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
'심증 가는데 증거 못 찾음'이 뒤엉킨 실타래
'지분·친족 등 거래제한'만으론 변신·탈출 못 막아
병원의 특정 도매상 거래비중 과다가 문제의 핵
공급업체당 거래비중 '상한제도' 추가 도입돼야

최근 수도권 서울 및 경기의 몇몇 대형병원(종합병원)들이 의약품 직영도매상을 설립했거나 진행중이라고 한다. 지방의  일부 '중형병원(병원)'들까지도 그렇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22일 국회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약품도매상의 주식을 한 주라도 소유하고 있으면(현행 50% 초과) 당해 도매상은 그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법률안)'을 대표발의 했고, 작년 12월15일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의약품도매상이 자사 주식 지분을 '30% 초과' 소유한 의료기관에게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는 소식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거침이 없다.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30년 염원이자 정부 당국 및 국회의 고질적인 과제이기도 한 '병원(의료기관)직영도매 영구 퇴출 문제'는 여전히 풀릴 기미가 없다.

병원직영도매 규제는 1991년12월31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구(舊) 약사법 제37조제4항 제4호(현행 약사법 제46조제3호)를 신설해, 의료기관의 개설자에게는 의약품도매상의 허가를 하지 않도록 했다.

이 규제는 1991년1월11일 CMC(가톨릭중앙의료원)의 직영도매상이라는 소문이 회자되었던 '㈜보나에스'가 전 제약업체들과 일부 병원납품 도매업체들에게 '의약품 구입형태 변경통보' 제하의 공문을 보내 CMC 산하 8개 병원들에 대한 일체의 납품은 보나에스를 경유해 주도록 통보한 것이, 규제 발단이 됐다(도협 50년사 351쪽 일부 발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2012.1.발간).

규제의 '목적(입법취지)'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약품도매상을 겸업함으로써 발생한 의약품 납품과정에서의 불공정 거래 등 부당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약사법의 이해 190쪽, 이재현 저 1998.9. 약사공론).

1993년 제중상사(세브란스상사 후신, 당시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소유)를 비롯한 6개 병원직영도매상들은, 그 규제(구 약사법 제37조제4항 제4호)가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보장 및 ▷기득권 보호 소급입법의 금지규정 등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 소송을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96년 4월 '각하' 판결을 내렸다. 

또한, 병원직영도매 금지 규정에 의거 의약품도매상을 폐업한 고황재단(경희의료원 설립자, 2006.11.경희학원으로 명칭 변경)은 다시 2000년12월 동대문보건소장에게 의약품도매상 허가를 신청했으나 구 약사법 관련 규정에 따라 그것이 반려되자, 고황재단은 서울행정법원에 동대문보건소장을 상태로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다음 소송 계속 중에 관련 약사법 법률조항(병원직영도매 금지 규정)에 대한 '위헌제청신청'까지 했지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4년1월29일 (구)약사법 제37조제4항 제4호 중 의약품도매상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선고를 했다.

의료기관 직영도매는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물론 의약품유통업계의 공통 과제지만, 30년동안 규제를 뚫고 되살아 나고 있다.
의료기관 직영도매는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물론 의약품유통업계의 공통 과제지만, 30년동안 규제를 뚫고 되살아 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그렇게 선고한 주된 이유로 '병원직영 도매 설립과 관련되는 리베이트, 과잉처방, 의약분업 취지 위배 등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약사법 법률조항은 부속병원을 개설한 학교법인이 의약품도매상을 경영할 경우 부속병원이라는 확고한 의약품 수요자를 확보하고 있는 지위를 남용해 다른 의약품도매상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의약품을 공급할 제약회사에 의약품대금 등 계약조건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부당한 거래를 강요하는 등 공정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해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할 가능성을 사전에 배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봤다.

