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희귀약센터장, 시민 환자단체장 모아놓고 하소연
윤영미 희귀약센터장, 시민 환자단체장 모아놓고 하소연
  • 강승지 기자
  • 승인 2020.02.21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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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금 활용 · 택배 배송 안 하려 예산확보 노력했지만 '실패'
지방환자 위한 시범사업 '올스톱'… 사회적 공감 · 해결이 관건

"저희는 희귀난치 질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소임을 다하고 싶으나 사업 예산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역 거점센터 · 위탁배송 · 지역 거점약국 · 방문약료 등 환자에게 필요한 약료 서비스를 모두 중단하게 됐습니다. 

윤영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장
윤영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장

그렇다고 수익금을 남겨 운영하거나 퀵 서비스 · 택배로 의약품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지난 20년, 센터는 이를 관행처럼 해왔습니다. 위법임을 알면서 자행할 수 없습니다. 센터는 올해를 굉장히 힘들게 보낼 것 같습니다. 

환자 불편이 가중되는 지금 상황을 고백하고 환자 · 소비자 · 시민단체 전문가분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원장 윤영미, 이하 센터)는 20일 시민 · 보건의료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자기고백' 형식의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 

센터를 이끄는 윤영미 원장은 이 자리에서 "센터는 희귀·난치 질환자들을 위한 의약품 공급을 맡으며 20년 간 위법적 상황을 저질렀다"며 "약가차액을 수입금으로 편법적으로 활용했고 의약품을 일반 택배나 퀵을 이용해 배송하는 등 환자 안전을 위협해왔다"고 했다.

이는 지난 2018년부터 다수의 언론보도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수차례 알려진 바 있다. 이듬해부턴 자체적으로 정상화 노력을 기울이며 의약품 공급 시범사업을 해왔지만 윤 원장은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지난해 11월 예산 심의 결과, 기관운영비 예산과 필수사업 예산을 받지 못해 올 초 사업을 모두 중단하게 됐기 때문. 과거로 돌아갈 수도, 사업을 접을 수도 없다.

희귀 ·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환자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불편을 해소하려 했는데 '예산'을 이유로 의지가 꺾이게 된 센터는 시민 · 환자단체에게 사회적 공감대와 해결안을 형성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모양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지난 20일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지난 20일 시민 · 보건의료단체 초청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김수연 한국소비자연맹 팀장, 이보람 한국뇌전증협회 과장 등 단체 관계자와 센터 직원들이 센터의 사업 중단과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단체 관계자들은 "센터가 사업 정상화를 위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겠다. 향후 시민사회의 사회적 협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센터는 냉장보관의약품을 냉장시설이 없는 창고에 보관하고, 일반 택배나 퀵 서비스를 이용, 배송했다. 5년간 환자에게 받은 약값인 68억5500만원을 센터 운영비에 쓰기도 했다. 이 사실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 지적됐다.

윤영미 원장은 취임 후 센터센터 운영을 원활히 하기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약가차액 수익금 자체를 삭제하기 위해 '약가 재조정 신청 근거자료'를 만들어 차액이 발생한 약제의 재평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기관운영비와 필수사업은 국고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관운영비 예산 일부와 필수사업 예산 전액은 반영되지 않았다. 센터는 올해 필요예산으로 총 140억300만원을 제출했으나 정부는 이중 23억9400만원만 인정해줬다. 센터 요구액 대비 약 17%에 그친다. 센터가 자체 계획한 사업을 정상 운영하기 어려운 수준의 금액이다. 이로 인해 센터는 사업방식을 변경하거나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의료용 대마는 재고를 비축해 공급하고 있었지만 올해부터 환자에게 신청을 받고 수입 · 공급하게 된다. 수급은 원활치 않을 전망이고 치료 편의성은 저해된다. 지역거점센터와 거점약국, 전문업체를 통한 의약품 위탁배송은 모두 중단됐다. 또, 권역별로 희귀·필수의약품을 공급하는 '거점 센터'를 만들어 약사와 희귀난치질환자 간의 대면 복약지도를 상용화하려 한 센터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왼쪽)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진행하려던 사업, (오른쪽) 해당 사업의 예산 반영 여부
(사진출처=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윤영미 원장 정책간담회 발표자료 일부)

센터는 식약처에 2020년 예비비와 추경 예산 확보를 요청했으나 가능할지는 미지수. 특히 지방 환자에게 희귀·필수의약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지역거점약국과 위탁배송, 방문약료 사업을 추진했지만 잠정 중단됐다. 

환자에게 불편하지만 별 수 없이 방문수령으로 공급방법을 바꾼 상황이다.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없는지, 서울까지 약을 받으러 가야 하는지" 묻는 문의 전화가 하루 200통 이상 온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센터는 불법적 관행이었던 수익금 확보와 택배배송에 대한 법적 자문도 받아봤다. 물론, 위법이라는 답변이 돌아와 공직단체로써 더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영미 원장은 "센터는 매년 평균 2만 건 가량의 특수한 관리가 요구되는 희귀·필수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20년 간의 불법적 관행을 바꾸고자 애써봤지만 지금은 센터로서도 불가피한 상황을 겪게 됐다. 환자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원장의 발표를 들은 환자 · 소비자 단체는 당장 겪어야 할 환자들의 불편을 우려하며 센터의 상황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환자라면 당장 필요한 약을 받지 못할 수 있겠구나 혹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받아야 하는구나라는 문제를 느끼게 될 것"이라며 "불법임을 알면서도 과거의 행위를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납득할 수 없다. 장기적인 공론화와 논의가 필요한 현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센터가 어떤 역할을 하고, 전문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들어보니 시급히 해소해야 할 문제로 느껴진다"며 "센터가 해결해야 할일, 시민사회와 함께 움직여야 할 일이 필요해보인다. 무엇보다도 센터의 이슈를 공론화할 장에는 복지부와 센터, 환자와 시민사회가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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