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ㆍ클래시스ㆍ루트로닉 등 M&A 성과에 실적 더하며 선호도↑
'수술용 AI 플랫폼' 휴톰, 'K-에스테틱' 바임 나란히 몸값 1000억 돌파

2024년 1분기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투자 시장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의료기기, 즉 '메디테크' 기업의 약진으로 꼽을 수 있다. 그간 신약 연구개발(R&D) 기업의 그늘에 가려 바이오 투자 시장 변방에 있었지만 올해 들어 당당히 주류의 반열에 올라섰다.

메디테크 기업의 득세는 바이오 투자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가리킨다. 그간 대세였던 신약개발은 상당한 업사이드를 기대할 수 있지만 리스크가 크다.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하며 사업 초기부터 '매출'을 인식하는 메디테크 매력도가 높아졌다. 상장 메디테크 기업의 연이은 인수합병(M&A) 빅딜도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28일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주금 납입일 기준) 총 14곳의 국내 비상장 메디테크 기업이 1171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작년 1분기엔 메디테크 기업의 조달 성과가 한 곳도 없었는데 올해 들어 급증세를 보였다.

이 기간 전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 조달액 3885억원의 약 30.1%를 차지했다.  조달 성과만 놓고 보면 헬스케어(1914억원) 다음이었다. 올해 들어 회복세로 들어섰던 비상장 바이오 투자 시장에서 시장 전통의 강자였던 신약개발 기업이 펀딩 시장에서 주춤했는데 이 자금이 온전히 메디테크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메디테크는 진단 및 치료 때 의료 전문가를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여러 장비나 기술, 설루션을 뜻한다. 큰 틀에서 보면 전반적인 건강 관리를 뜻하는 헬스케어 영역의 하위 부류다. 그러나 IT나 네트워크가 아닌 직접적인 제ㆍ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점에서 헬스케어 기업과의 차이가 나타난다.

이 기간 자금 조달을 마친 14곳의 기업 모두 사업 초기부터 확실한 '아이템'을 확립하며 투자자를 확보했다. 이 기간 205억원을 조달하며 메디테크 기업 가운데 톱픽으로 올라선 휴톰(시리즈 C)으로 시작해 시드로 소액 자금을 모은 비비드헬스도 마찬가지였다.

휴톰의 수술 네비게이션이 구동하는 모습 / 그래픽=휴톰
휴톰의 수술 네비게이션이 구동하는 모습 / 그래픽=휴톰

휴톰은 위암 로봇수술 대가 형우진 연세암병원 교수가 2017년 설립했다.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통합 수술 플랫폼'을 앞세운다.  통합 수술 플랫폼은 연세암병원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 임상을 마치고 이미 현장에서 사용 중이다. 일찌감치 사업화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번 시리즈 C 라운드의 투자 후 기업가치(포스트 밸류에이션)는 1315억원을 기록했다. 추후 조달 상황에 따라 충분히 유니콘 상장을 노려볼 수 있는 규모다.

올해 초 200억원을 모은 바임 역시 투자 후 기업가치 1000억원 고지를 넘었다. 기존 투자자인 에버마운트캐피탈매니지먼트가 자금 조달 목표액 전액에 대한 팔로우온(Follow onㆍ후속 투자)을 확정하면서다. 바임은 결절의 발생 위험도가 낮은 'PDLLA'를 기반으로 하는 필러 제조 기술을 적용해 주력 제품인 '쥬베룩'으로 일찌감치 매출을 내고 있다.

비비드헬스는 시드 투자를 마무리한 지 한 달 만에 국내 3호 디지털 치료기기(Dtx) 품목허가를 따냈다. 비비드헬스가 개발한 비비드 브레인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시야장애를 개선하는 디지털치료기기다. Dtx는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땐 신약과 의료기기 회색 지대에 있었는데 2022년 말을 기점으로 의료기기로의 분류가 마무리됐다. 

메디테크 기업의 초기와 후기 투자를 가리지 않고 성과를 낸 점은 이들보다 앞서 상장한 메디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M&A가 이뤄진 것도 한몫한다. 

2021년 GS그룹이 경영권을 확보한 휴젤, '슈링크'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평정한 클래시스, 미국에서 K뷰티의 선봉으로 자리잡은 루트로닉 모두 조 단위를 넘거나 이에 가까운 몸값을 책정받았다. 이밖에 제이시스메디칼과 파마리서치 등 메디테크 기업들도 시장에서 속속 M&A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투자자들에게 IPO 외에도 M&A로 엑시트(EXITㆍ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점은 투자 판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라며 "성공 가능성과 자금 회수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신약 R&D 바이오텍보다 경영 전략을 정비하면 실적에 기반한 업사이드가 많은 에스테틱 기업에 매력을 느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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