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복용·일자 배분 장점에… 개인정보·의약갈등 문제 소지까지 회피
희미해진 판매주도권 역전 판 흔들기 나서나
최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소분 실증특례 사업 자격을 얻으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약사회가 '의약품-건기식-상담 과정'을 연결하는 사업을 준비하며 칼을 가는 모양새다. 약국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건기식의 입지를 이번 도전으로 세워보겠다는 각오다.
대한약사회는 20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소분 관련 실증특례사업 관련 진행상황과 계획을 밝혔다.
건강기능식품 소분 등을 담고 있는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실증특례사업은 2020년 4월 27일 처음 시작돼 현해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시범 운영중이다.
약사회는 사실 사업 초기 건기식 소분 사업을 반대해왔다. 그러다 2022년 최광훈 회장 집행부가 시작되며 찬성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약국에서 건기식의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반대를 이어간다면 결국 시대에 뒤쳐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실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시장 규모는 6조1429억원으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6조원대를 돌파한 상황이다.
약사회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실증특례 사업단장인 조양연 부회장은 이 날 협회가 추진할 사업의 개요를 먼저 공개했다.
7월 5일부터 2년간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서는 1차 사업 약국에 13개소가 참여한다. 협회는 이번 사업에서 지역약국 소속 상담 약사가 약학 지식과 고객의 보건의료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약품-건강기능식품 통합 건강 상담을 진행하고 소비자의 건강 상태에 최적화된 건강기능식품을 추천, 소분, 판매, 사후 안전관리까지 진행하는 '지역 약국형 건강관리서비스 모델'을 구축한다.
약국은 약사회가 만든 전산 상담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 의약품 복용 및 건강기능식품 섭취 여부, 병용금기, 일일 섭취량, 기능성 중복 등을 잡아내 기록한다. 이후 프로그램과 연동되는 의약품 겸용 혹은 건강기능식품 전용 자동조제기 등을 이용해 외부 건강기능식품 제조회사와의 차별성을 준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를 위해 개별 약국별로 보유한 건강기능식품을 소분할 수 있도록 고시형 원료 68종과 개별인정형 원료 252종 전체 리스트를 추가하는 알고리즘 개발을 진행중이며 기능성 성분에서도 독성학적 기준치가 낮은 성분을 적용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개인정보보호, 소비자용 어플 제공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약국 대상 지원 물품 제작, 약사 대상 전문가과정 개설, 관련 학술대회까지 예정하는 등 후발주자의 기선 잡기에 나서겠다는 게 조 부회장의 말이다.

멀어지는 건기식, 약사 주도권 잡을까
적극 참여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특히 이 날 조 부회장이 밝힌 내용은 사업이 성공할 경우 제약업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약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약국이 현재 실증특례사업에 가지고 있는 장점은 의약품의 소분에 맞춰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한 약을 며칠분 조제할 경우 일자에 맞는 건기식 제공이 가능하다. 일선 업체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단순히 10일분, 30일분을 처방하는 것과는 달리 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동시에 건기식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이다. 여기에 약과 함께 즉석에서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건기식 전용 조제기 혹은 의약품과 병용할 수 있는 캐니스터를 넣을 수 있다는 것도 또하나의 메리트로 작용한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약 3개월에 걸쳐 보건당국과 논의를 진행했으며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로부터 의약품과 건기식이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검사결과를 받는 등 준비를 해왔다.
그 외 일어날 수 있는 약사의 의사업무 침해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 준해 활동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맞추기까지 했다.
이같은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질 경우 건기식 업체 역시 약국 제공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이는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해 이어져오는 이슈와 마주하기 때문이다.
건기식 사업이 성장하면서 나오는 여러 고민에는 판로 확보, 건기식의 품질 인식, 개별인정형 원료의 홍보 필요성 등이 대두된다. 너무 많은 제품 사이에서 어떤 것이 좋은 제품인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새로이 나온 개별인정형 제품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이다.
일반의약품+건기식, 전문의약품+건기식 조제라는 약사 고유의 행위가 만들어지면 제약사 혹은 식품회사의 건기식을 팔 수 있는 판로를 구축하는 동시에 간접적으로 약사가 해당 제품을 인정하는 이미지가 만들어져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더욱이 알리고 싶은 개별인정형 원료 사용 제품 역시 환자의 나이, 증상, 연령, 지역에 따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다. 약사 역시 수익과 동시에 '드럭머거' 등의 이론을 활용해 상담을 이어가고 고정고객을 확보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미국에서 처음 제시된 임상약학 관련 이론으로 약물이 몸 안에서 분해-흡수-배출되는 과정에서 체내 필수 영양소를 고갈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 치료제를 먹는 경우 성분에 따라 비타민D, 칼륨, 아연, 코엔자임Q10 등이 고갈되며 해당 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피로나 무기력이 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이나 약국 등에서는 약물과 함께 먹으면 좋은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기도 한다.
당장은 사업 성공 가능성을 봐야 한다지만 꾸준히 단절되고 있는 이 시장에서 약국이 약의 주도권 뿐만 아닌 건기식의 주도권과 협상력 등을 자연스레 가지는 셈이다.
다만 건기식 소분 시범사업에서의 불안은 남아 있는 상태다. 해당 사업 자체가 데이터를 구축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만큼 초기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얼마나 입력하느냐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과제로 남는다.
여기에 아직 건기식 소분이라는 사업에 불만을 가지고 있거나 비판적인 약국가를 설득해 수를 늘리고 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 밖에 건기식 구입을 위해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주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소분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 세대가 주축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업계에서도 건기식 소분 사업의 경우 생각보다 평균 수익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약국 내 활용 가능성은 높지만 이것이 사업 약국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회원들의 참여도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 때문에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