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하, 신약개발 동력 고갈" vs"품목 수 과다, 구조조정 불가피"
'산업계와 소통 좀 하자' 지적에 '하긴 하겠지만' 답은 정해졌다?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의 약가제도 개편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열린 1월의 약가토론 2R에서도 업계와 정부는 마치 X축과 Y축처럼 첨예하게 대립했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백종헌·한지아·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한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 제약업계의 의견은 하나로 귀결됐다. '제대로 업계와 이야기하면서 타격을 줄이는 방안'을 만들어달라는 데 있었다.
백종헌 의원은 환영사에서 "재정 절감만을 정책의 중심에 두는 약가 인하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며 "국민과 산업, 미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상훈 의원도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모든 정책이 성급하게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며 "상생의 대안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축사에서 '국산 신약 41개, 파이프라인 세계 3위, 기술수출 20조원 성과를 축적하며 제약바이오 강국 진입 골든타임에 놓여 있다"면서 "급격한 약가 인하 시 고가의약품 대체 처방, R&D 투자 위축,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제약업계 "생존권이 위협 받는다
신약 개발 동력도 고갈된다"
토론에 나선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급격한 약가 인하에 우려를 표했다.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은 "제약산업은 10년 전부터 모든 걸 계획해 투자하고 10년 후에야 성과가 나오는 구조"라며 "53%에서 40%로 약가를 인하한다는 건 실질적으로 20% 인하인데, 어느 산업도 이런 충격을 견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한국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체 신약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제약회사가 아직 없다"며 "국내 제약사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인 상황에서 20~25% 가격 인하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는 5가지 쟁점을 제시했다. 그 중 먼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미 혁신 생태계로 전환 중이라는 점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파이프라인 3230개, 기술수출 20조 원 등 혁신 활동이 진행 중"이라며 "현 시점에 혁신 활동이 부진한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선진국 모델로 전환하는 중"이라고 반박했다.
둘째는 2012년 약가 일괄 인하의 부작용이다. 당시 제네릭 6500여 품목을 평균 14% 인하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약화, 다국적 기업 의약품 도입 증가, 비급여 의약품 개발 증가 등 산업 구조가 왜곡됐을 뿐이라며 재정 절감 효과도 단기간에 불과했고 고가 의약품 사용 증가로 오히려 재정 지출이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외 사례에서의 문제 역시 김 대표가 꼽은 문제의 지점이었다. 정부가 제시한 40~50% 약가 수준의 일본은 품목 23%에서 공급 부족·생산 중단이 발생했고 프랑스는 신규 제네릭의 15%만 자국에서 생산하는 상황에서 자국 제조 기업이 있는 우리나라를 수입 의존 국가와 단순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네번째로는 약가 인하 영향이 매출 상위 기업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상위 기업들은 이미 R&D 투자 비율이 10% 이상이고 바이오벤처 재정 지원도 담당한다"며 "혁신 생태계로 전환 중인 기업이 오히려 최대 피해자가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정책 시행 방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기업이 예측 가능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국산 원료의약품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산 원료 사용 약가 가산을 필수의약품 외 다른 의약품으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중견 제약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약가 인하 대상 품목의 70% 이상을 중소·중견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어 체감 부담이 가장 크다"며 "매출 급감으로 약 2만15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 이사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동구바이오제약 사례를 들었다. 단순히 약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사업화를 돕는 전략적 투자자(SI) 역할을 수행하는데 약가가 인하되면 자연스레 투자 재원이 가장 먼저 없어진다는 주장이다.
조 이사장은 "제도 시행 유예와 영향평가 실시, 국산 전문의약품 선도기업 육성 정책 병행, 중소·중견 제약사의 SI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여기에 학계 역시 힘을 보탰다. 권혜영 목원대 교수는 재정의 관점에서 가격을 깎는 식의 개편은 결과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의 핵심은 제네릭으로 정의하고 재정을 절감하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이지만 '가격'(Price)과 '비용'(Cost)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그는 40%, 50% 같은 일률적 산정률은 원료 조달 비용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권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가격을 낮추면 시장에서 더 많이 사용되도록 하는 미국의 사례처럼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격을 낮춰도 시장에서 많이 쓰이지 않고 리베이트를 많이 주는 곳에서 쓰인다는 일침을 던지기도 했다.
이 밖에 급여 적정성 재평가의 사실상 폐지는 사실상 좋은 약을 복용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에 맞지 않을 뿐더러 해외 약가 비교를 통한 주기적 약가 조정은 가치 평가가 없는 정책 방향임을 지적하며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에 우려를 표했다.
업계의 주장에 정부는 '반박'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업계와의 논의를 이어가겠다면서도 제약사들의 우려에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과장은 "이번 개편안은 단순한 재정 절감 목표가 아니라 약가 제도의 구조적 변화를 목표로 한다"며 "신약이나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약가 조정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그는 "당시 약제비나 제품 전체 금액이 줄거나 일단 영향은 없었고, 약제비 비중이 다시 증가한 것도 아니다"라며 "만성질환 약제비 영향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제네릭 품목 수 과다 문제도 지적했다. 김 과장은 "시장 규모 100억원대 약재에 평균 100여개 품목이 등재돼 있다"며 "500억원 이상 1000억원 이상 규모 약재에도 약 100개 정도 품목이 있는데, 이것이 환자 접근성이나 제약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맞는 방향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가산 우대책의 취지도 설명했다. 김 과장은 "조정되는 산정률 대비 격차를 두고, 현재 1년인 우대 기간을 3년 플러스 알파로 늘리려는 것"이라며 "국내 제약산업이 신약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제네릭을 같이 하는 기업이 많은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 우려에 대해서도 "국가 필수의약품의 원가 보전 기준 손질, 대상 확대를 제도 개선 방안에 담고 있다"며 "저가 의약품이나 단독 등재 등 수급 안정이 필요한 품목은 최대한 제외하고, 필요한 약가 조정은 충분한 예고를 통해 공급 불안정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 과장은 마지막으로 "주기적 약가 조정은 해외 약가 비교만이 아니다"라며 "2012년 이후 전체적인 개편을 해본 적이 없는데, 예측 가능하도록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