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바이오 벤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텍들이 벤처캐피탈(VC)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델은 지난 1일 1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 유치에는 기존 투자자인 스톤브릿지벤처스, KDB산업은행이 참여했으며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민트벤처파트너스 등이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투자금은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타우 항체 'ADEL-Y01'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임상 1상 비용과 후속 신약 파이프라인 APOE4 항체 'ADEL-Y04'의 전임상 연구개발(R&D)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한 바이오 투자심사역은 "치매 치료제는 대규모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항암제 시장 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글로벌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질환인 만큼, 국내 VC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들은 투자 혹한기 상황에서 꾸준히 VC들로부터 투자를 유치받은 바 있다. 앞서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지난해 4월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시리즈A 라운드에는 우리벤처파트너스(전 KTB네트워크), 아주IB투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데일리파트너스 등 이전 프리 시리즈A 라운드에 투자했던 기존 투자자들이 모두 참여했다. 신규 투자자로는 KDB산업은행, 스틱벤처스, 쿼드자산운용, GS벤처스, NH투자증권, 원익투자파트너스, LSK인베스트먼트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퇴행성 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밀로이드솔루션은 2022년 5월 총 45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회사 측은 2017년 9월 설립 이후 시리즈A, B 등을 포함해 총 81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퇴행성 뇌질환 리보핵산(RNA) 신약 개발 기업인 바이오오케스트라는 같은 해 2월 545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에 따르면 재무적 투자자(FI)로 데일리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고, 전략적 투자자(SI)로 GS홀딩스, 종근당홀딩스, 종근당이 증자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2021년부터 지금까지 아두헬름, 레켐비, 키순라 등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출시된 가운데, 알츠하이머병 신약 성공의 가능성에 주목한 VC들이 관련 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기업 대표는 "작년과 올해 레켐비와 키순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들의 매출 추정에 있어 조 단위 이상의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는 시장 예측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에 VC들도 알츠하이머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를 전공한 한 바이오 투자심사역은 "VC들은 신약 분야에서 아직 블루오션인 치매 치료제 개발 기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동안 일시적 증상 완화만 가능한 도네페질 등 약물밖에 없었지만, 최근 아밀로이드 베타(Aβ) 항체를 비롯한 원인 조절 치료제(DMT)가 시장에 등장했다. 이 분야에 대한 VC들의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