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 의료계 "청소년 위해성 관리 계획 논의 필요"

식품의약안전처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 세마글루티드)의 '12세 이상 청소년 적응증 확대'를 주제로 열린 중앙약사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위고비 오남용 방지 대책 관련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지난달 24일 중앙약심 회의록을 공개했다. 안건은 '위고비의 유효성·안전성 관련 자문'으로 생물의약품 분과(유전자재조합의약품 소분과) 위원 9명과 참고인 1명, 식약처 관계자 6명이 배석했다.  

중앙약심 위원은 서두에서 "비만도 질환이며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적 필요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다른 위원은 "의료 현장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약심 위원 사이에서는 "부작용으로 알려진 급성 췌장염에 대해여 질의한다", "비만환자에서 위고비 투여 관련 정신질환 부작용이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지만 우려 된다" 등의 발언이 나왔다.  

문제는 임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앙약심 위원들이 위고비 청소년 대상 임상 3상 데이터를 숙지하지 않고 회의에 참여한 모습이 보인다는 지적이 들린다. 

임상 전문가(의사, 보건위생학)는 "유럽의약품청(EMA)의 위고비 허가 사항을 살펴보면 성인과 청소년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다르지 않다"며 "즉 성인에서도 급성 췌장염, 정신질환 등의 매우 드문 부작용이 있지만 비만 치료라는 유익이 더욱 크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 규제 당국이 품목 허가를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들이 급성췌장염, 정신질환 등의 부작용 우려를 막연히 제기하는 것은 회의 전 위고비 임상 3상 데이터 관련 자료 숙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며 "이는 비만 치료 목적의 위고비를 둘러싼 억측과 불안감 유도할 수 있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식약처 측은 중앙약심 위원들의 지적에 "급성췌장염의 경우 성인 대상 임상시험에서 빈도가 '흔하지 않음'으로 확인된다"며 "청소년 대상 임상시험에서도 급성췌장염이 보고된 바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청소년 대상 임상시험에서 정신질환 관련 부작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앙약심에서는 단편적인 부작용 증상만 나열됐을 뿐 '청소년 오남용 방지' 관련 위해성 관리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식약처 전 임상심사위원(의사)도 "식약처 답변도 청소년 134명 대상 3상 임상 시험 자료에만 기반해서 이뤄졌다. 심층적인 데이터를 제시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위원들은 이조차도 숙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회의 초반부의 문제 제기가 단편적으로 이뤄진 결과, 정작 비만이 아닌 건강한 청소년이 위고비를 처방받아 오남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포함한 위해성 관리 계획 등 장기적 대책 마련 등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중앙약심 후반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원들은 "위고비 허가사항에는 청소년 저혈당증도 반영돼있다", "자살 충동 관련 주의사항을 국내 허가 사항에 고려해달라"고 발언하는 대목이 이어졌다. 

또다른 임상 전문가(의사)도 "위고비는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고 허가한 의약품으로 임상 3상 안전성 평가에서도 저혈당증, 자살 충동은 중대한 이슈가 아니다"며 "그렇다면, 중앙약심의 논의는 우리나라 청소년 문화의 특성을 고려한 오남용 방지를 위한 위해성 관리 계획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핵심 주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들이 내과, 가정의학과에서 미용 목적의 위고비를 처방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청소년들이 1년 이상 장기복용했을 때 발생할 만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들이 있어야 하지만 중앙약심에서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임상 3상 데이터로 이미 입증된 수준의 논의들만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아내분비 학계에서도 같은 맥락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지역 상급종합병원 소아내분비학과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는 청소년 비만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100kg가 훌쩍 넘는 청소년 비만 환자들은 2형 당뇨병부터 심혈관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청소년 비만을 고치지 못할 경우 30대에 심근경색 등 위험에 더욱 빨리 노출될 수 있다. 청소년 비만 환자들에게는 위고비가 효과적인 의약품"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중앙약심에서 나열된 부작용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쟁점이 많다"며 "특히 위원들이 급성췌장염은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부작용으로 지목했다면 이를 처방의 영역에서 어떻게 줄일 것인지, 성인이 아닌 청소년 대상의 위해성 관리 계획은 무엇에 중점을 둬야하는지가 나와야 한다. 공포심만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보다는 장기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중앙약심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 측은 "위고비 청소년 적응증 확대와 관련 중앙약심에서 소아 청소년 전문가도 참여했다"며 "유익성과 위해성을 고려한 소아 청소년 비만 치료제의 필요성 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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