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경 암젠코리아 대표
"허가·의학·벨류엑세스 부서 초기부터 빌드업"
"처음 암젠코리아 대표로 부임했을 때 회사의 기초부터 새롭게 구성하고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암젠만의 가치를 어떻게 국내 환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혁신적인 치료제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라는 점을 고려해 ▷허가 부서 ▷의학 부서 ▷급여를 담당하는 밸류 엑세스(Value Access) 부서를 우선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암젠코리아 출범 5년 만에 전 제품을 급여 등재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5년 11월 암젠코리아 설립 이후, 다발골수종 치료제 키프롤리스를 시작으로 백혈병 치료제 블린사이토,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와 암 관련 골전이 치료제인 엑스지바,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 레파타, 이중 기전을 가진 골다공증 치료제 이베니티까지 총 6개 약제가 국내 허가를 받고 시장에 출시되며, 해당 질환 시장에서 높은 매출은 기록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노상경 암젠코리아 대표를 만나 암젠코리아가 걸어온 길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암젠코리아는 출범 5년여 만에 6개 제품을 출시한 이후, 급여화를 이뤘습니다. 급여 진입 당시, 급여가 수월하게 이루어 질 것이라 예상되는 약은이 없음에도 성과를 이루셨는데, 모든 제품들을 급여권에 진입하기까지 어떠한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암젠코리아 대표로 부임했을 때 회사의 기초부터 새롭게 구성하고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암젠만의 가치를 어떻게 국내 환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혁신적인 치료제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라는 점을 고려해 허가부서, 의학부서, 급여를 담당하는 '밸류 엑세스(Value Access)'부서를 우선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허가 부서는 혁신적인 제품의 국내 허가를 담당하고, 제품이 발매된 이후에는 의학 부서가 국내 보건의료전문가들에게 약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치료 옵션이라도 접근성이 떨어지면 약제의 가치가 100%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에, 밸류 엑세스 부서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때문에 암젠코리아 출범 당시 이 세 부서를 먼저 구성했습니다.
치료제가 환자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얼마나 큰가를 학문적 관점에서 데이터화 하는 것이 급여 협상 과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밸류 엑세스 직원들이 많은 자료를 분석하고 정리해 국내 치료 환경에서 미충족 수요를 빠르게 파악했습니다. 이를 데이터로 만들어서 정부가 급여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습니다. 능력있는 임직원들이 좋은 성과를 만드는데 중요한 지원군이 돼 줬습니다.
또한 국내 급여 재정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혁신성이 인정되고, 환자에게 전달하는 혜택이 큰 약제라 하더라도 보험 가격을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정부와 보험 협상 과정에서 논의되는 가격에 대해 본사와 긴밀하게 협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암젠의 혁신적인 제품을 적절한 약가에 국내 환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부서의 임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급여권 진입을 위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본사를 설득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한 결과 6개 제품 모두 법인 출범 만 5년만에 허가 및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한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암젠코리아가 출시한 6개 제품이 무사히 급여권에 진입했지만, 이제 각 제품의 급여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급여 확대 와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안은 무엇인가요?
"만성질환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례로 골다공증은 골밀도가 한 번 떨어지면 쉽게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어느 정도는 개선할 수 있더라도, 골밀도가 지나치게 떨어진 상황이라면 약물 투여가 필요합니다.
이 때 치료를 통해 약물을 투여받으면 골밀도는 다시 회복되고,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악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고혈압이나 당뇨는 한 번 진단받으면 이후 계속 급여가 적용되는 반면, 골다공증 치료제는 골밀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나아지면 급여 처방이 중단된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치료받던 환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다시 골밀도가 악화되고, 이로 인해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지속적인 골다공증 치료가 매우 중요한데, 급여의 한계로 인해 환자들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 의학적으로는 인정하지만, 재정문제로 인해 지속적인 급여를 허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골다공증 치료에 있어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급여 제한 때문에 환자분들이 적절한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현재 치료 환경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전세계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예측과 예방'이라는 패러다임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아쉽게도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관리측면에서 해당 패러다임 도입이 상당히 뒤쳐진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골다공증 치료에서 1년이라는 급여 기간 제한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뿐입니다."
외국계 제약사 한국법인 대표로서 좋은 제품을 국내에 출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국민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사명감과 함께 이익과 직결되는 상황 등에 대한 여러 고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에 가치를 두고 활동하십니까?
"회사 입장에서 약가를 무리하게 제안하다가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해 제품 출시에 영향을 준다면 경영 측면에서도 손해지만, 궁극적으로 국내 환자 역시 큰 피해를 봅니다. 심평원이나 건보공단 등 관련 기관과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논의되는 가격에 대해 본사를 설득하는 일도 중요하게 진행합니다.
저와 제 가족 또한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약제 접근성을 개선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암젠의 미션이 '환자를 위한다'인 만큼, 본사와 논의할 때 해당 미션이 한국 환자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 본사를 설득하기가 조금은 쉬워집니다. 신약의 접근성에 있어서는 경제적인 접근보다는 국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암젠은 바이오 벤처에서 출발해, 다양한 질환에서 혁신적인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했습니다. 최근 연구개발(R&D) 영역을 보면 항암제 쪽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파이프라인이 궁금합니다.
"블린사이토, 키프롤리스를 비롯해 항암제 영역에 치료제가 있고,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도 종양학 치료 분야에 지속적으로 집중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심혈관계질환, 골질환, 신경과학, 신장질환 및 염증성 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 노력도 계속하는 등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혁신적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20~3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회사들이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질환을 연구해 왔다면, 지금은 각 회사 특성에 맞춰 특정 영역에 대한 연구에 집중합니다. 암젠도 최근에는 고형암 분야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심혈관계, 골질환, 혈액암 영역에 대한 연구와 혁신적 신약의 연구 개발에도 노력할 것입니다."
KRAS 치료제 소토라십이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서 이베니티 사례를 보면, 혁신신약(First-in-class) 제품으로 FDA 허가를 받자마자 우리나라에서도 허가를 받았는데요, 소토라십도 이베니티처럼 국내 빠른 허가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제품 허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토 결과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기를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도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KRAS 표적치료제에 대한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빠른 허가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최근 글로벌에서 감원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암젠코리아에도 영향이 있나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암젠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5~6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향후 전세계 매출의 4분의 1일을 견인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본사 발표가 있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투자를 늘리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암젠코리아의 충원 계획을 본사에 승인받았는데,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을 허가받았습니다. 이는 암젠코리아는 인원을 충원하는 만큼 상응하는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본사에서도 인정해서 내려진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직원들이 인력 감원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끝으로…
"암젠코리아가 제약업계 내 다른 회사들이 참조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매출이나 임직원수 성장 등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임직원 스스로 역량과 능력을 키우고, 암젠코리아가 국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등도 잘 진행해, 다른 회사들의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외부에서 볼 때 암젠코리아가 어떻게 빠르게 성장했는지 참고하고 싶은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하는 것이 제 2의 도약이자 제 2의 성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