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 편집인의 "제약바이오, 사람이 전부다"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_랜선(LAN線) 인터뷰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글로벌 무대에 선 한국인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 땅을 벗어나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K-제약바이오의 든든한 자산이다.
<14> 이승규 박사 (BMS Neuroscience 부서)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에 80년대생이 첫 등장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기록은 또 깨어지겠지만 어쨌든 미국 샌디에이고 BMS 신경과학부서에 근무하는 이승규 박사는 현재까지 최연소 인터뷰이다. 최연소 답게 이 박사는 가장 빠르고 꼼꼼하게 랜선 인터뷰에 응했다. 챙겨 보내준 사진만 11장이 넘는다. 11이라는 넘버링이 달린 광화문 셀카에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이라는 귀여운 단서도 달려 있었다.
GIST(광주과학기술원) 김재일 교수님 조언대로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산업계 플레이어를 꿈꿨던 그는 세엘진으로 입사해 세엘진을 인수합병한 BMS 구성원이 됐다. 샌디에이고 BMS 신경과학부서에서 이 박사는 다발성경화증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이 그립지만 신경질환 분야 신약개발을 꿈꾸는 그에게 샌디에이고는 즐거운 일터이다.
안녕하세요? 이승규 박사님! 글로벌 한국인 랜선 인터뷰가 지금까지 13회 보도되었는데 그 중 박사님이 최연소에요.^^
"제가 1980년생이니까 그럴 수 있다 생각은 했어요. 처음 히트뉴스에서 연락을 받고 제약회사 경력이 짧은데 인터뷰 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먼저 인터뷰 하신 김봉현 선배(BlueSphere Bio)로 부터 추천 연락을 받고 얼결에 해보자 결정하긴 했는데…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에요. 진짜 글로벌 한국인이 되어보자 다짐하는 계기가 됐거든요."
맞아요. 김봉현 박사가 인터뷰 추천자에요. 두 분은 언제 처음 만나셨나요?
"전라남도 순천에서 고등학교까지 보내고 한동대학교로 진학했는데, 거기서 선배를 처음 만났어요. 선배는 스스로 세미나를 주관해서 발표하고 질문할 정도로 학문에 대한 열정이 컸어요. 저는 GIST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2011년 미국 보스톤에서 포스닥을 했는데 거기서 다시 만났지요. 텍사스 방식으로 스테이크를 구우며 바비큐 파티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텍사스 방식 스테이크는 어떤 건가요? 궁금합니다.
"김봉현 선배님이 텍사스에서 학위를 하고 보스톤에 와서 스테이크를 구우니 텍사스 스테이크를 굽는다고 널리 알려졌어요. 그래서 비결을 물어보니 Costco의 Montreal seasoning과 온도 조절이라고 합니다. 그 때 호일로 스테이크 상층의 열을 세심하게 조절하던 선배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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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은 학부 때부터 있었나요?
"아니에요. 한동대 1학년 때는 공법입문, 사법입문 같은 법학 과목을 수강했어요. 그러다 같은 방 기숙사 형 소개로 생물학이나 화학을 들어보게 되었는데, 법학 보다 더 재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생명식품과학에 입문하게 됐지요. 또 중국 선교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이때는 중국, 북한, 한민족 이런 키워드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3학년 들어서야 전공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생물물리화학 (Biophysical chemistry)이 무척 어렵긴 했는데 한편으론 정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문과 스타일 청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물학이나 화학이 법학보다 재미있었다는 걸 보면 꼭 그런거 같지도 않고요. 스스로 자신의 성향을 평가한다면요?
"저는 내성적이면서 오지랖이 넓어요. 한가지 집중하기보다는 두루 관심이 많고 직관적입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대학원 때 고생을 했는데, 과학을 하면서 구체적이고 꼼꼼해야 한다는 점을 많이 배웠습니다. 새롭게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성향이 과학 분야에서 회사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GIST에서 하셨네요. GIST에서는 어떤 연구를 주로 했나요?
