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의약품규제과학센터장(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의약품의 규제과학(Regulatory affairs, RA)은 물성 중심이었던 약학의 확장입니다. 자연과학으로 태어난 약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약의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면서 약학이 사회학적 영역으로 나아가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의약품규제과학센터는 2013년 의약품규제과학 전주기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2021년까지 10여년간 의약품 규제과학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센터장을 맡고있는 이재현 교수는 센터가 진행하는 RA 전주기 교육프로그램이 제약산업에 필요한 약학을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RA 교육 표준화 정립에 이바지 하길 바란다는 목표를 밝혔다. 

히트뉴스는 이재현 교수와 만나 RA 전문가의 중요성과 교육에 필요한 주요 요소들을 알아봤다.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이재현 교수

 

약학이 사회학적 영역으로 확장됐다는 것, 어떤 의미죠?

"약이 사회적 논란에 처음 언급된 곳은 미국입니다. 피임약으로 인한 여성주권 문제가 대두되며 약이 자연과학 영역에서 사회과학까지 영역을 넓힐 계기가 만들어집니다. 

우리나라 약업 측면에서 보자면 약을 생산이라는 시각에서 개발이라는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 이후부터 약을 대하는 학문 영역이 넓어지게 됩니다. SK케미칼이 국산신약 1호 '선플라주'를 개발하면서 약에 대한 '전주기', '규제'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면은 건강보험의 발달입니다. 재정규모가 커지면서 '약의 가치평가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라는 고민이 시작되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약학과 이어지게 됩니다."

 

RA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죠? 왜요?

"약학과 신약개발, 윤리 등 사회·경제적 개념을 '사회약학'이라고 부른다면 의약품 전주기에 대한 규범이 RA입니다. 약학이 의약품 관리와 사회적 요구, 규제, 의료보장 시스템, 보건의료 정책으로 나아가면서 이를 통칭할 개념 등장이 요구됐고 그러면서 RA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 국제적으로 RA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우리나라도 의약분업 등 의약산업 전환점이 만들어지면서 이 같은 전주기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기 시작합니다."

 

의약품규제과학센터는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약사로서 보건복지부에서 총 16년여간 근무했습니다. 약사법 해설서를 쓰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RA라는 개념이 이야기되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연구하고 교육해야할 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마련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구용역 과제를 시작하면서 2012년, 2013년에 RA의미를 정립하고 분야를 산업에 체계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만들었습니다."

"RA를 단기간에 교육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비정상적인 상황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약사 면허를 취득하기를 바라는 사람과 약학 지식 제약산업에서 활용하길 바라는 사람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점을 학계 전체가 신중하게 고민해야 봐야 하는 시기입니다"
"RA를 단기간에 교육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비정상적인 상황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약사 면허를 취득하기를 바라는 사람과 약학 지식 제약산업에서 활용하길 바라는 사람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점을 학계 전체가 신중하게 고민해야 봐야 하는 시기입니다"

 

교육과정에서는 어떤 교육이 이뤄지죠?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총 130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습니다. 사실, RA를 가르치는 곳은 당시에도 거의 없었고, 지금도 쉽게 찾을 수는 없습니다. 최근 약학대학 안에는 보통 약학과와 제약산업학과가 있습니다. 제약산업학과는 대학원 개념으로, 학부는 약학과가 전부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제약회사 업무는 크게 △생산 △판매 △RA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RA가 약학에서도, 사회학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정식 교육과정에 포함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학부에서 약을 공부해도 커리큘럼상 RA를 접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RA 전문인력, 전문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 모두 대학원에 다녀야 할까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약회사에게 자체적으로 떠넘겨야 할까요? 제약사 개발부, 학술부에서도 RA만을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보험약가, MA, 경제성평가 등도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산업에 필요한 약학을 목표로 임상시험, 제품 인허가 등 실무에서 필수적인 실전에 필요한 분야를 함축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이 교육과정을 배우면 좋을까요?

"제약회사에 가고 싶은 사람은 어떤 과에 들어가야 할까요? 갈 곳이 없습니다. 유일한 선택지인 약대에 들어왔는데 신약개발이나 제약산업관련 교육과정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같은 교육과정이 학부 커리큘럼에 포함되길 바란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기술개발 동력은 사람으로부터 나옵니다.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제약산업에서 필요한 약학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용어나 NDMA 등 불순물·허가 이슈들을 근본적인 관점에서 해석해 보기를 바라는 분들이 있다면 수강을 권합니다."

 

의약품RA 전주기 교육의 최종 목표점은 어디일까요?

"RA 교육 표준화를 정립하기를 바랍니다. 학위보다 실전 RA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이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현문(賢問)에 우답(愚答)을 해보자면, 제약산업 발전과 약학 발전을 위해서라도 약학은 보편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사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약에 대해 배우고 싶다면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제약산업에서 필요한 약학을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저는 교육프로그램에 그 같은 목표에 이바지 하길 바랍니다."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의약품규제과학센터는 

이재현 교수를 센터장으로 2013년 의약품 RA 전주기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운영해 왔다.

최근까지 RA 전문과정을 중점적으로 운영해 왔으나 최근 빅데이터, AI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올해부터 다시 교육분야를 전주기로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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