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직접 체험하는 CSR|
한국에자이-잇마플, 갑상선암 환자 위한 '맛있저요 캠페인'

"에자이는 그동안 의약품 공급을 통해 환자를 도왔어요. 하지만 의약품 공급만으로 환자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잖아요. 실제로 제가 환자가 돼보니 의약품 뿐만 아니라 심리적 케어, 식습관 등 챙겨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2017년 10월. 갑상선암 이라는 무서운 녀석이 박병도 에자이 과장의 일상으로 불쑥 들어왔다. 남들은 갑상선암은 비교적 착한 암이라고 위로를 건냈지만, '암'이라는 한 글자가 주는 불안함이 지속적으로 박 과장을 괴롭혔다. 게다가 수술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받으며 그는 저요드식 식사를 약 2~3주동안 시작해야만 했다. 암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과 함께 소금 없는 가래떡과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무작정 방앗간에서 가서 소금 없이 떡을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주인장이 맛 없을 거라고 극구 말렸지만, 2주 정도만 버티는 게 뭐 그리 어려울 까 싶었죠. 이런 제 생각은 채 3일도 가지 않더라고요. 이후 과일, 옥수수 등 다양한 음식을 챙겨 다녔지만, 점심시간에 맛없는 음식을 먹으려니 왠지 서러운 느낌마저 들더라고요."

히트뉴스는 '맛있저요 캠페인'을 이끈 한국에자이와 잇마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아이디어를 제안한 박병도 한국에자이 과장, 사업 개발을 도운 김지헌 한국에자이 이사, 제품화를 수행한 김현지 잇마플 공동대표, 김슬기 잇마플 공동대표. 
히트뉴스는 '맛있저요 캠페인'을 이끈 한국에자이와 잇마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아이디어를 제안한 박병도 한국에자이 과장, 사업 개발을 도운 김지헌 한국에자이 이사, 제품화를 수행한 김현지 잇마플 공동대표, 김슬기 잇마플 공동대표. 
잇마플의 아이디어 구성부터 실행까지.
잇마플의 아이디어 구성부터 실행까지.

 

암 환자로서 이같은 그의 불편함은 에자이의 혁신아케데미를 통해 직접 비즈니스 모델로 탄생했다. 에자이는 hhc(human health care)라는 기업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직원이 환자를 위해 근무시간의 1%를 '공감'을 위해 보낸다.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과 돌봄까지 보건의료복지의 전 영역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면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안심하고 자기답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매년 현장 공감활동을 통해 모든 직원들은 환자들의 감정과 어려움에 대한 암묵지를 축적하고 그렇게 정의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솔루션을 코크리에이션 하고 있다. 직원들은 사내에서 혁신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공모전 등을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는 신사업, 지역사회 프로젝트, 파트너들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스케일업하는 등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속하고 있다. 공감활동, 문화예술 사회혁신 프로젝트, 사용자중심 솔루션 공동창출, 민산학연관이 협력하는 리빙랩, 소셜벤처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 중이다.

간편한 요오드 제한 식단도 이런 과정을 거쳐 잇마플과 함께 신산업으로 탄생한 것이다. 김지헌 한국에자이 사업개발부 이사는 에자이의 환자가치 창출을 위한 프로그램 과정을 설명했다.

"우리 회사가 진행하는 혁신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직원의 의사에 따라 아이디어 제안만할 수도 있고, 본인이 원한다면 사내 혁신프로젝트 운영규정에 따라 약 3개월 간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직접 솔루션 개발까지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더 진행되면 약 2년 간 팀으로 분리해 솔루션 개발에 참여 할 수도 있죠. 박병도 과장의 경우 프로젝트의 구현은 좀 더 전문가에 맡기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어 잇마플과 협업하게 됐습니다. 현재 에자이는 이 프로젝트를 위한 전략과 비용을 지원하고, 잇마플이 사업 수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박 과장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작된 저요드식을 탄생시킨 잇마플. 잇마플은 ICT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분석한 후, 맞춤형 식단을 정기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있으며, 1:1 영양컨설팅을 포함한 다양한 행동유도 서비스를 통해 식사요법 중심의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이다. 김현지 잇마플 대표는 저요드식 개발 중에 요오드 함량 기준과 이를 분석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생각보다 식품에 포함된 요오드에 대한 연구 자료가 별로 없었어요. 장류와 소스를 비롯한 음식에 포함된 요오드 분석이 워낙 미량(μg) 단위이다 보니, 정확한 값을 산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식품공전에 공인된 방법을 사용하는데도 조리법과 원재료에 따라 그리고 세부적인 분석 조건에 따라 요오드 함량 차이가 났거든요. 정확한 분석값을 도출하기 위해 수십 차례 추가 테스트 과정을 거쳤고 원인을 찾기 위해 분석 업체와 회의를 여러 번 했어요."

