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단 바이오칼럼니스트

시장에선 뜨거운 열기와 냉정한 시선 교차

제약산업에서 바이오의 열풍이 대단하다. 때로는 과하다 싶기도 하다. 신약개발관련 소식이 들릴때마다 미디어는 관심을 가지고 쫓아다니고 해당회사나 관련된 분야의 주가가 출렁거리기도 한다. 여러 분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나 광풍의 열기는 이성적인 우려의 소리를 압도한다.

우리나라에서 누군가가 또는 어떤 기업이 제약분야에 진출하는 데에는 몇십년간 변하지 않았던 묵시적인 공식이 있었다.
제네릭으로 시작해서 개량신약을 거쳐 돈을 좀 번 다음 신약개발을 하겠다는 미션의 수순이 그것이다. 언젠가 구미 국가들의 제약창업 풍토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쪽 회사들은 창업을 할 때 규모가 크건 작건, 케미칼이건 바이오건 관계없이 제약분야의 스타트업 회사들은 대개가-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는 있지만-신약을 개발한다는 미션으로 출발을 한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환경이 좀 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 메인스트림은 전통적인 제약산업에서의 의약품개발패턴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제약분야에 정통한 어떤 분과 이를 주제로 한국과 구미의 회사들은 왜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방향에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창업시 제네릭을 하기로 결정을 하는 이유로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향후의 전개과정이 케미칼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측을 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바이오 열풍을 이끌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역시 이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기업들이 약을 개발할 때 실패에 대한 옵션자체가 없었던 것은 상식에 속했다. 아주 큰 마음을 먹고 시작한 개량신약이나 자료제출의약품의 국내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임상시험 책임자에게 묻기도 한다.

'하면 되어야' 하는 것이었고 '안전이 제일이어야' 하기 위해서는 제네릭을 선택해야 했다. 다른 것은 개발과정에서 자료를 보완할 수도 있고 추후에 변경을 할 수도 있지만 임상에서 실패하면 모든 것은 재조명되어야 한다.

이 때 회사는 관련자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또는 임상디자인이 잘못되어 실패한 것이라는 마녀사냥이 이루어진다. 물론 임상시험은 사이언스가 아니라 아트라는 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건 말장난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품질이 받쳐줄 때 통용되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제네릭은 제법 성공이 보장되는 매력적인 접근법이었다.

또다른 제약산업으로 참여하는 방법은 완제수입이었다. 사실은 제네릭보다 이게 먼저였다. 1960년대 이후 거의 30년간 우리나라의 제약 4인방, 5인방에 들어가는 회사들은 강력한 완제수입의 파이프라인을 갖춘 기업들로 이루어져 왔다. 이 시스템이 종말을 거둔 것은 트렌드가 바이오 제품의 국내개발과 생산, 그리고 개량신약으로 이동한 결과였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제약산업의 초기 30년간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입완제의약품이 한국 의약품 시장의 주류역할을 하는 동안 회사들은 수입완제품과 경쟁을 또는 이를 국산화로 대체하기 위해 초기에는 원료수입을 그리고 이후에는 제네릭을 생산, 개발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축적된 소중한 자산이 바로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이 높아진 품질관리에 대한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최근 바이오를 원천기술로 출발한 또는 방향을 바꾼 회사들이 많다. 과거의 국산화 대체나 개량신약이 아니다. 그들은 명실공히 신약개발을 시작했다. 어찌보면 황당하다 싶은 아이디어로 신약개발에 도전을 하는 곳도 있다. 시장에서는 뜨거운 열기와 냉정한 시선이 교차된다. 처음에는 필자도 우려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우수한 인력도 펀드를 통한 자금도 충분한 가운데 크고 작은 성과들이 들려오고 있다. 외국의 기술력을 가진 실력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부터 파트너링까지 성공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널려있다. 옥석은 시간이 지나면 가려질 것이다. 물론 돌이 더 많겠지만 구슬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그리고 양적으로 팽창이 되어야 질적으로 향상이 된다는 것은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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