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 토론회

할인 요구·대금 지연 등 간납업체가 불공정 요구
복지부·공정위, 공정거래 조사 필요성 공감...법적 근거 마련 필요

의료기기 업계는 "공급 과정에서 간납업체가 갑(甲) 위치를 이용해 불공정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이 29일 주최한 '공정하고 투명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①계약서 대신 구두·이메일로 가격을 정하거나 ②과도한 할인율과 대금 지연을 강요하는 사례가 공유되며 업계의 어려움이 집중 부각됐다.

(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성민 부위원장, 고재용 부장, 채주엽 율촌 변호사, 오인규 기자
(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성민 부위원장, 고재용 부장, 채주엽 율촌 변호사, 오인규 기자

윤성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부위원장은 "A 업체가 B 병원에 의료기기를 공급하려면 C 간납업체의 유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계약서가 아닌 구두나 이메일로 가격이 정해지고 재고 관리 등 모든 책임을 A 업체가 맡게 된다"고 말했다.

윤 부위원장에 따르면 심지어 공급업체에게 10% 할인율을 요구하고 대금결제 기한을 1년 이내로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공급업체가 제약업계를 예시로 대금결제 기한을 6개월 이내로 설정하면 할인율을 15%로 늘려달라고 강요한다.

공급업체도 불합리한 계약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투자한 비용과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료기기를 공급해야 되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윤 부위원장은 "지난 국회에서도 의료기기법 개정안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항상 무산됐다. 의료기기 산업의 더 많은 연구개발(R&D)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법안 발의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재용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부장은 일반 간납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대형 전문·재단 관련 간납업체의 불공정 거래를 습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 부장은 "3년 매출 평균이 80억원 이하면 소기업으로 분류되는데 94%가 소기업에 해당한다"며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공정한 유통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연수 공정위 조사관(왼쪽)과 강준혁 복지부 과장.
임연수 공정위 조사관(왼쪽)과 강준혁 복지부 과장.

채주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지난 2021년 업체 절반 이상이 서면 계약으로 계약을 진행한다고 답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해 의료기기가 발전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공정위는 업계의 어려움과 불공정한 유통 방식을 규제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하면서도 이해관계자 간 협의와 법적 근거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임연수 공정위 시장감시정책과 조사관은 "공정거래 조사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의료기기는 가격대가 높아서 당사자 간 자율 계약에 기반한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모든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만약 협의 없이 규제가 적용되면 간납업체의 반발로 인해 기존보다 더 정도가 심한 불공정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임 조사관의 의견이다. 그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실태조사를 시행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준혁 복지부 약무정책과 과장은 "산업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 확보가 우선이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많은 문제가 있는데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식약처·공정위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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