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 편집인의 "제약바이오, 사람이 전부다"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_랜선(LAN線) 인터뷰

 릴레이 기획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글로벌 무대에 선 한국인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 땅을 벗어나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K-제약바이오의 든든한 자산이다.  

 

<2> 박현석 미국 특허 변호사 (Sughrue Mion, PLLC)

한국 제주도에서 열린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 & 투자포럼' 에 참석한 박현석 변호사.
한국 제주도에서 열린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 & 투자포럼' 에 참석한 박현석 변호사.

 

63년 역사의 미국 특허분야 전문로펌 슈그루 마이온(Sughrue Mion, PLLC)의 박현석 미국 특허변호사. 2021년 IPO에 도전하는 디앤디파마텍 양원석 이사의 추천으로 그를 랜선 인터뷰했다. 변리사로 3년간 한국에서 실무를 익혔던 박 변호사는 2010년 미국으로 건너가 특허분야 전문 변호사가 됐고, 2021년부터는 슈그루 마이온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한다.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는 세계 각국 기업들의 다양한 의뢰를 소화하고 있다는 그는 특허 비용을 투자로 보는 인식을 넘어 사업의 필수요소라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한국기업에 조언한다. 2021년을 더욱 기대한다는 그를 히트뉴스가 랜선으로 만났다.

 

단순한 질문부터 할게요. 미국 특허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하셨죠? 어떤 일 하세요?

"특허업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미국 변호사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발명을 특허명세서에 담아내고, 특허청 심사과정을 거쳐 특허권으로 만드는 일, 이렇게 만들어진 특허를 바탕으로 타인의 무단 실시행위를 방지하도록 소를 제기 하거나, 제기된 소를 방어 하는 일, 그리고 특허 라이센싱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변호사이기 때문에 미국 특허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올해부터 미국 워싱턴D.C 소재 슈그루 마이온이라는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셨는데요.

"미국에 처음 발을 디딘 2010년이 떠오르네요. 생화학 박사인 아내가 2010년 보스턴 하버드대학병원의 죠슬린당뇨병센터로 박사후연수과정(Postdoc)을 오게 됐어요. 저도 이때 지적재산권법 분야에 특화된 뉴햄프셔대학교 법과대학 (프랭클린 피어스)에 진학했는데 이와 같은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아내 덕분이었죠. 슈그루 마이온은 2013년 로스쿨을 졸업하고 간 첫 직장입니다. 여기서 소속 변호사(Associate attorney)로 만 7년을 근무하고 2021년 1월 1일부터 파트너 변호사가 됐어요. 로펌 업무가 치열하다보니, 2013년 함께 입사한 동기변호사가 저를 포함해 6명이었는데, 어느새 저만 남아 있더라고요. 파트너 변호사로서의 책임과 도전의 무게가 더해진 만큼 새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파트너 변호사 자격이니까, 슈그루 마이온을 홍보할 기회를 드려야겠지요?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있고 1957년 설립된 이후 지재권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척해 온 로펌이에요. 특허발행수를 기준으로 볼 때 오랫동안 미국 2위를 유지하고 있고요. 이런 경험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상의 프리미엄 특허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특허분야에서 잘 알려져 있다 보니 다양한 회사들로부터 일을 의뢰받고 있어요. 미국은 전 세계 바이오 산업이 각축을 벌이는 곳이 잖아요? 의뢰들어오는 기업들의 국적이 정말 다양해요."

 

다양한 회사들로부터 특허관련 의뢰를 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약바이오 분야 특허의 글로벌 트렌드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2021년 이후의 경향성에 대해 힌트를 주신다면?

"다들 예상하겠지만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관련 특허출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게 사실입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기에 시장규모가 크고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만큼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지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현석 미국 특허변호사.
박현석 미국 특허변호사.

 

한국 변리사 시험에는 2006년 합격하셨어요. 석박사 공부를 계속하거나 일반회사 취업을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변리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원래 수학이나 물리학을 좋아했어요. 제가 생명공학을 전공하게 된 건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셨던 이윤우 선생님(서울 영동고등학교) 영향이 컸습니다. 선생님께서 담당하신 과목이 생물이었거든요. 덕분에 고려대 생명유전공학부에 들어갔는데, 바이오 분야 특성상 학부 졸업으로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는 어렵고, 박사까지 마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고민이 많았어요. 이때 변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는데, 이거다 했어요. 전공에 법학지식을 더해 기업의 자산이 되는 특허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거든요."

 

변리사가 되시고 3년 정도 한국에서 일하셨어요. 3년이면 실무에  익숙해지는 시점이잖아요? 아내와 함께 였지만 미국행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한국에서 2007년 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변리사로 특허법인에 근무하면서 제약바이오 분야 특허출원, 심사, 심판, 소송, 기술이전 등 업무를 다양하게 경험했어요. 그런데 업무를 의뢰하는 기업의 제1 관심은 미국시장에 있다는 점을 알고 놀랐어요. 자연스럽게 미국 특허실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지만, 간접경험이라 한계를 많이 느꼈죠. 마침 아내가 미국에서의 박사후연수과정을 준비하고 있어서 큰 고민없이 미국행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파트너 변호사로 첫 발을 떼게 됐어요. 미국 특허변호사 박현석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다양한 국적의 기업들과 일을 하지만, 한국 기업들과 업무를 할 때 아무래도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 변리사로서 한국에서의 업무경험과 미국에서 특허변호사로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일을 미국 특허실무에 맞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인 것 같습니다. 한국어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으로 인한 문제들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은 바이오 시장의 격전지라고 하셨잖아요. 특허 분야만 따로 떼어 놓고 볼 때, 한국기업의 인식전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냉정하게 꼭 찍어 주세요.

"사실 제가 처음 특허업무를 시작한 2007년과 비교하면, 한국 바이오/제약 회사가 특허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특허비용을 단순한 지출로 보았다면, 요즘은 자산창출을 위한 투자로 보는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여기에 사업을 위한 필수요소라는 인식까지 더해져야 된다고 봐요. 사업화가 결정되고 나서야, 특허 출원시기를 놓친 것을 만회하고자 하거나, 특허 조사 없이 시장에 들어가 타사 특허 때문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특허가 사업을 위한 필수요소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텐데요."

 

한국을 떠난지 10년 정도 되셨어요. 그 사이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도 많이 달라졌지요?

"그럼요. 그 동안은 한국의 뛰어난 인재들이 국내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해외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이런 인재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요. 글로벌 인재와 민간투자가 결합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정부 주도의 투자에 민간투자가 힘을 보태면서 양적,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고 봅니다."

 

업무차 한국에 자주 오시나요? 한국 출장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아무래도 한국 기업들과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업무 차 필요할 때마다 한국에 방문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차후 진행 될 업무를 논의하거나, 미국 특허실무를 강의하는 일정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장거리 출장인 만큼 많은 일정을 집중적으로 소화하게 되어서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고국에서의 시간이기에 행복함이 큽니다."

 

특허전문 미국 변호사로서 목표, 그건 뭘까요?

"고객사의 기술이 내 손을 거쳐 특허로 탄생하고, 이 특허기술이 성공적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특허변호사로서의 당연한 목표입니다. 아직 젊고 할 일도 많다고 저는 생각해요. 계속해서 도전할 겁니다. 히트뉴스 독자분들께서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세요!"

 

박현석 변호사가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TeraImmune의 공동설립자이자 Chief Operating Officer로 근무하고 계신 박지훈 박사님을 히트뉴스에서 뵙고 싶어요. 박 박사님은 과거 NIH에서 연구를 하셨고, 미국에서 직접 TeraImmune을 설립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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