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피해구제 입법발의안, 차기 법사소위로 미뤄져
중소·영세 업체 "필요성 인정하지만 부담이었는데..." 안도

의료기기 부작용 피해보상 부실을 근거로 추진된 '의료기기 피해구제 제도' 법제화가 차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미뤄졌다. 

관련법안(김민석 의원 발의안, 김원이 의원 발의안)이 25일 회부된 제1법사소위 다른 안건들로 인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에 중소 의료기기 업계는 일단 한 숨 돌렸다는 의견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의료기기 안전성 확대를 위한 제도 도입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사실상 '제2의 과세'를 면한 것은 다행이라는 의미였다.

그렇지만 일부 제도 도입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고, 제약업계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며, 차기 법사소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충분한 사안인 만큼 의료기기 피해구제 제도 법제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기기 피해구제 법제화 필요성 '왜' 제기됐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년 인체이식형 의료기기 이상사례는 7876건이다. 그 중 입원, 회복불가능한 기능 저하나 사망 등 생명에 위협을 초래한 중대한 이상사례는 586건에 달한다.

특히 거친표면인공유방 등 최근 이식형 의료기기에서 발생한 중대한 이상사례보고가 이뤄지기도 했다.

더욱이 그간 의료기기 사용 중 부작용 피해를 겪은 환자들에게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거친표면 인공유방 이식 환자 이슈로 다시 불거진 것이 주요했고, 의료기기 관련 법에는 이 같은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적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이 2020년도 국정감사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식약처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추진 중인 피해구제제도나 관련 입법안 취지를 살펴보면, '과실 책임소재가 모호하거나 확실하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어 보상금 지급 능력이 없는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의료기기 피해구제제도 대체 뭐길래?

의료기기 피해구제제도는 의료기기 사용 중 부작용 피해를 입었거나, 부작용 책임 소재가 모호한 환자 피해 구제를 목적으로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분쟁조정기구 설립, ▲피해구제 기금 조성으로 구성돼 있다.

제조물 책임보험(PI)는 제조산업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는 보험으로 제조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소비자 보상을 위한 제도다. 업체에 피해구제 비용 지불 능력이 없을 경우, 회사 재정과 관계없이 피해자 보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분쟁조정기구는 이해당사자 간 보상 범위와 형태 등을 조정·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피해구제기금은 의료기기 사용 중 일어날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산업계가 기금을 조성해 피해 규모에 맞게 사용하기 위해 축적해 두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정부·협회·업계 현상황은?

식약처와 의료기기 관련 협회, 산업계는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와 분쟁조정기구 설립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마련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자 안전과 산업계 신뢰도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피해구제 기금 조성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지속되고 있는데, 위험군 품목별 제조사 기금 기준과 기금 자체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법안 진행 상황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은 2개다. 보건복지위원장 김민석 의원과 김원이 의원의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내용을 토대로 두 법은 각각 분쟁조정과 피해구제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주요 특징은 아래와 같다.

김원의 의원 발의안을 살펴보면, 피해구제는 식약처장에 의해 실시되며 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 위탁 가능하다. 식약처에 심의위원회를 두고 관련 피해 발생 시 부작용과 위해 가능성을 판단하고 피해사실과 의료기기 간 인과관계를 규명한다.

이후 피해구제 급여 지급 등 피해구제를 실시하며 피해구제 기금은 업계 부담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조성한다.

부담금 기준은 기본부담금과 추가부담금으로 구분돼 있는데, 기본부담금은 생산·수입업자의 생산·수입액의 1/1000이다. 추가부담금은 부작용 피해구제 필요성을 판정한 의료기기업체에 부과되는 부담금으로 전년도 해딩기기 피해구제 지급액의 25%다(단, 전체 1/10을 초과해서는 안됨).

김민석 의원 발의안은 분쟁조정에 집중해 있다. 환자 보상은 전적으로 제조물 책임보험을 통해 이뤄지는 대신 제조업자들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 한다.

분쟁 발생 시 분쟁조정위원회가 피해의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 조정안을 제시하고 피해 당사자가 수락 시 피해구제 조정 및 보상이 이뤄진다.

현재 두 법안은 모두 복지위 제1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상황으로 25일 소위원회를 통해 거취가 결정될 예정이었지만 이전 안건들 의결 지연으로 다음 법안심사소위를 기약하게 됐다.

 

"제약업계는 시행 중이라던데"...피해보상 구제제도 현황은?

부작용에 대한 피해보상 구제제도는 제약업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그렇지만 피해구제제도 대국민 홍보 부족으로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2020년도 국정감사 중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지적한 내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기금은 총 242억여원이 조성됐지만 같은 기간 지급액은 65억원에 그쳤다.

의약품 부작용 보고는 2017년 25만 2000여 건에서 2019년 26만 2000여 건으로 늘어났다. 그렇지만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185건이었고 실제 처리 된 것은 143건에 그쳤다. 피해구제 기금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인으로는 대국민 홍보 부족이 꼽힌다. 식약처가 전 의원실에 제출한 '2019년도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인지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800명 중 87.5%가 피해구제 제도를 '모른다'고 답했다.

 

그래서 관계기관 반응은?

업계=다행인듯 다행 아닌 다행 같은...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에는 동의하지만, 중소 혹은 영세 업체는 조심스럽게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영국·유럽 대상 수출 업체들은 강화되는 해당국 규제 대응에 소요하고 있는 비용과 자금 역시 상당한 상황에서 과중한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2018년 피해구제 연구용역 당시, 경미한 사유로 인한 제조정지, 판매정지의 경우 구제제도 기금 적립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거란 말이 나왔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없어졌다는 점에서 기금조성에 대한 사업적인 이점을 찾을 수 없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협회=합의 이뤄지고 있어, 신중 접근 필요해

식약처와 관련 협회는 피해구제제도 추진에 대한 합의점이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의료기기 안전사용과 산업계 신뢰도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제도 마련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필요성 확인, 입법에 최선 다할 것

두 의원실은 필요성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입법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관계자는 "국회 통과 이후에도 하위법령 마련이나 유예기간 등 업계 의견을 반영할 시간이 충분한 만큼 업계와 국민이 납득할 법안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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