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제약 Vol.33 |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 매출공시

<히트뉴스> 보도자료 분석 코너 '주간제약' 시간입니다. 제약업체들이 지난해 실적을 하나둘씩 보여주고 있습니다. 잠정실적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는 잠정실적을 알려주는 보도자료와 그 사이 숨겨진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주간제약이 꼽은 보도자료는 이것입니다.

 

대웅제약,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 달성… 매출·영업익·이익률 '역대 최대'

대웅제약이 2년 연속으로 매출,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이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대웅제약(대표 이창재∙박성수)는 2024년 개별 기준 매출액 1조2654억원, 영업이익 1638억원, 영업이익률 13%로 1년만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고 10일 밝혔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 성장하며 영업이익률도 18% 상승했다.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주요 품목들의 뚜렷한 성과와 글로벌 시장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나보타'의 지속적인 성장이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이끌었다. 각각 2022년, 2023년 출시한 국산 신약 '펙수클루' 및 '엔블로'와 국민 간장약 '우루사'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실적을 견인했으며 나보타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성장하며 '메이저 톡신'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펙수클루 3년차에 1000억 블록버스터 등극, 우루사도 1000억 달성 예고

대웅제약의 전문의약품 라인업은 860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재확인했다. 신약 펙수클루, 엔블로를 필두로 크레젯, 다이아벡스 및 릭시아나, 세비카 등 코프로모션 품목까지 고른 성장을 바탕으로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는 지난해 국내와 글로벌 합산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며 출시 3년 차에 연간 매출 1000억 블록버스터 품목에 등극하는 기념비적 성과를 거뒀다. 펙수클루는 기존 PPI 제제의 단점인 느린 약효, 짧은 반감기, 낮은 복용 편의성 등을 개선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산 36호 신약 엔블로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며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바탕으로 SGLT-2 억제제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우루사는 96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올해 1000억원 달성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엔 간 기능 개선 뿐아니라 코로나19 예방 및 중증 진행 억제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위절제 위암환자의 담석 예방과 효과로 한국 위암 치료 가이드라인에 등재되며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중략)

디지털 헬스케어·혁신 신약 개발 등 미래성장동력 발굴 강화

대웅제약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고령화 등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선도하며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국산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최초로 '원격심박기술에 의한 감시(EX871)' 보험수가를 획득한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를 비롯해…

(이하 생략)

* 해당 보도자료 내 생략된 부분, 히트뉴스 기사 작성 형태 외에는 원문을 그대로 살리는 쪽으로 작성했습니다.

 

별 것 아닌, 조금은 자랑이 섞인 보도자료처럼 느껴집니다만 회사가 보내온 이 자료 안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제법 들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 '3관왕'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은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떠올릴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간단히 설명을 하면 매출은 상품을 판매한 전체 금액,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영업 관련 비용을 차감한 금액,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영업과 관련없는 수익 글고 비용을 적용한 뒤 법인세를 차감하는 형태입니다. 

회사가 전자공시시스템에 밝힌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잠정실적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크게 늘어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을 보면 2024년 431억원으로 전년 1115억원 대비 61.29% 줄어든 것으로 나옵니다. 

보도자료를 두고 제약업계 일각에서 트리플 크라운으로 볼 수 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매영순'이 아니라는 겁니다.

보도자료에 왜 중요지표인 당기순이익이 없느냐를 묻기 전 찾아봐야 할 것은 '왜 이런 실적이 나왔느냐' 입니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대웅제약 홈페이지 안에 실린 IR 자료를 찾아봅니다.

회사가 기업 홈페이지에 공개한 실적 관련 요약 내용. 여기서도 당기순이익의 감소 사실은 나와있지만, 그 이유는 스크롤을 내려 계정을 찾아봐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기업 홈페이지에 공개한 실적 관련 요약 내용. 여기서도 당기순이익의 감소 사실은 나와있지만, 그 이유는 스크롤을 내려 계정을 찾아봐야 짐작할 수 있습니다.

4분기 기업 실적 자료를 다운받아 연간실적 요약을 찬찬히 들여다 봅니다.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스크롤을 몇 번이고 넘겨 이유를 찾아봅니다. 재무상태표 안에 흥미로운 숫자가 하나 눈에 띕니다. 재고자산 등도 줄었지만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투자자산과 유형자산, 무형자산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자산 내 들어있는 항목이 감소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궁금한 마음에 실적 발표 다음날 질문을 던졌고, 답이 왔습니다.

2024년은 비용 처리와 관련한 부분에서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했다. 이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략) 다양한 분야에서 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연구개발비용을 자산화하지 않고 비용으로 처리했다.

이유를 찾았습니다. 더 많은 내용은 충분한 취재가 필요한 부분이고,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을 듣고 있어 취재가 끝나기 전까지 말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짚을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먼저 당기순이익 감소 이유를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회사의 내부사정이 있다는 점, 실제 한국의 아주 많은 기업이 적용하는 보고서 회계기준인 K-IRFS 상 계정의 변경 과정에서 여지가 많다는 점, 상대적으로 당기순이익은 변동폭이 크고 영업이익 대비 중요도를 높게 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 결과는 옳고 그름의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생각할 문제는 그 결과를 숨겨뒀다는 데 있습니다. 보도자료의 내용을 믿는 사람들은 중요도와 달리 회사의 내용을 알고 싶어합니다. 특히 투자자라면 더 그렇습니다.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어느 정도의 상황 정도는 공개가 돼 있어야 단돈 몇만원, 몇십만원이라도 내 돈을 맡길 가치가 있다고 느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 것은 괜한 오해를 부르기 쉽습니다. 정확한 내용을 찾아보기 위해서는 <히트뉴스>가 실제 찾았던 방식을 그대로 하거나, 기업설명회에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생계라는 무게를 얹고 살아가는 일반 직장인들에게 그런 기회가 쉽게 나지는 않겠지요.

비슷한 보도자료를 보냈던 다른 회사 관계자는 결국 주가 방어와 관심도 환기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한 번 더 짚어봅니다. '유사한 보도자료를 보냈다'는 뜻은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이 이같은 형태의 '좋은 점수는 높이고, 낮은 점수는 숨기는' 보도자료 를 전하고 있다는 점과 이어집니다. 최대실적이나 선방 같은 단어 안에 숨겨진 의미는 결국 전자공시시스템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반복하게 하는 셈입니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속담이 대명천지 ESG 시대에 맞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부 회사는 자사 실적을 있는 그대로 표기합니다. 물론 부가적인 설명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수치를 미표기하지는 않습니다. 한 회사의 보도자료입니다. 이런 보도자료가 업계 입장에서는 '애교 넘치는 보도자료’가 된 것은 이런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00제약 2024년 실적 관련 보도자료 일부

00제약은 2024년에 전년 대비 0.0% 증가한 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신제품 출시와 기존 개량신약의 지속적인 성장이 나타낸 결과다. 특히 0000의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회사의 전반적인 이익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0.0% 증가한 0억원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일회성 요인의 증가로 0억원(전년 대비 감소 수치)으로 마감했다. 이는 향후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 창출에는 영향이 없다.

 

다만 이같은 문제를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가 문제를 생각해봅니다. 네. 이건 언론의 반성문이기도 합니다. 보도자료를 확인한 뒤 실제 공시 혹은 공시와 함께 나오는 기업설명회 자료를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찾아내는 과정은 단순히 새로운 기사 이전에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그래야 숫자가 말하는 이야기를 한 번 더 묻고, 명확히 그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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