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보호·육성…헌법(123조제3항)상 국가의 책무
법률에 의한 출생인데, 작다고 증거도 없이 걷어차선 안돼
'규모의 경제'와 '규모의 비경제'가 공존한다는 점, 직시해야
'선진화' 기준 마련 필요…덮어놓고 선진국처럼 해야 되나

'2019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심평원)'에 따르면, 작년 판매실적이 있는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는 2888곳으로 나타났다. 2018년 2615곳, 2017년은 2354곳이었다. 전년대비 증가율은 2018년 11.1%, 2019년 10.4%로, 매년 평균 267곳씩 늘어난 셈이다.

2019년 매출액 '1000억 원 이상~2조9543억여 원 이하'의 (초)대형 도매유통업체는 71곳으로 전체 2888곳의 2.5%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매출액은 23조4550억 원으로 전제 매출액 39조7814억 원의 59.0%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같은 해 매출액 50억 원 미만의 소형 도매유통업체들은 2048곳으로 업계의 70.9%나 된다. 매출액은 총 3조3016억 원,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16억 원으로, 업계 총 매출액의 8.3%에 지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지난 6월 26일 개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의약품 공급구조 혁신 방안' 토론회 주제 발표를 맡은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이상원 교수는 토론회에서 "도매상 허가기준 완화 등으로 (도매)업체수가 급격히 증가해 (도매업계의)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도매유통업계의 유통 난맥상, 다시말해 '의약품도매업소의 영세성 및 비효율성'과 '유통품질 담보의 어려움' 그리고 '리베이트 등 유통질서 문란' 등을 당면 과제로 꼽았다.

이러한 시각은, 공단의 '의약품 공급 및 구매 체계 개선 연구' 과제의 용역을 맡은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이하 '연구팀')의 관점이기도 하다. 토론회 주제 발표를 맡은 이 교수가 곧 연구팀의 책임연구자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연구물 책자 357쪽을 보면,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구조의 문제점이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국내 의약품 유통 구조가 도매 거래와 직거래 방식이 혼재하여 복잡 다원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품종 소량거래 및 중복 배송 등 전근대적인 유통체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과다한 물류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유사 의약품의 과잉공급 등으로 공급업체간 과당경쟁이 심화되고 영세 제약업체 및 도매상이 난립하여 거래질서 파괴 및 불법 리베이트 등 거래상의 부조리가 만연하여 사회적 불신이 심화되고 국민의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도 있어 왔음."

"지난 20년 동안의 논의와 정부의 노력으로 의약품 유통거래가 상당히 선진화되고 의약품 유통정보화도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음."

"그러나 여전히 영세한 업체들이 난립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지 못하는 과도한 경쟁과 유통질서 문란 행위로 인하여 물류비용과 리베이트 비용이 발생하고 이것이 의약품 가격에 반영되는 현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임."

"제약산업이 보건의료에 기여하는 공적 기여의 수준을 제고하고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노정된 의약품 유통거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유통 정보화를 통한 관리의 과학화 및 투명성 강화 그리고 효율적인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통해 유통과정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의약품 유통거래 선진화 및 유통 정보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

이를 보면, 1999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간, 선행(先行) 연구기관(10곳)의 연구자들 및 이번 연구팀의 연구자들 모두가, 규모가 작은 과다한 '의약품 도매유통 소기업'들(연구팀 용어: '영세한 업체들')을, ▲유통 품질 저하 ▲과다한 물류비용 발생 ▲거래질서 파괴 ▲불법 리베이트 부조리 등을 만연시킴으로써 사회적 불신을 심화시키고 국민의료비 부담까지 가중시키는, 마치 의약품 도매유통관리 부문의 포괄적인 '악의 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의문과 이의와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는 "다품종 소량거래 및 중복 배송 등 전근대적인 유통체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과다한 물류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시각과 관련된 것이다.

'다품종 소량거래'는 전근대적인 유통체계의 산물이 아니라 의약품의 특성(또는 속성)에 따른 문제로 봐야한다. 인체 구석구석의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려면 그것에 적합한 다양한 의약품과 수량이 요구되므로 의약품의 다품종 소량 생산과 그에 따른 유통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약학개론 82쪽 14명 약대교수 공동집필 2002.3. 신일상사, 약학입문 15쪽 13명 약대교수 공동집필 2006.3. 신일상사 참조). 

그리고 '의약품 유통구조의 다원화와 다품종 소량거래 등 전근대적인 유통체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과다한 물류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연구물 속에 그 증거가 제시돼 있는지 확인해 봤는데 찾지를 못했다.

