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네릭 의약품은 NDMA 발사르탄 사태로 유탄을 맞았는데, 피해의 정도가 치명적인 수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마치 '여론재판' 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 측 관계자도 "여론이 그러하니 무언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며, 발사르탄 사태를 '제네릭 패기'로 국면 전환할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21일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이 주최한 성분명처방 관련 토론회에서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제네릭 패기' 경향이 나타났다. 발사르탄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현주소인 셈이다.

단초는 박응철 성남시의사회 고문이 '성분명처방이 환자에게 이로울까?'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하면서 제공했다.

박 고문은 이날 제네릭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각종 언론보도 내용을 인용했다.

가령 "값싼 원료의약품을 들여와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료의약품 수입은 중국이 압도적 1위", "제네릭 보호정책이 낳은 현실 안주", "정부는 건보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오리지널보다 값싼 복제약을 써야 한다고 권장해 왔다", "제네릭 수백개 난립, 복제약 공화국된 까닭", "공동위탁 생동시험을 거친 제약사가 판매허가를 받기전까지는 양질의 고가 원료를 쓰고 판매허가 이후에는 품질 보장이 불확실한 저가 원료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인용보도 사이에 "식약처는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NDMA라는 불순물이 확인돼 제품 회수 중임을 발표함에 따라 해당원료를 사용한 국내 제품에 대해소도 잠정적인 판매중지 및 제조수입 중지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박 고문은 "중국 원료를 많이 쓰는 건 그래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네릭산업은 바람직하지 못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발사르탄 사태와 제네릭을 연계시켰다.

조윤미 소비자권익포럼 운영위원장도 패널토론에서 "제네릭 품질논란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발사르탄 사태도 보면 제네릭이 수백개나 된다. 이런 제네릭의 품질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하는 건 국가적 과제"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에 기반해서 보면 발사르탄 사태를 제네릭 난립문제와 직접 대응시키는 건 침소봉대다. 이모세 약사회 환자약물관리본부장도 이날 토론에서 "발사트란 사태는 제네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다만 성분명에 제약사 이름을 앞에 붙이는 식으로 제품명 체계를 바꾼다면 회수는 지금보다 더 쉬울 것"이라고 했다.

기자도 이날 히트뉴스 편집국장 자격으로 패널토론에 나서 발사르탄 사태에 대한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데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발사르탄 사태를 촉발시킨 NDMA는 어느나라에도 시험법이 없어서 한국 뿐 아니라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우리와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는 점, 중국 황화이사는 값싼 저질의 원료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갖춘 규모있는 원료회사이고 이번 사태에서 황화이사의 조처는 비난받을 게 없다는 것,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 제네릭이 너무 많아서 후속조치(회수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 등이 그것이었다.

시간관계상 이야기를 더 풀어갈 수는 없었지만 사실 제네릭 난립은 의약분업과 전문의약품 시장의 급성장, 불법리베이트 창궐, 생동시험 등 허가제도 상의 헛점, 제네릭 약가정책, 제약사의 백화점식 영업, 모호한 제약과 도매 경계선, 유통업체 난립 등 여러요인이 복합적으로 결부된 결과로 봐야 하는데, NDMA 사태의 본질과 상관없이 이번 사건을 덮어놓고 제네릭 품질 문제와 연계시키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었다.

특단의 정책적 조치로 제네릭산업을 단시일 내 구조조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제네릭 흠집내기에만 골몰하는 건 우리사회가 약제비 절감을 위한 정책을 수행하는 데 걸림될이 될 뿐이다.

이와 관련 제약계 한 관계자는 최근 히트뉴스 기자와 만나 "정부가 추진 중인 이번 제네릭에 대한 제도개선 조치가 약가인하라는 손쉽고 무책임한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히트뉴스는 최근 짧은 내부 토론에서 정부가 그동안 눈엣가시였던 제네릭 난립문제를 발사르탄 사태를 '지렛대' 삼아 끊어내고 싶어할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시작은 '여론재판'이었는데, 이런 이유에서 여론조차 정부 쪽에서 형성했다는 인상도 지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전직 한 관료는 "국정감사도 있어서 식약처나 복지부 입장에서는 뭔가 답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급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시간에 쫓겨 날림으로 접근한다면 상황만 더 안좋게 만들 수 있다. 시간을 두고 꼼꼼히 진단과 처방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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