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한국 온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오픈이노베이션 확대
초기 R&D 인프라부터 임상 유치까지 전방위 협력
"단기적 인력·시설 투자 아닌, 중장기 산업 육성 전략은 과제"

@freepik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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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한국 바이오 시장에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최근 로슈가 보건복지부와 대규모 투자 협력을 약속한 데 이어, 릴리 역시 5년간 5억달러(한화 약 7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확정하며 한국을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으로 점찍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한국 내 글로벌 임상시험 확대와 함께 국내 바이오텍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단발성 투자에 그치지 않도록 산업 정책의 정교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3일 글로벌 제약사 로슈(인터내셔널 리전 총괄 요르그 루프)와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9일에는 일라이 릴리(인터내셔널 사업 총괄 대표 패트릭 존슨)와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 및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로슈는 향후 5년간 7100억원, 릴리는 5년간 약 7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특히 릴리는 이번 투자의 핵심으로 바이오 벤처 인큐베이팅 플랫폼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illy Gateway Labs)'의 국내 구축을 내세우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개방형 혁신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는 잠재력 있는 초기 단계의 바이오텍에 릴리의 전문적인 연구 역량과 최첨단 실험 시설,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유하여 성장을 가속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에 도입된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게이트웨이 랩스 구축 및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상세 내용은 추후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한국 내 연구 거점(R&D)을 강화하는 이번 협약에서 눈에 띄는 점은 두 기업 모두 국내 임상시험 유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다소 주춤했던 한국의 글로벌 임상시험 입지를 다시금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에서 한국의 글로벌 점유율은 3.46%를 기록하며 전년도 4위에서 6위로 두 계단 하락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하락세에 있던 한국의 임상 경쟁력을 회복하고 글로벌 허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로슈와 양해각서 체결로 글로벌 임상시험 유치를 위한 산업 생태계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는 한국의 임상시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릴리 측 또한 "이번 협약에는 글로벌 임상시험 유치, 임상 현장의 이해관계자 및 연구자들과의 기술 교류 확대, 국내 의료기관·연구자·환자의 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이 포함돼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의 임상시험 생태계 전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자본 유입이 일시적인 호재를 넘어 실질적인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후속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투자가 많이 된다고 해서 산업이 무조건 성장할지는 미지수"라며 "정부 주도로 기술이전(L/O)을 추진하며 기업들을 연결해줄 수 있지만,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많은 파트너 중 하나(one of them)에 불과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인력 양성이나 시설 투자도 좋지만, 이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하나의 기업을 경영하듯 성장 단계별(Phase) 구분이 명확한 산업 육성 모델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이러한 디테일이 부족한 상태"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 투입도 중요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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