때문에 혹시 '유통구조 다원화·다품종 소량거래→과다한 물류비용 발생'이라는 발상의 이음매는 사실적 증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가설'인지 묻고 싶다. 혹시 가설이라면, 가설가지고 문제 해결책을 유추·도출한다? 이건 증거가 필요한 과학적 방법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둘째는 "여전히 영세한 업체들이 난립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지 못하는 과도한 경쟁과 유통질서 문란 행위로 인하여, 물류비용과 리베이트 비용이 발생하고 이것이 의약품 가격에 반영되는 현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는 대목과 관련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과도한 경쟁과 문란행위 때문에 (불필요한) 물류비용과 리베이트 비용이 발생하고 그것이 의약품 가격에 반영되는 현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 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증거는 무엇인가? 

연구팀은 2048곳의 소형 도매유통업체 중, 하다못해 불법 리베이트에 연루된 1~5건 정도의 사례라도 제시할 수 있는가? 불법 리베이트가 도매유통업계의 소형·중형·대형·초대형 그룹 중 어느 그룹에서 주로 발생되고 있는지 연구는 해 봤는가?

연구팀은 보험약가에서 통상 70%~90% 할인, 심지어 99% 할인해 입찰·낙찰하며 의약품시장의 거래(유통)질서를 초토화시키는 도매유통업체 중, 소형업체 2048곳에서 그 사례를 1~5건 정도라도 제시할 수 있는가? 설마 보험약가가 떨어지는 것은 보험의약품 소비자에게는 유리하므로 그 현상을 유통질서 문란 행위라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불필요한) 물류비용이 (많이) 발생한다고 본 것은, 과도한 경쟁으로 몸집이 영세하면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추구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규모의 경제가 있듯이, 상황에 따라 '규모의 불경제(diseconomies of scale 또는 decreasing returns to scale)'도 있는데, 이를 고려는 해 봤는가. 물류 자동화 시설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의약품이 그 숱한 품목 중 과연 무엇 무엇이 해당되는지, 그것들이 전체 품목 중 몇%나 되는지, 연구는 해 봤는가. 

셋째는 "지난 20년 동안의 논의와 정부의 노력으로 의약품 유통거래가 상당히 선진화되고 의약품 유통정보화도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다"라고 연구팀은 그간의 유통발전 성과를 종합 평가했다.

여기서 '20년 동안 논의'한 주된 주체(설문조사에 응한 업계는 제외해야 하고)는 그동안 수고해 온 선행 연구자들로 생각되는데, 그렇지 않은가. 정부의 노력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채찍과 당근'을 나누어 각각 몇 가지만이라도 조목조목 제시할 수 있나.

또한, 의약품 유통거래가 상당히 선진화 됐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사례는 어떤 것인가. 그리고 어떠한 도매유통 현상을 '선진화'로 보는지, 선진화의 '기준'은 무엇인가. 혹시 연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초대형 도매유통업체들의 시설과 규모의 겉모습 사례를 염두에 두고 '상당히 선진화 됐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가?

연매출 50억 원 미만의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들이나, 1조원 이상의 도매유통업체들이나 똑 같은 국가 법률이 낳은 동일한 '법인격을 가진 인격체'다. 

따라서 단지, 업체의 규모가 작다고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발생되는 모든 허물을 뒤집어쓸 이유도 없고, 뒤집어씌워서도 안 된다. 

특히, 영향력이 지대한 연구기관 연구원들의 의약품 유통관련 연구물들을 보면, 대부분 현상과 고정관념에 의한 추측적인 판단과 대책 방향에 대한 의견 제시만 있을 뿐이지, 현상으로부터 옳은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핵심 과정인 '요인분석과 증거를 찾는 연구'가 결여돼 있는 것 같다. 의약품 유통에도 과학적 관리가 필요하듯, '요인 분석과 증거 찾는 연구'가 과학적 연구 관리의 기본이 아닐까. 이번 연구물에도 그런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연구자들은 선진국 선례를 양념이 아닌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 같다. 연구자들은 각 나라의 환경과 형편 등에 따라 그 선례가 달리 결정된다는 것을 빤히 잘 알고 있을 것임에도, 왜 그런 선례가 만들어졌는지 그 나라의 사정에 대한 요인 분석 등도 하지 않고 말이다. 

소형 도매유통업체라고, 증거도 없이 설혹 증거가 있다 해도, 그냥 발길로 걷어차서는 안 된다. 잘 되도록 국가가 보살펴야 한다. 그들은 법률이 보장하는 민초들의 귀한 풀뿌리 기업체가 아닌가. 국가(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는 헌법에 의해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소형 업체라 해서 예외는 아닐 것 아닌가.

소형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들의 삶은 그들 자신이 선택할 몫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그들의 삶은 그들 스스로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헌법 제123조제3항에 의해 국가로부터 보호·육성 받을 권리가 있다. 공단이나 연구팀에 의해 그들의 목숨이 그것도 누명을 쓰고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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