼쳐보고 싶기도 했고요. 바이오 산업이 국내에 안착한다면 제 후배, 후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의미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화에서 바이오사업부가 해체되면서, 실력있는 친구들이 갈 곳을 잃은 상황도 안타까웠어요. 그 친구들과 함께 에이비엘바이오를 할 수 있어서, 사실상 맨땅에 헤딩이라는 느낌까지는 안 들었어요. 창업 초기부터 약 14명의 박사급 인력이 있었거든요. 이분들과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자동차와 반도체 이후 바이오 산업이라는 담론은 아주 오래들었어요. 진짜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인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우리나라가 특별히 경쟁력을 갖췄다기 보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을 해 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바이오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공간(white space)이 많은 산업 군이에요. 특히 암과 신경계질환 신약 개발의 경우 아직 우리가 도전해 볼 만한 영역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항암제 중에서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이중항체나 CAR-T 치료제의 경우 아직 이 분야를 온전히 주도하는 회사는 없거든요. 글로벌 제약회사와 격차가 크지 않은 것이죠. 신경계질환은 신약 자체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은 분야이고요.
또 바이오 산업은 밸류체인이 매우 다양합니다.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약개발로 대표되는 레드바이오 밸류체인이 30~40개 정도될 것입니다. 즉 세분화 된 밸류체인에서 1~2개 정도만 전문화 해도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대기업의 바이오 분야 진출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어요. 컨설팅 경험과 대기업 경험에 비춰 이 현상, 어떤가요?
"대기업이 바이오로 진출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아직 대기업이 바이오 분야에 도전해서 성공한 사례는 삼성의 바이오시밀러와 SK그룹의 SK바이오팜 정도입니다. 아마 다른 대기업들도 도전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위기 내성(risk tolerance)이 중요할 것입니다. 컨설팅 등 각종 경험에 비춰보면 대기업마다 risk tolerance는 천차만별이에요.
어차피 신약개발에서는 자본과 인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벤처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다만 대기업이 위기를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겠죠. 오히려 벤처보다 더 넓은 밸류체인을 커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기업과 벤처 간 협력이 가능할까를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최근 롯데와 엔지켐생명과학의 사례가 있었잖아요. 이 사례의 결과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겠지만, 향후 대기업이 벤처가 닦아 놓은 초기 밸류체인을 이어받아 후기까지 끌고 가는 모델은 좋은 시도라고 봅니다.
국내 바이오벤처는 엑시트(exit)를 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요. 사실상 상장은 투자자의 엑시트 창구이지, 기업의 엑시트 창구는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번 창업을 하면 계속 이어나가야 하고, 도중에 말도 안되는 건기식이나 화장품 사업을 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사업적 무리수를 두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바이오벤처는 이름처럼 늘 위기가 따라 붙잖아요. 위기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신약개발이라는 것이 당장 매출을 올리기 쉽지 않은 반면, 연구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가 이뤄져야 해요. 항상 리스크(Risk)와 리턴(Return)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1세대 바이오기업들과 다르게 우리는 멀티 자산(multi-asset)과 멀티 플랫폼(multi-platform) 전략을 구사했어요.
싱글 파이프라인 단위로 갔을 때, 위기 관리(risk management)가 전혀 되지 않은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저희가 하는 멀티 플랫폼 기반 전략도 위험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멀티 플랫폼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대규모로 필요합니다."
멀티 플랫폼 기반 회사로써 위기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에이비엘은 신약개발 회사로 어디까지 왔을까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저희는 아이맵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 혼자 하면 한 개의 파이프라인만 갖출 수 있지만, 여러 회사들과 협업하면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또 초기부터 라이선스 아웃 전략을 펼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의 주요 투자(major invest)가 들어가기 전에 우리 에셋을 넘겨, 재무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은 태생적으로 기술이전이 돼야지만,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요.
결국 바이오벤처 회사는 △1단계 - 연구역량 △2단계 - 기술이전 가능성 △3단계 - 제품화(사업화) 단계로 이어집니다. 우리 회사는 2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고, 저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충분히 2단계를 넘어 3단계까지 갈 수 있는 회사라고 믿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에이비엘은 아직 연구에서 기술이전 단계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매출은 발생하지 않잖아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에서 CFO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우리 회사는 R&D를 매우 무겁게(heavy) 진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매출을 발생시키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R&D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파이낸싱(financing) △기술이전을 주도하는 사업개발 △사업개발의 성과와 사업운영 과정을 시장에 소통하는 IR/PR 지휘 △그 외 컴플라이언스와 회계업무를 관장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이상훈 대표님을 비롯해 다른 리더 분들과 긴밀히 호흡하면서 추진하고 있어요.”
에이비엘바이오는 창업 후 상장 속도가 매우 빨랐잖아요. 업계 분들에게 공유해 주실만한 경험들이 있나요?
