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이상윤 상무
“우리 회사에도 저렇게 창의적이고 다국적 제약사에서 블록버스터 약물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원으로 있으면 참 좋을텐데…”
국내 굴지의 제약사 연구원이 이상윤 한독 상무의 발표를 듣고 한 말이다. 이 상무는 이날 ‘임상개발 계획을 위한 성공적 비임상시험 전략-항암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이 상무가 제시한 비임상 연구 전략 8가지는 다음과 같다.
- 직감적으로 작용 기전(MoA; Mechanism of action)을 이해해야 한다.
- 작용기전은 반드시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 약물 농도에서 수행돼야 한다.
- 작용기전은 긍정적 데이터(positive data)와 부정적 데이터(negative data) 모두를 살펴봐야 한다.
- 약리연구원은 약물 작용 부위뿐 아니라 다른 장기(organ) 데이터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 활성 대사산물(active metabolite)을 추구해야 한다.
- 안 해도 되는 실험은 과감하게 하지 마라.
- 독성학 데이터로부터 안 보이는 것을 봐라.
- 약물의 효과와 독성은 반드시 함께 연구돼야 한다.
첫 번째 전략은 단순한 약물 타겟 물질의 분자 구조뿐 아니라, 여기에 관여하는 발암유전자(oncogene)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 이 상무는 화이자 경험을 소개하며 “화이자는 TKI 계열 항암제 개발 시, 시험관 수준(in vitro) 연구에서 약 100개 이상의 물질에 대해 kinase assay(인산화효소 분석과정)을 거친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초기에 발견하지 못한 작용 기전을 밝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작용 기전만 명확하다면 임상의, 나아가 환자들을 임상에 참여시키는 것은 훨씬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전략은 인체에서 적용 가능한 약물 농도 수준으로 비임상 단계부터 실험이 설계돼야 한다는 것. 이 상무는 “실제로 화이자에서 여러 곳에서 임상 계획서를 받아 볼 때, 인간에게 약물로 주입할 수 없는 농도 수준의 비임상 데이터를 제시하는 곳도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세 번째 전략은 연구자 입장에서 작용기전에 대한 긍정적 데이터에만 주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이 상무 “전임상을 설계하는 독성학자나 과학자가 빠지는 오류 중 ‘효과가 없다는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효과가 있다고 간주한다’라는 명제다”며 “실제로 나 역시 작은 규모 기업에 있을 당시 긍정적인 데이터만 주목하고, 심지어 부정적인 데이터가 나올 실험은 시도조차 막는 임원도 봤다”고 지적했다.
네 번재 전략과 관련해서는 폐암, 유방암 등 뇌 전이에 주목하고 조언했다. 이 상무는 “실제로 임상의들은 뇌 전이 환자 진료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와 뇌와 관련된 연구도 전임상 단계부터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다섯 번째 전략과 관련해선 특정 약물에 대한 다양한 대사산물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 이 상무는 크리조티닙을 예로 들며 “화이자는 크리조티닙과 관련한 활성 대사산물 4개를 찾았다. Kinase assay 실험을 통해 대조군 약물은 크리조티닙을 포함해 5개 약물 각각에 4개의 세포주(cell line)를 만들어 연구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내성 유전자에 효과적인 후보 물질들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섯 번째 전략은 꼭 필요한 실험에 노력과 돈을 쓰라는 것. 이 상무는 “전임상 시험을 할 때 관성적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항암제는 굳이 발암성(carcinogenicity)’ 시험을 또 하지 않아도 된다. 동물 실험 역시 설치류(rat) 수준에서 간단한 증명만 필요하다면 개와 원숭이 실험은 생략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일곱 번째 전략은 요즘 데이터 수준에서 알 수 없는 독성 효과들이 나타난다는 것. 이와 관련해 이 상무는 “통증, 헛것 등이 보이는 것, 불면증, 성욕 저하 등은 동물실험을 해도 알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독성 연구를 통해 현재까지 독성 문제를 발견하지 못 했다는 언급은 할 수 있지만, 독성이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여덟 번째 전략과 관련해 이 상무는 “효과와 독성을 전 임상 단계에서 같이 연구해야, 약물 개발 후에 약을 투여하는 주기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