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향정약이나 UN권고 따라 비마약류 의약품 허가 검토해야
대마성분의약품 수입 공급을 둘러싼 복잡한 프로세스는 민간과 공공 영역의 역할 분담으로 깔끔하게 정리될 사안인데 풀리지 않고 있다. 열쇠를 쥐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을 짚어본다.
1. 대마성분의약품 허가, 입다문 식약처
2. 대마종류에 CBD 포함시켜 묶을 이유 뭔가
품목허가는 미룬 채, 자가치료용으로 머물고 있는 의료용 대마는 허용
최근 세계적으로 대마유래제품의 상업적 이용이 확대되고 해외 대마성분의약품 허가가 늘어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마성분의약품의 의료용 허용을 위한 준비 일환으로 2016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및 하위 법령을 개정했다.
그런데, 대마성분의약품을 허가할 경우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또는 비마약류 등 무엇으로 분류할 것인지 정해야 하는 데 법령 개정시 제시한 개정사유에서 분류사유에 대한 이렇다할 설명이 없었으며, 대마유래성분이므로 당연히 대마로 분류해 필요한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목적으로 법령을 개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
대마 관련 용어 일반적으로 대마는 식물인 '삼'과 같은 말이다. 보편적인 사용법은 대마 즉 삼을 말려서 피우는 것이다. 대마초는 피우기 위해 삼을 말린 것이다. 법적 정의는 다르다. 식물자체는 대마초이고, 대마초를 포함해 그 수지, 대마초 유래 제품, 동일한 합성품, 혼합물질, 혼합제제를 통틀어 대마라고 한다. |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은 의료용이 있고 비의료용이 있어 의료용에 대한 근거규정이 있으나, 대마는 의료용이 없었던 터라 법령에 근거규정이 없어 의료용으로 허용하기 위해서는 근거규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16월 3일 대마의 정의 규정을 개정해 기존 세부분류가 없던 것을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처럼 대마를 가, 나, 다, 라목으로 분류했다.
이어서 2016년 11월 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여 아래와 같이 별표를 신설하여 CBD(칸나비디올)를 대마 정의 중 다목으로 분류했다.
대마의 정의 개정 내용
| 변경 전 | 변경 후 |
|
4. "대마 "란 대마초[칸나비스 사티바 엘(Cannabis sativa L)]와 그 수지(樹脂) 및 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을 말한다. 다만, 대마초의 종자(種子)ㆍ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제외한다.
|
4. "대마"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대마초[칸나비스 사티바 엘(Cannabis sativa L)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종자(種子)ㆍ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제외한다. 가. 대마초와 그 수지(樹脂) 나. 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 다. 가목 또는 나목에 규정된 것과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라. 가목부터 다목까지에 규정된 것을 함유하는 혼합물질 또는 혼합제제 |
이 때의 법률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개정사유에는 왜 분류를 세분화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
◇ 개정이유 현행법은 대마 또는 임시마약류의 취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나 대마 투약자 판별이나 임시마약류 관련 표준시험법 개발 등을 위하여 부득이하게 취급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므로 (중간 생략) ◇ 주요내용 가. 마약 중 추출알칼로이드 및 대마의 정의에 그와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을 포함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식물에 버섯을 추가함(제2조, 제3조제6호, 제58조제1항제4호, 제59조제1항제6호ㆍ제7호 및 제61조제1항제3호) 나. 대마의 취급 승인의 범위를 공무상 마약류를 취급하는 자와 마약류취급학술연구자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은 자로 확대함(제3조제7호). |
그리고, 2016년 11월 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아래와 같이 별표를 신설해 CBD를 대마 분류 다목으롤 분류했다.
|
. |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7의2] <신설 2016. 11. 1.> 법 제2조제4호다목에 해당하는 화학적합성품(제2조제4항 관련) 법 제2조제4호다목에 따른 대마초와 그 수지 또는 이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과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은 다음의 것과 그 염 및 이성체 또는 이성체의 염으로 한다 |
|
| 구분 | 품명 | 화학명 또는 구조식 |
| 1 |
칸나비놀(Cannabinol) |
생략 |
| 2 |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Δ9-Tetrahydrocannabinol) |
생략 |
| 3 |
칸나비디올(Cannabidiol) |
생략 |
그리고, 2018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자가치료용 대마성분의약품 수입제도를 마련해 2019년 3월 12일부터 시행하면서 대마의 의료용 사용이 시작됐다.

아울러, 2019년 3월 1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자가치료용 '의약품으로서 대마'에 한해 의료용으로 허용하는 법령개정이 마무리됐다.