"가장 고민이 많이 됐던 질문이었어요. (상장 속도가 빨랐던 것은) 이상훈 대표님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속도감을 갖고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소위 시행착오를 줄여야 합니다. 이미 이 대표님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미리 겪어 보신 것이죠. 파멥신, 한화 등에서 많은 일을 겪으셨거든요.
옆에서 이 대표님을 보면서, 어떤 확신이 드셔서 저렇게 밀고 나가실까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용기와 무모함이 공존하는 듯 보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훈 대표님은 매 순간 증명(Prove)해 나가셨어요. 적극적으로 주주와 투자자를 설득하고, 이 대표님이 세운 가설이 맞았구나를 옆에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상훈 대표님의 용기를 전적으로 신뢰하셨나요?
"물론 초기에는 이 대표님이 어떤 확신을 갖고 사업을 밀고 나가시는지 명확하게 와 닿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그 때 이렇게 생각해 봤어요. 제가 이 대표님을 믿지 않았을 때, 과연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있나하고 말이죠. 사실 이 대표님의 선택을 막을 충분한 근거도 없었거든요.
그렇다면 제가 믿고 따르는 분에게 힘을 실어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이상훈 대표님의 위험 분담(risk taking) 능력은 정말 뛰어나세요. 모험을 하는 와중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들을 대응하는 능력을 보면서 더욱 신뢰가 쌓였죠. 파멥신에서 한화로 오시는 과정에서도 이분의 결단력을 보기도 했고요.
필요한 순간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이후 이 분이 하는 어떤 일이든 믿고 따를 수 있었고, 점점 이 대표님에 대한 믿음은 커지고 있어요."

상장 이전과 이후 역할 변화가 많나요?
"상장 전에는 상장의 규격을 맞추는 업무와 인적 구성을 뒷받침 하기 위한 체계를 만드는 게 주된 업무였어요. 상장 이후에는 기술이전이나 IR과 PR을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어요. 또 COO 역할을 해 주는 분이 오셨기 때문에, 앞으로 대외적인 업무들을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상장 이후 투자자 혹은 기관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실 것 같아요. IR과 PR의 기본 원칙이 있나요?
"저 역시 4년간 IR과 PR 활동을 해 오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많은 부분은 아직 가설단계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IPR은 좀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주가는 생각보다 큰 폭의 변화는 없거든요. 지나치게 높게 올라간 주가도 결국 제자리를 찾아 오고요.
되도록이면 정확한 정보를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IPR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물론 중요 이벤트를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알려드리는 일은 필요하겠죠. 하지만 과장된 정보로 시장과 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장된 IPR을 하는 기업들을 보면 어떠세요?
"결국 회사가 누구를 위해서 기업활동을 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죠. 단기적 수익률을 위한 투자자와 장기적으로 우리 회사의 가치에 투자하는 분들 중, 우리가 누구를 위한 기업활동을 펼쳐야 하는지는 명확합니다."
초기 바이오벤처들이 IPO 등 기업 체계를 세우는 데 어떤 것이 중요할까요?
"확장성(scalability)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최종 목표는 '상장'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바이오벤처가 활용할 수 있는 상장특례 제도가 꽤 있는 편입니다. 상장의 규격에 맞춰 2~3년은 버틸 수 있어요. 그런데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 한다면, 영속성 있는 기업은 만들어 나갈 수 없어요.
Scalability은 △기술 △핵심인재를 갖춰야 합니다. 즉, 무작위한 확장이 아니라 체계적인 기술확징을 담보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 등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끊임없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문제(issue)를 통제할 수 있는 인적구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량이 되는 인재 영입이 중요합니다."
인재 영입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대기업과 비슷하지만, 벤처에서는 특히 위기상황에 빠졌을 때, 대응하는 방식으로 봅니다. 즉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감내할 만한 사람인가를 보는 것이죠. 물론 인재는 대기업과 벤처 어디에서도 잘 하겠지만요.
우리 역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합니다. 스톡옵션 제도는 대기업이 구사할 수 없는 벤처가 인재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이죠. 다행히 우리는 좋은 사람을 유치해 약 100여명이 구성원으로 있는데, 퇴사한 인원은 3명 정도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 미래, 어떻게 그리시나요?
"길리어드사이언스, 리제네론과 같이 초기 사업성과를 토대로 캐시플로우를 확보하고 사업적 확장을 추구해 글로벌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토종 글로벌 신약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한국의 신약개발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고 싶습니다."
이재천 전무의 Next Interviewee 추천사
"송유인 헤링스 상무님을 추천합니다. 송 상무님은 헤링스에 조인하시기 전에 마켓 리처치, Life science & Healthcare 컨설팅 전무가로 활동하셨습니다. 현재 헤링스에서는 재무담당 뿐만 아니라 회사의 사업모델과 사업전략을 정의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계십니다. 디지털테라퓨틱스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서 회사를 포지셔닝하고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시죠. 다소 생소한 산업에 도전하여 국내외에서 입지를 다져가는 헤링스의 송유인 CFO는 4차산업시대에 CFO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는 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