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티안재단 사회사업본부 설수진 대표이사

"화상을 경험한 이들 중에는 지금도 거울 속의 나와, 세상의 시선과 매일 싸우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사람을 보는 시선과 달라져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평범한 이웃이지요"

코로나19와 악연으로 보낸 2020년 연말을 맞아, 저는 잠시나마 우리가 둘러보지 못했던 소외된 이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던 중 화상 전문 베스티안병원을 운영하는 베스티안재단 사회사업부와 연락이 닿았고, 화상의 예방과 치료, 사회 복귀를 함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미스코리아에서 배우로, MC로 국민들에게 행복을 전하던 설수진 대표이사를 만났어요. EBS '효도우미 0700' 프로그램 진행 중 접했던 화상환자를 인연으로 화상 환자와 경험자들을 위해 발벗고 나선 설 대표이사는 '꾸준히 이들과 만나야 한다. 재단의 방향 역시 그와 같다'고 말합니다.

베스티안재단 사회사업본부 설수진 대표이사
베스티안재단 사회사업본부 설수진 대표이사

 

사회사업부에 참여한 계기가 있을까요?

"EBS '효도우미 0700'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화상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출연자의 이야기를 접했어요.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촌동생 중 한명이 베스티안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했습니다.

곧바로 연락해서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죠. 그때 김경식 이사장님을 처음 만났어요. 저의 이야기를 듣고는 사회사업본부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주셨고, 수락했죠. 그게 2010년도 일입니다. 2011년 베스티안재단이 설립되고 사회사업본부 대표이사직을 맡았습니다."

 

재단과 사회사업본부는 어떤 일을 하는 거죠?

"베스티안재단은 2011년 11월 설립됐습니다. 당시 명칭은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이었고, 베스티안제단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은 2016년 일이에요. 사회사업본부는 국내는 물론 해외 화상환자 의료비 지원사업과 화상예방교육사업, 정서지원사업, 인식개선 캠페인 등 예방-치료-사회복귀를 아우르는 화상 케어 전주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상환자와 경험자, 가족들 간 모임을 지원하기도 하고 일반인들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걷기대회, 토크콘서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그간 사업을 진행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뭔가요?

"외적으로, 내적으로 이들을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인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여러 방법을 고민했지만 결국 지속적인 교육과 접촉으로 천천히 바꾸는 방법 밖에는 없더라고요.

시각적인 차이로 다르게 대하는 부분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다르듯, 이들도 그저 다를 뿐이지만요.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질 못해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표현법부터 시작이었어요. 화상 치료를 마무리한 사람들을 환자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특정 군으로 구분해야할 사람도 아니지요. 그저 화상을 경험한 우리 이웃들입니다.

물론 내가 그들을 대하기 어려웠던 것 처럼 그들도 나를 대하기 어려웠죠. 연예인 출신이라는, 사회복지 전공자가 아니라는 이유들로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색안경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어요. 공부를 시작하면서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 경험자들과 만났죠. 그분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짐을 느꼈어요. 물론, 제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죠."

 

힘든 시간, 많았을 것 같아요.

"공부를 병행하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상처를 입는 일도 많았지요. '그들 만큼이나 힘들겠나'라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힘든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기도를 많이 드렸죠. 그런데 결국 기도의 마지막은 이분들의 처우와 건강이 되더군요.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한 시간들이 나의 길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느낀 점은 '이해하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조금 달라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화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다릅니다. 화상 경험을 극복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죠. 거울 앞의 나와 나를 보는 세상의 시선들과 매일같이 싸우며 집을 나서는 사람들도 있어요.

화상을 겪게 되면 변해버린 자신의 몸과 환경에 대해 비관은 물론 자존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노력하며, 화상을 통해 얻게 되는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할 때는 신중해야하죠. 우리의 도움과 관심이 그들에게는 불편함 그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딱한 마음으로 화상을 입은 이유를 묻거나 즉흥적이고 단발적인 도움들이 그들에게는 응원이 될 수도, 상처가 될 수도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은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 조차도 부딪히고 상처입고 상처를 주면서 저만의 방법을 찾았거든요. 저에게는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요?'와 같이 어려운 질문입니다.다만, 저는 꾸준히 제 자리를 지키며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했어요."

 

사회사업팀은 어떤 계획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던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일입니다. 화상 경험자 분들 곁에 머무르며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 필요한 부분은 채워주면서 보통사람들과 접점을 만들어나가는 일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예방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경식 이사장님과 이야기를 소개해야 할 것 같아요. 이사장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예방 사업을 열심히 해서 병원 문을 닫게 하라'고 말씀하신 적 있어요.

사실 화상을 어떻게 예방해야하고, 또 어떻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지 모든 분들이 대부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눈앞에 사고가 펼쳐지면 당황하기 마련이죠. 그래서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다로 대처 할 수 있도록 인지하고 있어야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부는 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첫 시기인 만 만 4~5세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을 위한 노력이죠. 누구도 화상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예방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입니다."

 

화상 환자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화상을 경험한 이들은 우리 이웃입니다. 말씀드렸듯 누구도 화상으로부터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그들도 모두 똑같은 인격체이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은 분명 동정의 대상은 아닙니다.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베스티안병원은
2002년 설립했고, 의료계 불모지인 화상치료를 전문영역으로 하는 '공익병원'을 자처하는 의료기관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서울베스티안병원의 안심병원 지정을 자처해 국가 재난사태에 앞장섰던 바 있고, 오송베스티안병원은 2018년 개원 준비부터 치료공간 설계 당시부터 화상 뿐 아니라 감염병전문병원 모델로 계획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외 최초로 코로나19 민간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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