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약 실적 IR 톺아보기 | (2) 유한양행
분기 실적 부진? 라이선스 703억원이 판을 바꿨다
'YH25724'에 흔들리지 않고 전임상 파이프라인 강화

유한양행 2025년 3분기 IR보고서를 다시 들춰봤다. 작년 3월 반환된 MASH 치료물질 'YH25724'에 수 페이지를 할애했다. 하지만 4분기 해당 페이지는 통째로 빠졌다. 대신 전임상 파이프라인 현황이 빼곡히 나왔다. 두 분기 사이 유한양행이 개최한 'R&D Day'를 떠올렸다. 라이선스 비용으로 끌어올린 실적 뒤에 회사의 전략 전환이 있었다.
아쉬운 실적 끌어올린 건 '라이선스'
유한양행은 2025년 별도 기준 매출 2조1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102억원으로 57.2% 늘었으며, 당기순이익도 2096억원으로 116.7%나 증가했다. 순이익률은 10.0%로 처음 두 자릿수에 올랐다. 2023년 5.2%, 2024년 4.8%에서 단숨에 두 배로 뛴 수치다.
하지만 4분기만 떼어보면 매출 5290억원은 2024년 같은 분기(5511억원) 대비 4.0% 줄었다. 영업이익은 3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0% 늘었는데 이는 라이선스 수익 703억원이 포함된 것이다. 3분기 43억원에 비해 16배나 커진 수치다. 얀센과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 관련 마일스톤 수취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원가율은 3분기 72.5%에서 62.1%로 10.4%p 줄었다. R&D 비용이 455억원에서 747억원으로 64.1% 급증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은 라이선스 덕분이다. 당기순이익 1131억원 역시 3분기 181억원과 비교하면 6배에 달한다.
연간 영업이익 1102억원 중 라이선스 수익은 1041억원이다. 원개발사에 나눠주는 40%를 제외한 625억원이 영업이익으로 잡힌다.
글로벌 유한이라더니, 해외사업 진짜 컸다
매출을 각 사업군별로 보면 가장 두드러진 지점은 해외사업이 38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6.1% 성장했다는 데 있다. 특히 연결 기준으로 보면 원료의약품 기업인 유한화학의 매출은 2897억원으로 36.5%나 성장했다.
유한화학의 경우는 길리어드사이언스 등에 원료를 주로 납품하고 있다. 여기에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으로 판매되는 렉라자의 원료도 제공하고 있다. 로열티와 원료의 동반상승이다.
반면 헬스케어사업은 2176억원으로 9.6% 역성장했다. 3분기 IR에서도 전월 대비 24.2% 감소, 전년 대비 22.6% 감소로 부진이 뚜렷했는데 연간으로도 이어졌다.
처방용 의약품은 1조1604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했지만 성장 폭은 작은 편이다. 반면 비처방약 부문은 2301억원으로 11.7% 올랐다. 안티푸라민 시리즈 및 콘택 시리즈 라인업 집중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매출 자체가 오른 양상이다. 올해 역시 '리버올라'와 '메가비타' 등을 놓고 매출을 더 키울 예정이다.
한편 2025년 분기별 영업이익은 1분기 86억원에서 2분기 456억원, 3분기 241억원, 4분기 318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1.8%에서 8.2%, 4.4%를 거쳐 6.0%으로 일부 상승했다.
ⓒ 히트뉴스 | 자료: 유한양행 2025년 3분기·4분기 IR
숫자 뒤를 보면 달라진 구성, 다 의미가 있다?
실적 숫자를 봤다면, 뒷 페이지를 볼 필요가 있다. 지난 분기와 다른 것은 IR 자료의 구성 변화다. 3분기 IR은 9페이지 중 5페이지를 FGF21/GLP-1 이중작용제 'YH25724'에 할애했다. 약물 구조는 물론 MASLD/MASH 이중 기전, 임상 현황과 계획 등이 관련 파이프라인과 함께 빼곡하게 담겨 있다.
