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의료용 대마 수급 곤란… "환자들, 걱정 커져"
'돈' 때문에 의료용 대마 수급 곤란… "환자들, 걱정 커져"
  • 강승지 기자
  • 승인 2020.02.1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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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필수약센터 사업비 예산 미반영 여파…지역 약국·유통 '올 스톱'
학계·센터·환자 "수급·치료 해결책 논의"… 사업 예산 확보 관건

"올해 사업비 예산이 전액 반영되지 못해 부득이 시행 예정이었던 지역 거점 센터, 위탁배송, 거점약국, 방문 약료 등의 업무가 중단됩니다. 약값과 유통비가 상승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알려드릴 수 밖에 없어 센터 또한 유감스럽기만 합니다."

2020년 새해를 맞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원장 윤영미, 이하 센터)는 이같은 내용을 알리며 수신인에게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의료용 대마 CBD 오일 '에피디올렉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보유)
의료용 대마 CBD 오일 '에피디올렉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보유)

의료용 대마 'CBD오일(제품명 에피디올렉스)'의 수급이 곤란해졌고 환자 치료 편의성은 저해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예산에 사업비가 반영되지 않아서 그렇다.

이제 전국 환자들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직접 찾아 약을 받아야 한다. 시간과 비용, 부담과 수고가 모두 환자에게 전가된 셈. 센터와 정부, 의료전문가와 환자가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만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달 희귀필수약센터는 'CBD 오일(에피디올렉스)'의 공급 변동 사항을 안내했다. 에피디올렉스는 소아 뇌전증 등 희귀난치질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는 의료용 대마다. 지난해 3월 자가치료 목적의 의료용 대마가 허용 · 긴급도입 돼 센터는 환자 공급에 필요한 업무를 맡았다.

환자의 투약 기간을 줄이기 위해 해외직구 시스템을 개선했고 수요에 맞게 재고를 확보하며 신청 시 재고약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운영했다. 따라서 수급 소요시간은 기존 3개월에서 약 일주일까지 줄었다.

환자의 약품 접근성 확보 차원에서 위탁배송 시스템과 거점약국으로 유통 선진화에 나섰다. 환자가 약을 신청하면 일주일 만에 인근 지역약국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센터는 20억원을 대출해 에피디올렉스 1000병의 선재고를 지난해 대량 구매했다. 해외 현지 약가는 소아 환자의 평균 한 달 치료량 1병 당 200만원 가량. 

이같은 노력으로 의료용 대마가 필요한 환자의 만족도와 편의성은 개선됐다는 게 센터, 의료전문가, 환자단체의 의견이다. 그런데 올해 문제가 생겼다.

센터가 기본 운영비와 인건비를 제외한 주요 사업 예산을 전혀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 센터는 올해 필요예산을 140억300만원으로 산정했지만 정부는 센터 요구액 대비 17%인 23억9400만원만 인정했다.

시행 예정이었던 지역 거점센터, 위탁배송, 거점약국 등의 사업 예산은 한 푼도 인정받지 못 했다. 

최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원장 윤영미)는 위탁배송 시범사업 종료 및 의약품 수령방법 변경을 안내했다.
최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원장 윤영미)는 위탁배송 시범사업 종료 및 의약품 수령방법 변경을 안내했다.

식약처와 센터, 의료전문가와 환자단체는 예산 부족으로 인한 의료용 대마 수급 곤란을 논의 끝에 대외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지난해처럼 1000병이 준비된 상황이 아니라 필요한 환자는 미리 확보, 구입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남은 재고는 약 500병 가량으로 일단 다음달까지는 환자 수령이 가능하다.

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사둔 재고가 일부 있어 운영하고 있다. 일단 학회와 논의해 수기처방전을 만들어 발주할 양을 산정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일을 고려해 3개월 전부터 공지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내 약국.
센터 내 약국 근무약사는 5명이다.

현재 의료용 대마는 급여화 논의도 이뤄지고 있어 환자의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공급은 센터 재고 외 늘지 않아 수급불균형이 우려된다.

환자가 약을 받는 기간도 일주일까지 줄였지만 다시 3~4개월로 늘어날 게 뻔해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환자들은 청와대를 향해 재고확보를 요구하며 국민청원에 나서기도 했다. 한 청원인은 자녀의 난치성 뇌전증 치료를 위해 의료용 대마를 수급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100ml 용량의 1병 당 가격이 156만9000원이다. 한꺼번에 주문하려면 여러 병 가격을 내야하므로 비용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청원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희귀약센터 예산을 확보해 재고 수급과 환자치료에 노력해줄 것을 요구했다.

센터도 식약처 등 정부기관에 예비비 예산 투입과 3월 추경예산 확보를 통한 사업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협의 과정이 길고 예산이 확보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임시방편으로 수급곤란 상황을 알려 환자의 처방·투약 시점을 조절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예산 확보가 의료용 대마 수급과 환자 치료 편의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센터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 미비한 점으로 인한 현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환자들은 부담과 걱정을 안고 있다"며 "희귀의약품의 접근성 강화 대책을 정부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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