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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 대표

"기획창업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탈(VC)의 핵심 경쟁력은 ▷5년 후를 내다 볼 수 있는 판단력 ▷팀업(teem-up)을 할 수 있는 인적풀 보유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능력입니다. 우리 회사는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 대표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 대표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집계한 2019년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액은 1조1033억원이다. 1조원 정도의 규모면, 통상적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 3상 정도는 이끌 수 있는 자본 규모다. 이제 우리나라도 신약개발 분야의 자본 조달이 원활해 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VC의 투자모델도 다양화되고 있다.

해외투자를 확대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설립 초기부터 VC가 연구자와 공동으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기획창업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역시 VC 주도 기획창업을 위해 나섰다. 히트뉴스는 김태억 대표를 만나 VC 주도 기획창업부터 향후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이후 선택이 VC입니다. 왜 창업하셨죠?

"5년여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 일하면서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600여개를 리뷰했고, 이중 106개를 지원하는 역할을 했어요.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신약개발 생태계엔 ▷혁신신약(first in class) ▷새로운 접근법(modality)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죠.

혁신신약의 경우 정의가 다를 수 있겠지만, 임상에 진입한 물질이 5개 내외면 first in class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에서 first in class의 비율은 5%도 안 됩니다.

새로운 modality라 함은 신약개발에 새로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는지 여부입니다. 가령 화학화합물(chemical compound)은 1970년대 제약산업의 판도를 변화시켰고, 재조합 단백질(recombinant protein)은 1980년대, 항체(antibody)는 2010년대 제약업계의 판도를 바꾼 modality라고 할 수 있어요.

지배적인 modality가 나오면, 제약산업의 질서는 약 10여년간 유지됩니다. 우리나라처럼 자본력도 약하고 기업의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은 신약개발 후발국가는 새로운 modality를 선점해야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핵산치료제나 CAR-T를 비롯한 다양한 세포유전자 치료제에 대해서 우리나라도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엔 부족하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과연 신약개발 국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면서 회사를 만들게 됐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돕겠다는 거죠?

"과학을 기반으로(science-oriented) 기획창업과 초기 해외투자를 진행해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중심의 평가과정(Due Diligence)을 매우 밀도 있게 진행할 것입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새로운 modality를 가진 기업을 직접 만들어서, 최소한 글로벌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3년 이내로 줄일 수 있는 회사를 만들 것입니다. 대학과 연구소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가진 곳의 창업을 돕는 것이죠. 이런 회사에서 글로벌 DNA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해외투자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시드(seed) 투자를 통해 첫 세대 modality를 선점하고, 보드 멤버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정도로 투자를 진행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국 제약기업이 인수합병을 할 수 있는 일종의 가교(birge) 역할도 할 것입니다."

 

글로벌 DNA이라고요?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하는 기술, 글로벌 수준의 경험과 지식을 가진 멤버들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데이터를 가진 연구팀을 묶어 우리가 기획창업을 돕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생태계는 아직 기술이전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기술이전 자체로만 성공할 수 없습니다. 결국 해외 시장에 진출해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죠. 지금 당장 글로벌 시장 진출을 어렵지만, 그럼에도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가 진보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죠."

 

과학을 기반으로 기획 창업과 초기투자를 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은 이상적이지만 갖추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현재 5명의 심사역이 있습니다. 한국 바이오벤처를 경험하고, 생리학 석사를 마친 미국인으로 생물학부터 의학적 전문지식까지 다양하게 갖추신 분이 주로 해외투자를 담당하게 됩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공장 설립부터 사업 수주까지 담당한 전략기획-사업개발 전문가,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에서 헬스케어를 담당하신 분, 국책 연구소에서 신약개발 연구를 해 본 박사 인력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초기단계에서 투자는 더욱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결국 5년 뒤 새로운 modality를 찾아 투자와 기획 창업을 도와야겠죠. 최근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RNA을 타겟으로 하는 약물 ▷유전자가위 등 입니다. 3개월에 한번씩 아직 기술 성숙도는 낮지만, 향후 5년 뒤에 뜰 만한 기술을 내부적으로 맵핑(mapping)합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외부 자문위원들과 논의해 매년 탐색해야 할 기술 영역을 찾습니다.

