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증명하려 창업한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

 혁신을 향해 모험의 바다에 뛰어든 '바이오 아재들'  

"넌,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일상에 길들여진 내 마음이, 내 귓가에 대고 수시로 가만히 있으라고 속삭일 때 "아냐, 난 모험을 하고 싶어"라며 새로운 길로 들어선 '바이오 아재들'이 있다. 그들에게 모험이란, 삶 그 자체에 의미를 제공하는 놀이동산 같은 것일지 모른다. 자신의 가설과 역량을 입증하겠다며 분투하는 바이오 아재 4명의 담담한 자전적 이야기를 들어보자.

① 난 지치지 않아, 바이오벤처 20년 지피씨알 신동승 대표 
② 항노화 내가 해 볼게 하플사이언스 최학배 대표
③ 한달 전에 창업했어요 바이오디자이너스 오성수 대표
④ 바이오 생태계의 양봉업자 KB인베스트먼트 신정섭 상무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12월 히트뉴스에게서 받은 혁신을 향한 바이오 아재들의 '무한도전'이라는 주제, 그 중 바이오벤처 00년째라는 제목을 보며 생각들이 많아졌었다. 바이오벤처 00년째…

요즈음 내 눈은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에 모두 가 있는 상황이라, 과거를 반추하는 글을 쓰기에 적절치 않고, 또 아직은 과거를 소회하기에는 젊은(?) 나이라는 생각에, 또 아직은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만들어가는 노상이라 몹시도 망설임이 컸었다. 그럼에도 사람사이의 관계는 결국 지난 시간을 더듬도록 하였다.

지난 해 10월, 혁신 살롱 5분톡에서 20년차 바이오벤처인으로 살면서 살롱인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를 짧게 하였던 기억이 있다. 바이오벤처 20년차… 가벼운 마음으로 나눈 얘기지만, 글로써 적는 것은 쉽지 않은 얘기가 되는 것 같다. 

LG화학 바이오텍1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접했던 신약개발 연구, '꿈'이라기보다는 '업'으로써 시작이었던 듯하다. 사실, 뿌리에서 감자가 열리고 줄기에는 토마토가 열리는 9시 뉴스의 강렬한 기억에서 출발한 생물학도의 길이 그 시작점으로 생각된다. 유전공학에 대한 환상으로 미생물학과를 진학하고, 대학원에서는 유전학 연구실에서 유전공학을 배우면서 예정되었던 신약개발의 업이 아니었나 싶다.
  
대기업 연구소에서 안정적이고 무던했던 일상은 2%의 부족함과 함께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 90년대 후반 IT 기업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강타한 벤처기업 붐이 LG 화학 바이오텍연구소를 강타한 것은 2000년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였다. M사의 성공적 IPO를 통해 촉발된 바이오벤처에 대한 관심이 몇몇 바이오기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이어졌고, 밀레니엄 시기에 대기업 출신 신약연구개발 인력들의 바이오벤처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바이오벤처에 대한 관심도 그다지 크지 않았고,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염려와 걱정을 가지고 있던 터라 벤처 창업의 합류는 우연히 이루어진 측면이 크다. 당시 연구원 동료로부터 받은 창업제안(지금은 천사의 달콤한 유혹이라고 생각한다.)에 혹해서 합류하기로 결정한 것이 20년째 벤처인으로 살아가게 된 계기였다. 바이오벤처기업의 창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중 친구에게 함께 하겠다고 말한 그 한마디가 벤처인으로 살아가는 숙명이 된 듯하다.
 
처음에는 벤처 기업의 허상에 매여 있었던 듯하다. 이루고 싶었던 꿈도 명확한 목표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현실적 목표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통한 사업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데에 몰입했던 것 같다. 뉴로제넥스 연구팀장에서 사업개발이사, 대표이사를 거쳐 두어 번의 M&A를 경험하면서 기업의 성장과 좌절을 맛보게 되었고, 사업과 자본의 고리에 대한 세밀한 이해를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 '업'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약 10여년의 스타트업을 마무리하고 1세대 바이오벤처인 M사에서 맞춤항암제 개발을 하고 있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한 편의 기사는 업의 본질에 대해 깊은 이해를 제공하였다. 마이사이먼 닷컴을 창업하고 성공적으로 매각한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사업가 마이클 양의 인터뷰 기사였다.

"창업이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증명하는 것." 

벤처기업을 창업한다는 것의 본질은 돈을 버는 데에만 있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적 인적 자산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이를 함께하고 지원한 투자자(임직원을 포함한)들에게 커다란 가치를 만들어서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왜 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부족했다. 이를 통찰력 있게 표현한 것이 마이클 양의 한 마디였다. 과학적으로 사업적으로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 그것이 창업이었다.
  
사실 진짜 혁신을 향한 도전은 이제 7년차인 것 같다. 지난 스타트 업에서 10여년은 벤처기업이란 무엇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제서야 벤처기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GPCR heteromers가 real drug target으로써 중요하고 이를 조절하는 신약의 개발은 맞춤의학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과학이 말해주는 믿음의 영역이기도 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과학을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해 나가는 First in class 신약개발은 새하얀 눈밭위를 걷는 것과 같다. 이 새하얀 눈 밑에 구덩이가 있지는 않은 지, 단단한 길이 있기는 한 것인지, 끝없는 확인과 바닥다짐을 거치면서 한 발 한 발 나가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검증해논 길을 빠르게 따라가는 best in class 신약개발과 사뭇 다른 여정이다. 그럼에도 내가 딛고 간 그 걸음이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꿈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는 일이지 않은가?
 
물론, 지금 이 길은 우리가 처음가는 길이라 쉽지 않은 길이다. Heteromer research를 통해 신약의 새로운 표적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일은 team GPCR이 가장 앞선 분야이다. 이제 discovery(발굴) 단계에서 development(개발)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서 미국의 축적된 개발역량을 활용하고 자 한다. 올해 CSO로 함께 하게된 Dr. Pina 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에 개발역량을 구축해 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CXCR4 heteromer 표적 맞춤항암제를 성공적으로 개발함으로써, 고통받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GPCR heteromer 기반 신약개발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이다.
 
끝없이 갈망하고 미련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은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렇게 개척한 길은 오롯이 "우리"가 만들어낸 우리의 길이다. 우리는 여기서 언제나 일등이고 최선이고 최고이다.
 
페이팔 창업자였던 피터 틸(peter thill) 은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고 하였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GPCR heteromers 세계에서 독점적인 사업을 영위할 것이다.
 
그때까지 언제나 "Stay Hungry, Stay Fo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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