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은 시장 쟁탈전의 고성능 무기일 뿐
협업 밖에 없지만 하청으로는 뜻 못 이뤄

마라톤인데 단거리처럼 성급해선 안돼

▲6월12일 코스닥(KOSDAQ, Korea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에 상장된 'A바이오'사의 경우, 2018년 매출액이 불과 15억 원, 당기순이익은 -41억 원의 큰 결손이 났음에도 불구하고(공시자료 참조), 500원 짜리 주식을 60배나 더 많은 30,000원에 사겠다는 청약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기관 대상 청약에서 856.41대 1의 경쟁률을, 일반 투자자 대상에서 663.03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이 무려 4조3362억 원이나 모아졌다. 이게 다 '바이오' 열풍에 편승하는 조급증 때문은 아닐까? 웃는 투자자 1~2명에 우는 투자자 1000명도 넘을 것 같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왜 발생되는지 직시 했으면 한다.

▲문 대통령은 5월22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을 선포하고, 시스템반도체와 미래자동차와 함께 '바이오헬스'를 3대 중점 육성산업 반열에 올려놨다.

▲5월30일 과학기술정책연구회와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약개발 연구촉진 및 바이오경제 혁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6월4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일부 의원들(오제세·김세연 의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4차 산업혁명과 제약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6월17일 국회 윤일규 의원이 주최하고 KoBIA(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주관한 '바이오경제 시대, 글로벌 바이오강국 도약을 위한 생태계 활성화 전략 토론회'가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 또 같은 날, 국회 오제세 의원은 국회본관 귀빈식당 별실에서 '글로벌 제약산업의 위기와 대응,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하나'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퍼팅을 지나가게 치지 않으면 홀인의 기회는 아예없다. 그렇다고 너무 과감하면 되돌아오는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퍼팅 강도에 대한 고민은 바이오산업을 닮았다.
퍼팅을 지나가게 치지 않으면 홀인의 기회는 아예없다. 그렇다고 너무 과감하면 되돌아오는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퍼팅 강도에 대한 고민은 바이오산업을 닮았다.

이제 온 나라가 본격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에 열광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오로지 신약(혁신신약) 연구·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부와 국회와 투자자들이 앞장설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러한 상황의 기폭제 역할은, 한미약품이 2015년 6조원 내외, 2018년 유한양행이 1조4000억 원(이중 40%는 '오스코텍'의 권리) 등, 상상하기 힘든 초거금을 받는 계약을 맺고 선진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기술 수출한 것 등과, 요즈음 글로벌 마케팅까지 성공하고 있는 신약 '카나브'를 개발해낸 보령제약 등이 분담했다고 본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국민과 국가가 직접 손으로 만져 볼 수 있도록 실증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러 토론장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신약 연구·개발 촉진 및 육성 등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들이, 유성우(流星雨)처럼 쏟아졌다.

이를테면 ▷전문가 인재 양성 및 인공지능 기계 활용 ▷동종 또는 이종 간 협업 활성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다각화 촉진 ▷정밀의료를 위한,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과 그 내용에 대한 문호 개방 및 활용 촉진 ▷기초과학 연구 심화 ▷기초과학과 응용연구를 융합시키는 중계연구 체제 구축 ▷적극적인 자금 지원과 다양한 투자 유치수단 마련 ▷신약 연구개발 촉진 및 지원 등을 위한 신 법률 제정 및 기존 규제 혁파로 생산적·합리적인 규제 실현 ▷제조 설비와 연구·개발·기술 등의 노하우(know-how) 그리고 전문적 인재 등을 일거에 확보할 수 있는 자본 투자 활성화 또는 M&A 촉진 ▷인센티브 성격의 제반 세제(稅制) 지원 ▷R&D 중간재의 국산화 촉진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단·방법이나 전략 등에 못지않게, 깊이 냉철하게 따져 볼 개념이 있다. 신약 성공 확률이다.

신약 후보물질에서 신약 허가까지,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성공될 확률은 통상 0.01%~0.02% 정도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바이오협회'에서는 '전임상(동물실험)'을 거친 '임상 1상'의 물질이 신약으로 승인될 확률을 9.6%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 '터프츠(Tufts)' 대학에 따르면, 신약 개발을 할 때 기초연구 물질 1만개 가운데 동물실험을 하는 '전임상' 단계까지 도달하는 것은 2.5%인 250개에 불과하고, '전임상'을 통과하는 건 이보다 훨씬 더 적은 5개 정도인 0.05% 라는 것이다.

이를 보면, 신약 성공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1만개 물질 중 1~2개만이 신약으로 선택 받는다. 운이 따라줘야 하는 신의 영역 같다.

신약 성공에 소요되는 숱한 시간(적어도 10년~15년)과 엄청난 돈(많게는 수천억 원~1조원)은, 노력하며 기다리고 어떻게든 장만하여 쏟아 부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 성공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임상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러한 바이오 벤처(venture)사업에 범국가적인 기대를 걸고 그것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만난을 무릅쓰고 애써 우리가 신약을 만들어 낸다 해도, 우리보다 저만치 멀리 앞서가고 있는 다국적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신약 등과 같거나 유사한 효능효과 영역을 놓고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독점적인 혁신 신약을 만들어 내면 되지 않겠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되면 오죽이나 좋을까. 글로벌 시장을 놓고 마케팅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국민 먹거리'를 위한 일확천금의 고부가가치 창출이 녹록치 않을 것 같다.

또한, 신약은 보험약가라는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약가는 그 성격상 당연히 낮은 착한 가격을 원한다. 하지만, 고부가가치는 착한 가격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약의 고부가가치는 높은 독점적 가격이 요건이다. 서로 길항관계에 있는 것이다. 둘이 다투면 착한 가격의 보험약가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약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은 국내에서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국가가 바라는 고부가가치가 원천인 '국민 먹거리'도 해외에서 벌어들여 와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바이오신약으로 '업계를 선진화' 시키고, '부국 만들자'. 물론 좋은 과제다. 그렇지만 그 목표를 이루려면 시간과 돈과 확률 및 경쟁 등을 감내하고 뚫어야 한다. 신약사업은 마라톤 경주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는 점, 유념했으면 한다. 제약바이오 신약 연구·개발 과제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고, '물 들어올 때 배 띄워라'식으로 앞장서서 흥분시키고 다그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능력껏 차근차근, 스텝바이스텝(step-by-step)으로 매진토록 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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