2008년8월7일 감사원은 그 동안 말썽 많았던 병원직영도매상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원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약품 도매상을 동시에 영위할 경우 실거래가를 부풀리고 다른 도매상의 공급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불공정거래를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C의료원의 B도매상 등 의료기관 개설 의혹 직영도매 9곳에 대한 적정조치를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급기야 2011년6월7일(시행일 2012년6월8일) 세칭 '병원 친족도매의 거래제한법(약사법제47조제4항)'까지 만들어졌다. 의료기관의 개설자(의료기관이 법인인 경우에는 그 임원 및 직원) 등에게 의약품도매상을 허가 하지 않는 것으로 부족해, 병원(의료기관)과 도매상 간에 친족 또는 소유지분 보유 및 사실상의 지배관계 등과 같은 특수 관계가 있는 경우까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병원직영도매의 문제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그런데도, 백약이 무효였다. 30년 전의 실질적인 병원직영도매상 중 상당수가 아직도 쌩쌩하다. 금년에 또다시 수도권 대형병원 직영도매 개설 관련 소식이 지난 2월초 전해졌으며 게다가 한술 더 떠 그 불길이 지방 중형병원으로까지 옮겨 붙었다는 것이다. 

병원직영도매상은 변신의 천재인 '카멜레온'인가, 죽음과 부활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영원이 살아 숨 쉬는 '불사조'인가.

이제까지 계속 강화돼 왔던 병원직영도매 규제 장벽에는 뭔가 허술한 구석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실질적인 병원직영도매가 여태까지 아닌 척하며 활개 칠 수 있겠는가. 매년 병원직영도매가 호시탐탐 꿈틀거리며 고개를 쳐들고 있다.

잘 못된 점이 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30년 전 보나에스의 'CMC 8개병원에 납품하려면 반드시 나를 통해서 하라는 여보란 듯한 갑질 공문' 사건이 발단이 돼,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의약품도매상을 허가하지 않는 법률이 탄생됐다. 

그 대안으로 일부 대형병원은 임·직원 명의로 직영도매를 운영했다. 그에 대응해 당해 법률도 '의료기관 개설자'에서 '의료기관 개설자·임원 및 직원'으로 규제 범위가 확대됐다. 

하지만 강화된 규제도 임·직원이 해임되는 순간 속수무책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의약품도매상이, 2촌 이내의 친족 또는 50%초과하는 출자지분 소유 등과 같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공급할 수 없도록 하는 법망을 추가로 새롭게 설치했다. 

애초부터 예견됐지만 이 법률 조항 또한 결국 별무신통한 것으로 확인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50%초과 지분에 문제의 초점이 있다고 보고 이를 고치기 위해 지금 국회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법망에 병원직영도매가 빠져 나갈 구멍이 얼마든지 숭숭 뚫려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병원직영도매가 규제의 정도에 맞춰 곧바로 이름을 바꾸면서 법망 바로 밖으로 탈출해 왔고 그렇게 하면 무탈하다는 것을 오랜 기간 학습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금년에도 이 곳 저 곳에서 병원직영도매를 암암리에 차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종합해 볼 때, 지금까지처럼 병원직영도매를 잡기 위해 '어떤 신분과 지위 등을 가진 자격자(자연인 또는 법인)'를 정한 후, 이들에게 병원직영도매상을 허가하지 않거나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일변도로는 약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 의료기관이 지탄을 받으면서도 법망까지 가까스로 피해 가며 직영도매를 갈구하고 집착해 온 목적은 오로지 '이윤추구 동기(the profit motive)를 만족시키기 위함'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이윤추구만 된다면 어떤 의약품도매상이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굳이 의료기관 개설자인 내가 △사실상의 직영도매를 물밑에서 경영하지 않고서도, △임원이나 직원을 시켜 그것을 운영하도록 하지 않고서도, △사실상의 특수한 관계가 있는 도매상에서 의약품을 구매하지 않고서도 말이다. 

지금쯤 사실상의 직영도매상을 경영하고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법인)는 그렇게(바로 앞에서 언급한) 변화된 발전적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의약품 유통가에도 '작용 반작용 법칙'이 적용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개설자(국공립 제외)는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의 직영도매나 사질상의 지배자로 '갑질'을 하지 않고서도, 예컨대 공생관계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서로 상부상조하며 직영도매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이윤추구 행위가 가능하다.

물론 약사법시행규칙 제44조제1항 제6호 가목으로, '특정한 의료기관의 개설자만을 위한 독점적 영업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의약품도매상에 대한 규제가 있기는 하지만 '독점적 영업행위'만 비켜 가면 될 일이다. 이러한 점이 실질적인 병원직영도매의 마지막 출구라고 봐진다. 

따라서 앞으로 병원직영도매 규제는 반드시 이와 같은 점이 역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의 의약품 도매업체당(공급업체당) 거래비중 '상한제도'가 추가로 도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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