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과제의 궁극적 지향점은 반품량 축소
처방약 목록작성과 대체조제 규정, 작동 멈춰
반품사태 원천 책임자인 당국과 국회가 풀어야
지난달 17일 대한약사회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간에 체결된 '의약품 유통구조 개선 업무협약'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불용약 재고 반품 과제'였다.
오랫동안 의약품 유통채널 역(逆) 흐름을 통해 불용약 반품이 수시로 정리돼 왔음에도 그 과제는 오늘도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최근 5년(2015년~2019년) 간 도매유통업체들이 출고한 의약품 중 반품된 금액은 총 6조6827억 원이나 됐으며, 제약업체(수입포함)의 반품도 6조445억 원이 넘었다.
도매 출고 약품의 3.5%, 제약(수입 포함) 출고의 5.4%가 사용되지 못하고 반품됐다. 2019년 도매유통업체들이 반품 받아 제약 및 수입 업체로 되돌려 보내지 못하고 창고에 묵혀 둔 반품 재고만도 6382억 원이나 됐다. 2018년에는 무려 1조7082억 원어치의 반품이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표 참조).

여론을 종합해 보면, 개국가와 도매유통업계는 창고에 그득한 반품하지 못한 불용약 재고를 보며 반품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목이 타도록 기다리고 있으며, 제약업계도 미처 폐기하지 못한 자식 같은 제품들이 보기 싫게 망가져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 버려진 약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품을 놓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네가 '갑질'한다고 비판하고들 있지만 고통은 매한가지일 것 같다.
각자의 생존을 위해 '쓸 수 없게 된 약'으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 하려고 약업계의 뒷마당은 불용약 재고 반품처리 '다툼 터'로 변한지 오래다.
한 달 계도기간을 두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00년 8월1일부터 의약분업이 실질적으로 시행되자, 이번에는 처방전이 의료기관 문전의 약국들로 집중됐고 게다가 자주 처방약이 바뀜으로 해서 약국의 과잉재고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약국에 불용약 재고가 계속 쌓여 갔다.
급기야 2006년3월27일 대한약사회 서울시약사회장과 대구시약사회장은 각각 국회 정문과 보건복지부 정문에서 '불용약 재고 해결 촉구'를 위한 1인 시위까지 펼쳤다.
그해 2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한 사후 통보제 폐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또 그해 3월 모 국회의원은 '불용 재고약 토론회'에서 "약사법으로 처방의약품 목록이 공개되도록 되어 있지만, 이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 기준조차 없는 상태"라며 "약국들은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의사 처방 변경에 따라 각 제약사별로 약을 구비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유통기간이 지난 약이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불용약 재고 반품 과제의 해결책으로 여러 가지가 시도됐지만, 그 과제는 오늘까지 별로 달라지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이렇게 된 주된 원인은 의약분업을 하면서 힘들게 도입된 일부 제도적 장치들이 힘을 못 쓰거나 완전히 고장 남으로써 약국이 처방의약품에 대한 수요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약분업 당시 '구 약사법' 제22조의2(현행 약사법 제25조)의 처방의약품의 목록 작성 등과, 동법 제23조의2(현행 제27조)의 대체조제가 그(약국의 수요예측) 장치들이지만, 전자(前者)는 동력(動力, 처벌규정)이 연결되지 않아 완전히 사문화(死文化)됐고, 후자도 실효성(實效性)을 찾을 수 없다.
처방의약품 목록 작성 규정은 왜 처음부터 강제화 되지 않고 선언적 규정으로 만들어졌을까? 그러면서 그 규정이 준수되기를 기대했을까?
대체조제율은 2018년 고작 0.26%에 불과했다. 그 원인에 대해, 개국가는 대체조제를 실천하기에는 규정이 너무 번거롭고 까다로운 데다 대체불가 표시까지 찍힌 처방전이 자주 나오고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2017년 이웃 일본의 대체조제율은 66.2%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사정은 다르겠지만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우리와 일본의 대체조제율이 저렇게까지 하늘과 땅 사이처럼 크게 차이(255배)가 나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불용약 재고 반품 과제'는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2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원활한 반품'이고 또 하나는 '반품 량(금액) 축소'다.
전자는 의약품 역 유통경로(reverse channel) 상에 있는 약국→도매유통→제약(수입) 간의 반품과 관련된 업계 손익에 관한 현안 과제이고, 후자는 의약품 폐기로 인해 오염되는 땅과 대기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공공재 성격의 의약품이 쓸모없게 버려지는 헛된 낭비를 축소시키기 위한 과제다.
전자는 대증요법적 시각이고 후자는 원인요법적 관점이라 볼 수 있으므로, 후자는 전자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한 과제로 판단되지만, 업계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돼 있는 감이 없지 않다. 왜 그럴까.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근래 매년 평균 1조3365억 원이나 되는 수많은 의약품들이 도매유통업체들을 통해 반품되어지고 이들 대부분이 결국 종착지인 제약업체들에게 되돌려진다.
제약(수입)업체들의 물류 창고에 1년 동안 흘러들어오는 의약품 반품 쓰레기 더미는 해마다 평균 1조2089억 원어치나 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 쓰레기들은 거의 모두 폐기된다. 실로 엄청난 물량의 돈이 가까운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에 매년 사라진다. 게다가 폐기되는 의약품 가치와 물량은 갈수록 가중돼 가고 있는 양상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렇게 된 데는 △처방의약품의 목록 작성 규정의 사문화 △대체조제 규정의 실효성 상실 등의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본다.
만약, 지역 의료기관의 처방약 목록이 지역 개국가에 약사법 규정대로 작성·배포 됐더라면, 약국은 처방약 수요 예측을 거의 정확하게 했을 테고 그 예측에 따라 제품을 적절하게 구비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많은 반품은 없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약, 대체조제가 활성화 됐더라면 약국이 필요한 약만 적절하게 구비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지금처럼 반품이 그렇게 많이 쏟아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정부 당국과 국회는 매년 1조원 이상의 의약품이 폐기되면서 토양과 대기의 오염원이 되고, 국민을 위한 공공재인 숱한 의약품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나 몰라라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그 규모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자꾸 불어날 것이 틀림없다.
처방의약품 목록 작성 및 대체조제 규정은 정부 당국과 국회가 애초에 그렇게 잘 못 만들었다. 따라서 당해 국가 기관은 결자해지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정부 당국과 국회는 가능한 속히 능동적·적극적으로 처방의약품 목록 작성 규정을 강제규정으로 바꾸고, 대체조제 기피 조항을 하루 빨리 개선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의료법 제18조(처방전 작성과 교부, 구 의료법 제18조의2)와 의료법시행규칙 제12조(처방전의 기재사항 등, 구 의료법시행규칙 제15조)제1항 제5호가 정하고 있는 처방의약품의 명칭이 '일반명칭, 제품명이나 "약사법" 제51조에 따른 대한민국약전에서 정한 명칭'으로 된 것 중, '제품명'이 삭제되면, 물론 반품은 획기적으로 감소돼 불용약 재고 과제는 일거에 해결되겠지만, 현 의료계의 상황과 업계 세력 간의 역학 관계 등으로 볼 때, '제품명' 삭제는 앞으로 꽤 상당기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