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아이템 고민할 순 있지만 '약'·'약사법' 등 기본 되새길 기회로
한시적 허용에 따라 태어난 '배달약국'이 논란 속에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전화처방에 상응하는 의약품 택배배송이 허용될 수 있는지 정부가 미확정한데 따른 시행착오다.
의약품 배송 서비스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론칭되자 약사단체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업체는 당황해 해명하는 등 혼선이 일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마련했다. 약사는 환자에게 전화 복약상담이나 서면 복약지도를 하고 조제의약품 교부와 본인 부담금을 수령하면 됐다.
이 때 환자와 협의해 조제의약품 교부와 본인부담금 수납 방식을 정하면 되는 것이었고, 가족 등 대리수령자로 교부하기를 복지부는 권장했다. 이는 별도 종료시까지 이어진다.
스타트업 닥터가이드는 이 한시적 허용방안에 근거해 의료기관에서 받은 처방전을 환자가 선택한 약국으로 보내면 약사는 구두 또는 서면 복약지도를 하고 약을 보내는 O2O(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 '배달약국'을 선보였다.
닥터가이드는 "보건소와 보건복지부를 통해 약사와 환자가 협의한 경우 배달은 현 지침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그러나 약사회는 복지부가 만든 한시적 허용방안이 '약 배달 서비스'까지 허용한 게 아니라며 '합법을 가장한 위반, 위험천만, 처벌' 등의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갈등이 일자 복지부는 지난 9일 대한약사회의 요청으로 "조제 의약품 배달행위는 불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복지부는 "약사는 의료기관에 수령한 처방전에 따라 환자에 유선 및 서면 복약지도하고 환자와 협의한 방식으로 의약품을 수령하도록 허용했다"며 "이외 행위는 약사법 위반"이라고 했다.

허용방안 외에 복지부는 "이외 행위는 약사법 위반"을 추가 언급했을 뿐이다. 업체가 사업을 잠정 중단함으로써 갈등과 혼선은 일단락됐다. 미국의 약 배송 서비스 '필팩(Pillpack)'을 아마존이 인수해 사업을 키우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약 배송 서비스 '배달약국'은 이렇게 약업계 잠깐 이슈로 종료됐다.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9일 규제자유특구 아이디어로 '의약품 안전배송 솔루션'을 대상으로 선정하며 약사단체는 또 우려를 표했다. 의약품 조제·배송·상담 등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솔루션으로 의료 사각지대 해소 및 원격진료를 활성화한다는 목적의 아이디어다.
닥터가이드의 의약품 비즈니스 모델은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특례 아이디어와 맥을 같이한다. 연이은 상황을 보면 '의약품 배송'도 산업적 측면에서 규제해소·사업화 대상으로 보여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기본의 가치'를 재각인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의약품은 처방감시부터 조제를 비롯 투약까지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약사법을 들어내야 할 규제로만 볼 수 없으며 당연히 사회 안전망 보호 장치로 봐야한다. 약사뿐만 아니라 약업계와 헬스케어 산업계도 비즈니스 이전 사업모델이 국민 건강을 위하는 것인지 먼저 고려해야 한다.
정부도 무분별한 규제특례로 산업 발전만 우선하거나, 한시적 허용으로 규제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산업계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된다. 당국의 모호한 법안과 모호한 태도는 결국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