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복지위, 85억 증액...예결특위, 9억으로 '칼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센터장 윤영미)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1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에서 식약처가 편성한 예산안을 대폭 증액한 이유였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단계에서 이 금액은 대폭 칼질됐다. 그나마 증액안 전액이 사라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할까?

10일 국회에 따르면 본회의를 통과해 확정된 식약처의 내년도 '희귀·필수의약품센터 지원' 예산은 25억8400만원 규모다. 당초 식약처가 제시했던 16억2000만원보다는 59.5%, 올해 예산과 비교하면 111.4% 늘어난 금액이어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비춰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예비심사에서 증액한 예산액 현황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예비심사에서 증액한 예산액 현황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의 노력을 감안하면 너무 초라한 성적표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비판의 중심에 섰다. 공간이 부족해 의약품이 부실 관리되고 있었고, 냉장의약품 유통체계도 허점 투성이였다. 환자들이 준 돈과 센터가 실제 해외에서 구입한 약값차액을 돌려주지 않고 적립해뒀다가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센터 정상 운영을 위한 필요인력조차 부족했다.

보건복지위원들은 이런 실태를 낱낱히 폭로하고 식약처에 업무감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력충원과 시설확충 등을 위한 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건복지위원들은 국정감사에 이어진 예산심사에서 이를 반영했다. 희귀·필수의약품 안정 공급을 위해 약사 등 전문인력과 마약류 자가치료용 수입·공급 전담 직원 등 인력보강(49명), 사무실 이전, 필수의약품 위탁제조, 냉장의약품 유통체계 구축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무려 85억2100만원을 증액했다. 센터 예산이 2018년 12억2200만원, 식약처 내년도 요구안 16억2000만원에서 101억4100만원으로 수직 상승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보건복지위 예비심사 결과를 대폭 칼질해 85억2100만원 증액분을 9억6400만원으로 잘랐고, 이 액수는 그대로 본회의에서 확정됐다.

사실 소관상임위 예비심사 결과는 예결특위에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무용론이 매년 제기돼왔다.

국회 관계자는 "예결특위로 가면 삭감은 쉬어도 증액은 어렵다. 그나마 9억여원을 인상한 것도 큰 성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센터의 101억 예산은 이렇게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아쉬움만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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