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략 가속화 위해 사내 역량 집중
제형변경부터 적응증 확대까지 매출 '역주행' 노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로부터 2878억원이나 주고 인수한 항암제 '탁소텔'을 놓고 보령(대표 김정균)이 전사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며 글로벌 전략을 가동하는 것인데, 종전 국내 제약사와 다른 전략, 다른 행보라서 주목받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탁소텔과 관련, 사내 TF를 꾸리고 글로벌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보령이 9월30일 빍힌 사노피와 맺은 계약은 판권, 유통권, 허가권, 상표권 등 탁소텔과 관련한 전방위적 권리를 담고 있다. 회사는 한국, 중국, 독일, 스페인 등 19개국과 남미·중동 지역에서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는 대로 탁소텔 사업 전반을 책임질 예정이다. 여기에 생산은 예산 캠퍼스에서 탁소텔을 직접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유통·판매할 예정이다.

금액이 큰 데다가 인도 등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세계에 가까운 권한을 차지한 만큼 회사 내에서도 해당 품목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약보다 '검증된 항암제'... '판매 라인'을 얻었다 

업계는 이번 인수가 기존 국내 제약사들의 접근과 결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통상 국내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을 국내서 자리잡은 뒤 해외 진출을 노리는 방식을 추구한다. 시장에서 새로 나온 제품의 인지도와 임상데이터를 축적하면서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보령은 이미 구축된 글로벌 유통망과 판로를  한 번에 확보하면서 처음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무게중심을 뒀다. 제품 자체의 글로벌 수출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점은 국내 제약사의 흐름과 사뭇 다르다.

보령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장에 출시된 지 오래된 항암제를 선택한 배경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는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탁소텔은 1995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유방암, 전립선암, 위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널리 사용돼 온 대표적 항암제다.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에도 등재돼 있을 만큼 세계 임상 현장에서는 '근본약'으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사노피 기준 탁소텔의 지난해 매출은 전세계 7000만유로, 약 1154억원이다. 이미 제네릭이 수없이 등장했지만 최근 들어서도 큰 폭의 매출 하락이 없는 편이라는 분석이다. 항암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치료과정에서 오리지널 선호도가 높다. 제네릭이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받았지만 의료진이 관리할 수 있는 '검증된 부작용'과 품목 자체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는 있다는 가정이다. 

물론 신약 개발로 큰 성장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실제 발매가 된다고 해도 세계 시장에서 블록버스터로 자리잡는 것은 불확실성이 높다. 여기에 현재 보령의 항암 관련 파이프라인은 BR2010, BR2011 그리고 이보다 개발이 빨랐던 BR2002 등 세 개다. 그러나 BR2002만이 2상에 들어갔을 뿐, 나머지 두 물질은 공식 홈페이지 기준 디스커버리 단계다. 보다 검증된 시장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둘째는 회사가 보여줄 수 있는 기술력으로 추가 매출을 이끌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미 2021년 젬자, 2023년 알림타 등 글로벌 오리지널 항암제를 인수한 뒤 제형 개선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희석해서 사용해야 하는 기존 분말 형태를 액상주사제로 바꿔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탁소텔 역시 제형 변경이나 병용 요법 등을 통해 추가 가치를 창출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보령은 무알콜 제품 등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제형 변경 등 시장에서 아직 통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후속 제형 개발과 병용 전략, 새 적응증 연구 등 이미 쓰인 약의 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현재의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글로벌 유통망 확보다. 실제 품목의 권한을 가져오면서 제 가치보다 비싸게 사는 것은 아니냐는 일각에 우려도 있었지만, 내부에서도 이번 딜이 성사됐던 데는 제품 뿐만 아닌 그동안 여러 국가와 유통 라인을 가져올 수 있는 점이 한 요소가 됐다는 추정이다.

이미 글로벌에서 구축된 유통 라인은 회사 입장에서 기회다. 실제 2009년 회사의 대표품목인 '카나브'가 개발될 때 당시 보령은 해외 진출을 맨땅에서 시작했다. 그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동시에 개발되는 제품이나 이미 나와 있는 품목을 이 라인을 통해 진출 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LBA로 가능성 봤다

처음부터 '해외' 눈돌린 전략 성공할까

해당 전략은 제네릭으로 유명한 글로벌 빅파마 테바의 사례와 유사하게 보기도 한다. 실제 테바는 단순히 제네릭 뿐만 아닌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권을 인수해 자체 생산하고 글로벌 시장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여기에 주요 제품의 경우 현지 제약사에 거점을 두고 시장 내에서 파이를 키운다. 국내의 한독테바, 일본의 다케다테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국내 영업에 집중된 우리 기업 중에는 이런 사례를 본격화한 사례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보령의 전략은 결국 국내의 성장세는 유지하되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고 다시 두 분야에서 나온 전략을 새로이 신약개발이나 해외 역량 등에 쏟으려는 복안으로 보인다. 기존 품목의 품목허가권을 들여오는 LBA전략으로 어느 정도 주목을 끌었다면, 이제는 이를 확장시켜 세계 시장까지 노리려는 셈이다.

여기에 보령의 예산캠퍼스는 이미 EU-GMP 인증을 받은 만큼 향후 공급에도 어느 정도는 판이 깔리기도 했다.

업계는 보령의 이번 시도가 성공할 경우 국내 제약산업의 새로운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제네릭을 생산하거나 기술수출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검증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해 직접 생산·판매하는 방식이 하나의 성장 경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반응은 이같은 이유로 나온다.

AD 실시간 제약시장 트렌드, 데이터로 확인하세요. 제약산업을 읽는 데이터 플랫폼 BRP Insight

키워드

#보령 #탁소텔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