최근 ▷CAR-T 치료제와 면역관문억제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항암바이러스 ▷수지상세포(DC) 기반 항암세포치료제 ▷프로탁(PROTAC) 기술을 RNA에 적용한 RIBOTAC 기술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술이전만으로 신약개발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로벌 빅파마가 목표라면, 매년 조단위 매출이 가능한 파이프라인으로 3상을 이끌고 가야 합니다. 기술이전만으로 빅파마가 된 사례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약사업은 기술집약적 산업이기 이전에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약물 하나를 개발하는데 약 1조원이 필요하고, 이를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선 약 3~4조원이 필요합니다. 이 자본을 약 15년 동안 투자해야 합니다.

혹자는 지금 자본 규모로는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투자사 중 2~3상 파이라인 중 유망한 곳에 투자하는 곳은 꽤 있습니다. 그들과 협력한다면, 꼭 국내 자본만으로 신약개발에 임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해외 투자자를 유치할 매력적인 파이프라인이 국내에 많이 없다는 현실이죠."

 

2019년 기준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VC 투자액이 1조원을 넘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자본 규모만 놓고 보면, 글로벌에서 크게 뒤지는 수준은 아닌 듯 한데요.

"우리나라 주요 벤처캐피탈의 연간 자본 운용 규모는 1조원을 넘습니다. 이 정도 자본 규모라면 우리도 유수의 글로벌 투자사와 협력 투자 등을 통해 후기 파이프라인에 투자해 후기임상 개발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습니다. VC도 신약개발처럼 초기 투자를 돕는 곳, 후기 임상에 자본을 조달하는 곳 등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나라 신약개발 생태계와 함께 국내 자본시장도 변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바이오기업의 상장이 갖는 의미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장의 기본목적은 공개시장을 통해 신약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보다 쉽게, 대규모로 조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기업상장은 VC의 엑싯(EXIT) 창구로는 역할을 해도 상장 후 자본조달 기능은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업공개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이와 맞물려 VC 투자도 과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과연 우리나라 바이오 생태계의 진화에 어떤 중장기적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현 자본시장 구조에서 VC 주도 창업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데요.

"방점은 기획창업이라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기획창업의 핵심 경쟁력은 ▷5년 후를 내다 볼 수 있는 판단력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로 팀업(teem-up)을 할 수 있는 인적풀 보유 ▷해외와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능력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킬 수 있는 정도의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기획창업의 목표가 돼야 합니다. 이런 능력은 없는데, 연구자와 VC가 공동창업을 한다는 명분으로 초기 지분을 많이 가지고 회사경영을 좌지우지한다면 그건 기획창업이라고 볼 수 가 없겠죠."

 

제약산업이 자본 집약적 사업이라면, 대기업 진출도 중요하겠죠?

"대기업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의 좋은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 등으로 곧바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최근 관련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이와 함께 기존 제네릭 중심 회사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가 변하기 위해선 ▷자본력 확장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투자모델의 변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파이프라인 경쟁력 강화 ▷ 생태계의 가장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혁신 친화적 자본시장 환경변화 등에서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리드앤컴파스의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연구중심 대학을 기준으로 차세대 modality를 가진 기업을 일년에 두개 창업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창업시킨 기업 중 최소 1/3은 나스닥 상장을 시키고 싶습니다. 내년 정도에 어느 정도의 성과가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고, 일정한 성과가 나오는대로 글로벌 탑 수준의 VC로부터 후속투자 펀딩을 받아서 5년내에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첫번째 한국의 바이오기업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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