여기서 한 번 생각을 되감을 것은 YH25724의 배경이다.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총 8억70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됐으나 2025년 3월 베링거 측이 개발 중단 및 권리 반환을 통보했다.
유한양행은 당시 계약금 4000만달러와 마일스톤 1000만달러는 반환 의무가 없어 재무적 손실은 없다고 밝혔고 임상에서 긍정적 안전성 결과를 근거로 자체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3분기 IR에서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것은 반환받은 물질을 자체 개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그런데 4분기 IR 보고서는 구성이 바뀐다. YH25724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파이프라인 설명 내 2상 진행이라는 내용이 남아있다. 그러나 화려했던 여러 페이지의 구성이 아닌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녹아들었다. 대신 실적 페이지가 3장에서 7장으로 늘었고, '주요 전임상 파이프라인' 현황이 처음 공개됐다.
mRNA-TPD, 합성치사 분해제(TPD), 경구 비만치료제, 만성신장질환 치료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가 탐색 단계부터 후보물질 단계까지 분포해 있다.
이같은 구성 변화에서 두 가지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라이선스 703억원이 터지면서 실적 자체가 스토리가 됐다는 점이다. 3분기에는 라이선스 수익이 43억원으로 줄어들고 매출원가율이 72.5%까지 치솟으면서 실적으로 할 말이 부족했지만 4분기를 받치는 라이선스 수익이 이를 커버한 셈이다.
두 번째로 봐야 할 것은 두 분기 사이에 위치했던 애널리스트 대상 R&D Day라는 분수령과 유한양행의 새 길이다. 당시 김열홍 R&D총괄 사장은 홈페이지에는 담겨 있지 않은 슬라이드 한 장을 발표자료에 끼워넣었다.
김 사장은 '렉라자 성공에 안주한다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회사의 방향을 '개별 물질에서 플랫폼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그에 맞춰 TPD를 선택하고 키메라 테라퓨틱스 출신 조학렬 전무를 영입해 '뉴 모달리티 부문'을 신설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4분기 IR에서 전임상 파이프라인을 처음 공개한 것은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YH25724 하나를 전면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YH25724 외에도 이만큼 있다'를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R&D Day에서 선언한 플랫폼 전환의 IR 버전인 셈이다. 실제 전임상 표에 나온 mRNA-TPD, 합성치사 분해제는 조학렬 전무가 맡은 뉴 모달리티 부문의 산물이고, 경구 비만치료제와 만성신장질환 치료제는 CVRM 영역의 확장이다.
슈퍼스타가 준 '한 방', 100년만의 새 길은 '신약 팜'(Farm)
유한양행의 2025년 IR 보고서는 라이선스라는 변수가 이 회사의 실적 질감을 얼마나 좌우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4분기 라이선스 703억원이 유입되면서 연간 실적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어찌보면 라이선스발 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라이선스로도 벌 수 있는' 안정적 구조를 확보했다는 장점으로 이어진다. 연구개발 등 역시 실탄을 끊임없이 보충하는 구조다.
그 외 긍정적 신호는 해외사업의 구조적 성장(3년 연속 두 자릿수), 로수바미브의 성장, 전임상 파이프라인의 다변화다.
그러나 이번 IR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숫자가 아니라 구성의 변화다. 3분기에 베링거에서 반환받은 YH25724 하나로 미래를 보여주던 유한양행이, R&D Day를 거쳐 4분기에는 전임상 파이프라인 전체를 처음 공개했다. 조학렬 전무는 R&D Day 당시 "어차피 어려운 일을 할 거면 성공했을 때 굉장히 큰 가치를 창조하는 일을 하자. 그게 유한의 정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창립 100년을 맞는 유한양행이 IR에서 전임상 파이프라인을 처음 공개한 것은 'YH25724 외에도 이만큼 있다'는 선언이자 한 물질에 미래를 걸던 회사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100년만에 찾은 새 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