자가치료용 수입제도는 정상적으로 대마성분의약품을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품목허가의 길은 일단 미루고, 응급방편으로 도입된 것으로 식약처는 2018년 동 제도 도입 발표시 품목허가는 향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지금까지 품목허가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불편하고,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원장 김나경)는 업체와 시장에 맡겨야 할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으며, 공급기간을 줄이기 위한 재고비축에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마성분의약품을 '대마'로 분류하는 법령개정이 품목허가를 가로막는 이유
대마를 마약류로 규제하는 현행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은 종전 마약법,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대마관리법이 2000년에 통합되어 만들어졌다.
양귀비나 코카엽은 진통작용, 마취효과, 진정작용, 진해작용 등이 있어 전통적으로 의학적 용도로 사용돼 왔다. 다만, 중독성이 있어 마약으로 관리되어 왔으며 동 식물에서 유래한 물질들은 의학적 효과와 중독 등 부작용의 비교효용을 통해 의료용과 비의료용으로 구분하고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종전 법령명인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용 사용이 전제되고 물질별로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과 그렇지 않은 물질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대마는 전통적으로 의학적 효과보다는 환각효과를 통한 쾌락과 오락을 위해 사용되어 왔으며, 환각효과와 함께 수반되는 중독성으로 인해 의료용 사용이 전제되지 않는 대마관리법으로 규제해 왔다.
종전 대마관리법은 대마에 해당하는 대마에서 유래된 추출물이나 물질의 사회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취급자도 대마재배자와 대마연구자로 제한하고 있었으며,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도 동일한 취급자 규정을 두고 있다.
대마관리법이 없어지고 생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의 목적에는 대마관리법의 목적이 포함되지 않았다. 마약법과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이 함께 통합되면서 이 두법은 의료용사용이 전제되지만 대마관리법의 유출방지 목적을 함께 담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의 목적에는 대마관리법의 목적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유출방지 목적에 따른 나머지 조항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의 목적에서 대마 관련 사항은 예전 대마관리법의 목적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소위 '의약품으로서 대마'를 품목허가하는 데에는 많은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원료통제, 수출입관리, 제조관리, 유통관리, 보관관리 등 공급망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의료용 마약과 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를 차별적으로 규제한다. 비슷하게 관리되는 분야도 있지만 대부분의 분야에서 마약 규제가 더 엄격하다. 취급자의 종류도 추가되어야 한다.
현행 대마재배자와 대매연구자로 국한되어 있는 취급자를 의료용 마약, 향정신성의약품의 예와 같이 제조, 수입, 도매, 소매 등으로 쉬급자를 확대해야 한다. 대마유래성분의 약리작용의 정도를 보아 '의약품으로서 대마'의 규제는 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 보다는 같거나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과 동일하게 관리하는 것은 쉽겠지만 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엄청난 창의력이 필요한 고난한 작업일 것이다.
세부적인 규제방법을 정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과 달리 의료용 사용이 전제되지 않아 분류체계가 없는 대마의 정의도 문제였다. 대마유래성분의 의료용 사용을 허용하려고 하기 전까지는 법령상 의료용 사용이 전제되어 분류체계를 가진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과 달리 대마의 정의에는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과 같은 분류체계가 존재하지 않았고, 또한,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과 달리 분류에 따라 해당 성분을 시행령으로 지정하는 체계도 없었다.
우리나라가 마약류를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로 구분해온 것과 다르게 UN이나 미국은 마약류 분류를 남용 우려의 정도 등에 따라 Schedule I∼V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헤로인, 코카인, 대마추출물 등 Schedule I에 속하는 물질은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마약성진통제나 ADHD치료제(우리나라는 향정신의약품) 등은 Schedule II에 속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 허가된 대마유래성분 의약품은 Schedule II∼V 중의 한 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이 대마추출물인 CBD성분의 의약품은 Schedule V로 분류해 허가함으로써 대마추출물이 일반적으로는 Schedule I로서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의약품허가당국(FDA)이 허가한 대마추출물 성분의 의약품은 남용우려 정도 등에 따라 Schedule II∼V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마유래성분의 의료용 사용을 위한 정책방향을 미국의 사례와 비교한다면 대마성분의약품을 기본 전제로 의료용 사용이 허용되지 않은 Schedule I로 분류하면서 Schedule I의 기본 전제를 바꾸어 대마성분의약품에 한해서 의료용 사용이 가능하도록 바꾸려고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마유래성분 의약품의 의료용 사용을 위한 최근의 정책, 즉, 대마성분의약품을 '대마'로 분류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울 새로운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작업으로서 효용성과 가능성이 거의 없을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CBD를 대마로 규정한 시행령을 되돌리고 향정신성의약품이나 UN권고에 따라 비마약류로 의약품 허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