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ARIA 부작용은 'BBB 셔틀'로 회피
② 세포 밖 아닌 '세포 안' 진입해 Tau 공격
③ 치매 유전자→정상 유전자 교체도 가능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레켐비'와 '키순라'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①낮은 뇌 투과율과 ②ARIA 부작용 ③인지 개선의 한계라는 과제가 남은 가운데, 이를 극복할 '2세대 치료제'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23일 김민정 대신증권 제약바이오 연구원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미충족 수요를 향한 다각적 시도'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핵심 난제를 3가지로 정리하고, 이를 극복해 '포스트 레켐비'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전략을 분석했다.
뇌 속 부비트랩 'ARIA 부작용'...정면 돌파할 열쇠 찾았다
현재 시장의 주류인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치료제는 여전히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대표적 부작용이 바로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다.
레켐비는 임상에서 질병 진행 속도를 27.1% 지연시켰으나 이와 동시에 ARIA 리스크가 부상했다. ARIA는 뇌혈관 내 아밀로이드에 항체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부종(ARIA-E)과 미세출혈(ARIA-H)을 뜻한다.
특히 ApoE4 동형접합 환자군의 약 45%에서 ARIA가 관찰됐고, 항응고제나 혈전용해제를 복용 중인 고령 환자에서 사망 사례까지 보고됐다. 이 같은 안전성 우려로 유럽 EMA는 레켐비에 대해 마케팅 승인 거부를 권고하기도 했다.
ARIA 발생 원인에 대한 가장 유력한 가설은 항체 약물 뇌혈관에 침착된 혈관성 아밀로이드와 결합하면서 염증 반응을 촉발한다는 것다. 특히 항체가 충분히 뇌 실질로 침투하지 못한 채 혈관 주변에 머무르면서 부작용 위험이 더욱 커진다.
이에 대해 해법으로 부상한 기술이 바로 'BBB(혈뇌장벽) 셔틀'이다. 항체에 셔틀을 장착해 약물이 뇌혈관에 머물지 않고 뇌 실질로 깊숙이 들어가 플라크에 직접 결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뇌혈관 결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로슈의 '트론티네맙'은 TfR BBB 셔틀을 장착해 ARIA 발생률을 5% 미만으로 낮추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내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IGF1R 기반 이중항체를 활용한 BBB 셔틀 플랫폼 'Grabody-B'를 개발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뇌 실질로 들어가는 투과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타깃하는 IGF1R는 노화에 따른 발현량 변화가 적어 약효가 유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rabody-B가 적용된 파이프라인 'ABL301'은 임상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고, 뇌척수액(CSF) 내 약물 검출을 통해 실질적 BBB 통과를 입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사노피와 대규모 기술이전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일라이 릴리, GSK 등과 연이어 플랫폼 계약을 맺는 등 ARIA 리스크를 낮추는 차세대 아밀로이드 치료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J&J, 로슈, 애브비 실패한 타우(Tau)...아직 유효한 '두 가지 공략'
아밀로이드 항체가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과를 보였으나 난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렵게 BBB를 통과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더라도, 이미 저하된 인지 기능을 유의미하게 회복시키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인지 기능 저하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 것은 타우 단백질이며, 이것이 세포 내부에서 엉겨 붙어 확산될 때 본격적인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간 J&J, 로슈,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가 타우 항체 개발에 도전했으나, 대부분 임상에서 쓴맛을 봤다. 치료제 개발 실패 원인으로 타우의 'N-말단' 부위만 표적했거나, 세포 밖의 타우에만 작용하는 항체 모달리티의 한계가 꼽힌다. N-말단 표적은 타우 병리의 '초기 징후'에 불과해 질병 악화의 주원인인 타우 단백질의 응집과 확산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분자 크기가 큰 항체 치료제는 세포 내부에 있는 타우 단백질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치료제 개발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하나는 타우 응집의 핵심 구조인 미세소관 결합 영역(MTBR)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다. 세포 밖 MTBR-타우를 포착해 병적 타우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접근이다. 에자이의 '에탈라네투그'가 대표 파이프라인이며, 국내에서는 오스코텍/아델이 개발해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ADEL-Y01'이 MTBR 내 K280 아세틸화(acK280) 타우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항체로,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이다.
다른 한 축은 모달리티의 변화다. 세포 내 타우에 접근하기 어려운 항체를 대신해, 크기가 작은 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나 siRNA 등 RNA를 활용해 새포 내 타우에 접근하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 중 올릭스 siRNA와 BBB 셔틀을 결합해 세포 내 타우를 표적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BBB 플랫폼 기업 벡트-호러스와 공동연구에 착수하며, siRNA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뇌 특이적 전달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최종 격전지 'ApoE'는 어떻게 무너뜨릴까
알츠하이머 병리의 결과로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있다면, 그 병리의 출발점은 그보다 깊은 곳에 있다. 바로 DNA에 각인된 유전자 변이다.
알츠하이머의 강력한 유전적 요인은 ApoE4 유전자다. 치매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ApoE2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과 달리, ApoE4 유전자를 보유하는 경우 아밀로이드 축적과 타우 인산화를 촉진하며 뇌혈관 장벽의 붕괴가 야기된다. 특히 ApoE4 동형접합자는 일반인 대비 발병 위험도가 수십 배에 달하며, 기존 항체 치료제 투약 시 ARIA 부작용 위험도 가장 높다.
문제는 ApoE4와 ApoE2 유전자는 단 두 개의 아미노산에서 차이가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ASO나 siRNA로 단순 억제(Knockdown)하는 방식으로는 치료가 어렵다. 여기서는 DNA 수준에서 원인을 치료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필요하다.
이 고지를 점령하려는 국내 기업은 알지노믹스다. 회사는 'Trans-splicing Ribozyme'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ApoE4 RNA를 찾아내 잘라내고 정상적인 ApoE2 유전자를 이어 붙이는 'RNA 치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AAV를 전달체로 사용하여 생체 내에 투여하는 방식이며, 현재 전임상 단계로 2028년 IND 승인을 목표로 올해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