 

최종 레시피로 확장된 식단은 대한갑상선학회저요드식단 기준 100㎍ 이하로 요오드가 함유돼 있다. 
최종 레시피로 확장된 식단은 대한갑상선학회저요드식단 기준 100㎍ 이하로 요오드가 함유돼 있다. 

 

옆에서 잇마플의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한 김지헌 이사도 그들의 진정성에 공감하며 협업을 진행했다고 말한다.

"사업개발을 하다 보면, 다양한 분과 협업을 하거든요. 그동안 의약품 개발을 위한 협업을 주로 해 왔는데, 잇마플과 같은 스타트업 협업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규정에는 합당하므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감추지 않고 알려주셨고 저요오드식 이라는 제품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꼈죠."

이렇게 엄격한 기준에 따라 개발된 저요드식 '맛있저요'은 1일 요오드 섭취량이 100마이크로그램(㎍) 이하의 식단이다. 요오드제한식사가 필요한 2주 동안 맛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27개의 메뉴로 구성된 식단을 만들었다. 현재 한국에자이 임직원을 비롯한 환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최종 테스트를 거쳐 수정 작업을 진행중이다. 김현지 대표는 내년 4월 정식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제품 보완에 한창이라고 말했다.

"갑상선암 환자를 비롯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분들과 에자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맛, 가격, 제품 형태 등에 대한 검증 작업을 거치고 있습니다. 초기 요요드 기준 함량에 집중하면서 미처 신경쓰지 못한 맛, 양 등을 초점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시제품을 처음으로 받았을 때, 마치 입양 간 자식의 느낌이 들었다던 박 과장은 환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사먹을 만했다는 피드백을 줬다.

"죽이나 브리또로 구성된 간편한 아침, 휴대가 간편한 냉동 도시락 형태의 점심, 푸짐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밀키트 형태의 저녁까지. 각 식사 별로 잇마플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구성이었습니다. 실제로 가족들도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이 정도 퀄리티라면 직접 구입할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료를 받으면서, 의료진 분께 맛있저요이라는 식단을 말씀드리니, 오히려 의료진 분께서 긍적적인 피드백을 주셨어요. 보통 저요오드식을 해야 하는 경우 식단이 아니라 원 식재료만 제시해 주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게대가 의료진의 진료 시간도 제한적이라 식단 설명을 세세하게 할 수도 없고요. 이런 상황에서 맛잇저요 같은 식단 프로그램을 환자 분들께 제시해 주면, 환자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아직까지 개발에만 초점을 맞춰 협업을 해 온 한국에자이와 잇마플은 향후 유통과 적응증 확대 등에 대한 공동된 방향성도 공유했다. 김지헌 이사는 에자이의 병원 유통 채널과 잇마플의 상품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직 공동개발 외에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 회사가 가진 병원 유통 채널과 잇마플의 제품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향후 암 환자 식단 외에도 치매 환자 등 다양한 환자를 위한 식단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지 대표는 콩팥병으로 시작한 환자 맞춤형 식단에 데이터를 강화해 더 다양한 적응증으로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콩팥병 환자를 시작으로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식단을 개발해 왔어요. 향후 저희 고객들이 제공해 주신 건강 데이터를 기반해 다양한 질환을 위한 맞춤형 식단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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