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힘내, 고지가 저긴데 8부 능선이다

지난 18일, 문제의 불법리베이트가 또 터졌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이 작년 3월부터 1년여 이상 조사한 끝에 밝혀냈다. 제약사(모 초대형제약사의 자회사)와 CSO 및 도매유통사 등이 다수의 의료인에게 5년(2013~2017) 이상 각종 방법으로 16억 원 상당의 불법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83명이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이나 당국 및 국회 그리고 의약업계 관련 모든 분들이, 부정적인 시각에서 착잡하고 허탈할 것 같다.

지금, '리베이트 쌍벌제'와 '김영란법' 등이 서슬 시퍼렇고, 당국의 정책적 불이익이 적지 않으며, 제약업계가 CP 경영과 ISO 37001 도입 등에 무척 적극적인가 하면, 정부합동 수사단까지 꾸려져 눈 부릅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잊을만하면 불법리베이트가 불쑥 불쑥 터져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엔 눈총 받고 있던 CSO까지 끼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행돼 온 제반 불법리베이트 근절 대책들이 별 쓸모와 효과가 없는 것들이어서 오늘의 결과가 초래된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거시적 방법'을 통해 제약업계의 관련 비목 안쪽을 들여다봤다. 리베이트 한 건 한 건을 다루는 '미시적 방법'으로 업계의 불법리베이트 넓이와 높이 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리베이트는 음지에서 은밀하게 수수되므로, 행위자의 양심 선언적 물증 제공 없이 그것을 밝혀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법리베이트를 극비로 자행하고 있는 회사들 대부분은, 그 비리를 감추기 위해 유능한 회계전문가들을 고용하거나 다그쳐 기기묘묘한 갖가지 탈법적 방법들을 고안하여 불법 리베이트로 들어간 비용을 어떻게든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 항목으로 그럴듯하게 녹이고 위장하여 회계처리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판관비율(판관비÷매출액×100) 변화 동태를 살펴보면, 구체적인 것은 모르더라도 업계 전반적인 불법리베이트 오염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ECOS(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의 '기업경영분석' 자료 중 제약업계의 판관비율 통계를 시계열로 정리·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연도별 판관비율(%) 및 원가율(%) 현황
연도별 판관비율(%) 및 원가율(%) 현황

1990년대는 판관비율(총판관비율-경상연구개발비율)이 비교적 낮았다. 1997년 30.13%, 1998년 30.29%, 1999년은 29.85% 이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2000년은 32.14%로 1년 새 2.29%나 높아졌고, 2003년 33.91%, 2006년은 34.05%가 됐다. 급기야 2008년에는 35.07%로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2016년에는 27.21%로 급락했다. 최고치인 2008년보다 무려 7.86%나 떨어진 것이다.

왜 이런 변화를 보여 왔을까.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험약가제도와 직결된다. 1999년11월15일 종전의 고시가상환제도가 폐지되고 새로운 실거래가상환제도가 시행됐다. 2000년 이전의 고시가상환제도 시절에는 요양기관이 24%(14.17%+α10%)까지 약가마진을 취할 수 있었다. 때문에 제약업계가 굳이 '리베이트'라는 판관비를 쓸 필요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약가할인으로 커버되는 일이었으니까. 이것이 그때의 판관비율이 비교적 낮았고, 그 대신 원가율이 58~59%로 매우 높았던 이유가 된다. 물론 그 당시도 리베이트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새로운 실거래가상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요양기관은 약가마진을 전혀 볼 수 없게 됐다. 무려 24%에 달하는 마진이 하루아침에 당장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제약업계는 그것을 고스란히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때문에 부자연스런 일이었겠지만 그동안의 '약가 마진'이 리베이트라는 판관비로 빠르게 교체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2000년 이후 판관비율이 치솟았고 원가율이 급락한 것이다. 다만, 2012년 이후 원가율이 또다시 급등한 이유는 '약가일괄인하제도'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판관비율이 2008년 35.07%로 정점을 돌파했을 때, 리베이트 병폐도 최고조에 달했다. 자고나면 리베이트 사건이 터질 정도였다, 오죽 심했으면 2010년 11월30일부터 '리베이트 쌍벌제'라는 초유의 법령제도가 시행됐을까.

지난 18일 터진 불법 리베이트 사건으로 업계가 다시 뒤숭숭해졌다. 그렇지만 분명 희망이 보인다. 불법리베이트 척결 고지가 저긴데 이미 8부 능선쯤까지 돌진해 오른 것으로 가늠된다.

그 이유는, 34~35%대였던 판관비율이, 2011년 31.05%, 2012년 29.42%, 2013년 29.54%, 2014년 28.38%, 2015년 29.36%, 드디어 2016년 판관비율이 사상 최저인 27.21%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2011년 이후, 불법 리베이트가 별로 없었던 2000년 이전 시절의 판관비율보다도 훨씬 더 낮아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이와 같은 판관비율 감소 현상은 '리베이트 쌍벌제', '김영란법', 제약업계의 제반 탈 리베이트 정책 및 노력, 주무 당국 및 사정 당국의 적극적인 감시 활동 등과 괘를 같이 한다. 때문에 그동안의 불법 리베이트 퇴출 제도와 당국 및 업계의 노력 등이 쓸모가 있고 효과를 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더더욱 끊임없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불법리베이트는 우리의 물욕(物慾)이 원인이고 이 물욕은 본능적이므로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분들이나 기업체들이 기회만 생기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것을 유행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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