"GIST 김재일 교수님 연구실에서 겨울방학 때 인턴생활을 하게 됐는데 그 일을 계기로 석사, 박사도 같은 연구실에서 했어요. 한국산 청자고둥에서 나온 신경독소를 연구하면서 통증 메커니즘과 진통제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김재일 교수님께서 당시에 애니젠이라는 벤처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제가 포스닥을 지원할 때 대학 보다는 미국 제약회사에 도전해보라는 색다른 조언을 해 주셨어요."
김재일 교수님은 박사님께 왜 미국 제약회사에 도전하라는 색다른 조언을 하셨을까요?
"석박사 하는 동안 교수님께서 누구보다 저를 잘 파악하셨던 것 같아요. 핵자기공명 기술이나 펩타이드 기능, 구조를 깊이 연구하는 것 보다 신경병증성통증 같은 질병 분야를 공부할 때 더 좋아했던 것을 알아채셨어요. 그래서 포스닥을 질병 분야로 추천하셨고 미국 제약회사에 가면 배울 게 정말 많을 거라고도 조언하셨어요. 교수님 말씀 대로 미국 회사에 입사하고 연락드렸는데, 그 때 신약개발이라는 가치있는 기회를 접하게 된 거라고 격려도 해 주셨어요."

포스닥도 교수님 조언대로 질병 분야를 했나요?
"맞습니다. 미국 Boston children’s hospital에서 했어요. 이 병원에는 신경병증성 통증 연구에 주요 업적을 남긴 Clifford Woolf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 랩에서 만 7년을 일했어요. 처음에는 TRPV1 이온채널을 이용해서 통각신경(nociceptor)만 억제할 수 있는 칼슘채널 억제제(저분자 화합물)를 연구했고 이후 루게릭 환자 줄기세포 유래 운동신경의 신경과흥분(hyperexcitability)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연구했어요."

제약회사 도전까지 또 다른 7년이 있었군요.
"포스닥 5년차부터 미국 제약회사와 바이오텍 문을 두드렸어요. 포스닥을 하면서 오지랖 넓은 제 성격 덕분에 다른 활동도 많이 했어요. 포스닥의 권리를 보호하고 커리어를 돕기 위한 위원회(BCH PDA), 보스톤 한인 박사과정 및 포스닥 모임인 NEBS 임원 등으로 활동했어요. KASBP(재미한인제약인협회)나 Boston children’s hospital이 주최하는 각종 세미나나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산업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어요."
그 이후 드디어 제약회사인거죠?^^
"샌디에이고에 있는 세엘진(Celgene)에 2019년 1월 7일 입사했는데, 1월 3일에 이미 BMS(Bristol Myers Squibb)가 세엘진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상태였어요. 그 해 11월 합병 절차가 완료되면서 지금은 BMS 소속입니다."

BMS에서는 어떤 연구를 주로 하시나요?
"Neuroscience(신경과학) 소속이에요. 구체적으로는 단백질 응집체를 제거하는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연구와 S1P 수용체를 통한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특히 올해는 다발성경화증의 myelination을 평가할 전기생리 어세이 개발에 노력 중입니다. 석박사, 포스닥을 거치며 이어온 신경질환 분야에서 신약개발 리더가 되고 싶어요. 신경질환 표적을 골라내 가장 효과적인 modality로 태클해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신약 연구자라면 한 번쯤 벤처 창업을 꿈꾸기도 하잖아요? 박사님의 버킷 리스트에도 이런 꿈이 있나요?
"기다리던 질문이에요. 창업한 포스닥 동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가끔 해왔는데요. 솔찍히 아직은 자신감이 없습니다. 자신감과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내고 신약개발 과정에 대해 더 알게될 때 꼭 해 보고 싶습니다. 혼자 할 수 없을테니 좋은 동료들을 만나서 기술 리더로 함께 일해보고 싶어요."
미국에서 지켜본 벤처창업의 환경은 어떤가요?
