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정부, 연구소, 임상기관, 제약사 공동 목표로 진격
스카이코비원의 또다른 교훈은 '신약개발 속도와 승자 독식'

 검은 토끼의 해                               
 마음 열고, 협력하며  신나게 달리자  

개방형 혁신의 전제는 상호 협력이다. 새해 아침 히트뉴스는 협력의 가치를 품은 과거지사이자, 미래를 향한 현재 진행형인 3가지 이야기를 하려한다. 희망적 선언대신 과거지사를 꺼내든 것은 이곳에 대한민국 제약바이오가 가야할 길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스토리에는 감동과 탄식, 아쉬움이 혼재되어 있다.

1. 사일로 효과를 걷어찬 K-NIBRT
2. 외교부까지 도움 준 스카이코비원
3. K-오픈이노베이션의 꽃 렉라자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전 세계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mRNA 플랫폼 기술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국내 업체들도 그 뒤를 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6월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 글로벌 빅파마가 개발한 '웨이브 1 백신(최초 허가 백신)'보다 1년 가량 늦었지만,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3번째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보유국으로 이름을 올리게 한 기념비적인 성과였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가 작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기조강연에서 '넥스트 팬데믹 준비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가 작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기조강연에서 '넥스트 팬데믹 준비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는 작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기조강연에서 스카이코비원의 개발은 결코 글로벌·국내 파트너십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했다. 

이 백신 개발 과정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MGF) △전염병예방백신연합(CEPI) △WHO △GSK △아스트라제네카 △국회 △보건복지부 △외교부 △식약처 △질병관리청 △국제백신연구소(IVI)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 △고려대학교의과대학병원 등 국제기구, 글로벌 빅파마, 정부기관, 연구기관, 임상기관의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노력은 국민에 새로운 백신 선택권을 제공하고, 백신주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글로벌 공급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자는 공통된 목표가 있어 가능했다.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2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청)는 회사의 백신후보 'GBP510'을 국책과제로 선정했다.

글로벌 임상 진입에 필요한 펀딩은 BMGF와 CEPI가 기여했다. 2020년 12월 CEPI가 BMGF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웨이브2 백신(차세대 코로나19 백신) 프로젝트' 최초 대상으로 'GBP510'을 선정했고, 회사는 총 2억 1370만 달러(약 2450억원)를 지원받으며 본격적인 글로벌 임상에 돌입할 수 있었다. 

mRNA 백신 개발에 핵심적인 항원 디자인과 검증 그리고 면역증강제 또한 외부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IPD가 항원 기술을 공유했으며, GSK는 자사 면역증강제인 ‘AS03’을 적용할 수 있게 협력했다. 임상시험에서 필수적인 비교 임상 대조약은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자사 백신을 제공했다. IVI 또한 글로벌 임상 수행을 지원했다.

국내 정부 기관도 백신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팬데믹 직후부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위원회'를 설립해 개발 과정을 리드했다. 또한 국회는 백신 개발 등 팬데믹 대응에 필요한 법률들을 제정해나갔다.

질병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혈청 분석을 분담했고, 질병청은 스카이코비원의 선 구매를 결정하는 등 회사가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다만 글로벌 임상이 순탄하게만 진행되지는 않았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활발해지며, 회사는 글로벌 임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 식약처가 WHO와 적극 협력에 나섰다. 양 기관이 비교 임상시험 기준을 새로 정비하며 글로벌 임상이 순항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식약처 제품화전략지원단은 신속 임상승인, 품목허가 업무를 수행했다.

외교부는 본연의 다리 역할에 충실했다.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이 폐쇄(락다운) 절차에 들어간 상황에서 외교부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 글로벌 협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고려대학교의과대학병원을 포함한 국내 6개 임상기관과 백신 생산시설이 위치한 경상북도, 안동시 등 지자체도 적극 협력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L하우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L하우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러한 협력 과정을 통해 작년 6월 스카이코비원의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9월 61만 도즈를 정부에 우선 공급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후 정부 측 추가 주문이 이어지지 않자 11월 생산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어찌 보면 웨이브 2 백신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선발 백신이 보급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1년 가량 개발 및 생산이 지연된 후발 백신이 나설 수 있는 자리는 극히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최창원 대표는 2022 GBC 기조강연에서 스카이코비원의 사례를 통해 팬데믹 대응 백신 개발에 있어 '속도'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CEPI와 BMGF는 이미 다음 팬데믹에 100일 내 백신 개발, 6개월 내 글로벌 백신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에 발맞추기 위해선 팬데믹 이전에 개발 전 프로세스의 준비를 끝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데믹 대응을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혁신 기술 플랫폼 개발 △연구 및 생산 인프라 역할 수행 △임상과 평가 역량 강화 등이 필수적"이라며 "정부, 산업계가 상호 협력을 강화해 구체적인 계획, 준비 그리고 훈련해 나가자"고 말했다.

스카이코비원의 사례는 결과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결과를 내기까지 회사와 파트너들이 이뤘던 협업 과정과 개발 인프라는 우리에게 경험으로 남았다.

누구도 누가 넥스트 팬데믹의 구원투수가 될지 예상할 수 없다. 다만, 답은 단순하다.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K바이오는 그 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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