"저의 포스닥 지도교수님은 4개의 벤처를 창업해 두 개는 닫았고 두 개(QurAlis, Nocion Therapeutics)는 현재도 진행 중이에요. Nocion Therapeutics를 함께 설립한 멘토 교수님도 Flex Pharma를 또 창업했어요. 포스닥 동료 3명은 점심 때 이야기 나누다 Blue therapeutics를 설립했어요. 또 다른 동료는 Verge genomics를 만들었고요. 연구결과에서 나온 하나의 핵심 아이디어로 벤처 창업에 도전하고 있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화는 한국에서도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소식도 자주 듣나요?
"주로 기사를 통해 접해요. KASBP 같은 네트워크에 참석해서 듣기도 하고요. 제가 연구하는 신경질환 분야는 실패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거든요. 그런데 SK바이오팜이 뇌전증신약(세노바메이트)을 개발해 미국까지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인으로서 정말 뿌듯했어요. 좋은 기술을 발굴해서 임상개발을 하는(NRDO)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같은 회사의 역할도 흥미롭고요. 유한양행이 도입해 얀센에 기술수출한 레이저티닙(lazertinib) 소식도 관심있어요. Lazertinib을 직접 개발한 미국 제노스코 고종성 대표님을 만나 뵙기도 했거든요."
고종성 대표님 이야기는 글로벌 한국인 단골 메뉴에요. 여러 인터뷰이들이 인터뷰 도중 자주 언급해주시거든요.
"그런가요? 저는 2012년 무렵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생물학 연구자들 모임인 NEBS(New England Bioscience Society) 연말파티에서 처음 뵈었어요. 그 이후로 세미나를 통해 고 대표님의 신약개발 경력과 lazertinib 개발 소식을 접했는데, 신약개발 열정에서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관련기사> "19-제미글로, 31-레이저티닙…3번째 신약은 제노스코 화단에서"
박사 때까지 한국에 계셨으니, 한국에 대한 향수가 있을 것 같아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요. 하지만 앞으로 최소 10년 정도는 미국에서 신약개발 연구를 더 하고 싶어요. 제가 애착을 갖고 있는 신경질환 분야 연구를 BMS에서 계속할 수도 있고요. 사실 어머니께서 초등학교 1학년 때 백혈병으로 돌아가셨는데, BMS에 인수된 세엘진이 혈액암치료제 lenalidomide를 개발해 성장한 회사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회사에 대한 만족감도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계시죠? 이번 기회에 박사님 가족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GIST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두 자녀가 있어요. 아내는 GIST 신소재과에서 CO2 흡착물질 개발과 해수 멤브레인 개발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육아 때문에 8년간 전공 관련 일을 하지 못했어요.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다행히 2년 전부터 의약화학 CRO에서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어요."
이제 인터뷰 마무리 할까 해요. 박사님 바람대로 신약질환 분야 신약개발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을 히트뉴스도 멀리서 응원할게요. 독자분들께 마지막 인사 하는 것으로 인터뷰 마칠게요.
"주위에 훌륭하신 분들도 많이 있고, 저는 아직 인더스트리 경력도 짧은데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승규 박사 약력
(2019~현재) BMS Neuroscience TRC (2011~2018년) Boston Children’s Hospital F.M. Kirby Neurobiology center 박사후 연구원 (2011년) GIST 박사 졸업 (2005년) 광주과학기술원(GIST) 석사 졸업 (2003년) 포항한동대학교 졸업 (1980년) 전라남도 순천 출생
이승규 박사가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레바티오 테라퓨틱스(Levatio Therapeutics) CTO로 활동하시는 지현배 박사님은 히트뉴스에서 뵙고 싶어요. 지 박사님은 2019년 샌디에이고에 와서 처음 뵈었는데 보스톤에서 포스닥을 마치고 샌디에이고에 오셨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껴요. 페이스북에서 'Immune Cell Therapy 면역세포치료' 그룹을 운영하며 최신정보를 공유하는 나눔활동도 하고 계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