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여전...환자단체는 담담

"제도 잘 만들어 환자에게 치료기회 제공해 달라"

지난 달 27일 희귀·난치성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3여년간의 기다림 끝에 제정돼, 내년 8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관련 하위법령과 구체적인 시행방안 마련만을 남겨둔 상태입니다. 

첨단법에서 다루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살아있는' 세포를 성분으로 합니다. 살아있는 세포는 불확실합니다. 우리 몸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변화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최악의 경우 암세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성 환자들은 절박합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원이 없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국내에 없는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가까운 일본·중국으로 원정시술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실 재생의료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이슈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우리보다 앞서 관련 법을 도입한 미국·유럽·일본도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국 의료시스템에 알맞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요. 공통적으로는 재생의료제품을 의약품·의료기기와 다른 '제3의 제품'으로 분류하며, 임상연구와 임상시험을 이원화해 관리합니다. 임상 데이터가 어느정도 축적될 경우 상업적 개발과 바로 연계하는데,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는 치료기술로도 채택합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사실 우리나라는 4년 전까지만 해도 첨단재생의료 선도국이었습니다. 파미셀은 2011년 7월 식약처로부터 급성심근경색 치료제 셀그램-에이엠아이(Cellgram-AMI)의 품목 허가를 받으며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2012년 1월에는 메디포스트의 무릎 연골재생 치료제 카티스템(Cartistem)·안트로젠의 크론성 누공 치료제 큐피스템(Cupistem), 2014년 7월에는 코아스템의 루게릭병 치료제 뉴로나타-알(Neuronata-R)이 허가를 받았습니다.

재생의료 제품은 크게 세포 치료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조직공학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로 구분되는데요. 국내는 외국과 달리 줄기세포 치료제에 집중하는 양상입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포함한 국내 세포 치료제 비중은 83%에 이릅니다. 특히, 외국은 IIT(연구자주도 임상시험, Investigator initiated trial)가 71%·SIT(의뢰자주도 임상시험, Sponsor?Initiated Trial)가 29%인데, 우리나라는 산업체가 주도하는 SIT가 64%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타깃으로 하면 누구든 반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첨단법은 산업화의 좋은 명분을 제시한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재생의료는 피부 노화·재생 분야에 많이 쓰인다. 산업체는 상업성이 있는 분야로 치료제를 개발하기 때문"이라면서 "첨단법이 어느정도 시행된 이후에는 희귀·난치성에서 산업체 주도로 대상 질환 범위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를 들어 법 제정을 반대했었습니다. 

학계도 유사합니다. 지난 20일 '첨단재생의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치료 기술로의 발전 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제4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의료윤리학자인 김소윤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산업체 주도로 개발되는 제품은 수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영역이 된다. 이 법에서 말하는 첨단재생의료는 어디까지 산업이고, 어디까지 의료인지 굉장히 혼란스럽다"고 했습니다.

백한주 가천의대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왜 재생의료만 특별히 취급받아야 하는가. 기존 치료와 재생의료는 큰 차이가 없다. 조건부 허가(임상 3상 면제)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도 우려스럽다"고 했고, 김병수 고대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첨단법을 통해 세포치료제가 대량생산·유통될 수 있다. 이 법은 화학의약품을 대체할 개념으로 재생의료제품이 사용될 여지가 있음을 암시하는 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첨단법 태동기 이전부터 법 제정에 줄곧 관여해온 박소라 인하대 재생의료전략연구소 센터장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는 첨단재생의료 내용을 기존 약사법·의료기기법이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점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시민단체·학계의 우려를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 센터장은 "일본 의료기기 제조사 테루모가 개발한 심근경색 치료기술 하트시트(HeartSheet)는 환자 7명을 대상으로 상업용 임상시험을 거친 뒤 2015년 9월에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사실 하트시트의 실질적인 임상시술·임상연구는 40여건을 상회한다. 8년 이상의 임상연구 결과는 조건부 허가와 아울러 보험급여 실시 근거가 됐다. 그런데도 테루모는 '하트시트는 완벽한 제품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시 파르마슈티치가 개발한 각막 손상환자 시력회복제 '홀로클라'(Holoclar)도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 조건부 인허가를 받았는데, 이 허가는 10년 이상의 연구 결과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홀로클라는 2017년 9월 보험급여 적용에도 성공했습니다.

박 센터장은 "사실 모든 신기술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 가운데 재생의료는 모든 부분에서 불확실성을 가진 치료기술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완벽한 치료제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일본의 경우 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소통해 법을 발전시킨다. 우리도 그런 시점이다. 소통할 때는 내 주장만 할 게 아닌 상대편 입장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 부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이 제정된 시점에서 소모적인 찬반 논쟁만 거듭해서는 안 됩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김현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려깊은 경계(Prudent Vigilance) 모델'이라는 구체적·범용적인 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이 모델은 체계적 위험·혜택 평가, 전문가 심의, 모니터링 기반의 데이터 수집·분석·평가, 즉각적인 이상반응 대응 체계, 장기 팔로우업과 추적 가능성, 사회윤리적 위험 대응을 위한 공론화 및 ELSI(윤리적·법적·사회적 함의) 체계 등을 담고 있습니다. 

김현철 교수는 "첨단재생의료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신뢰다. 우리나라가 저신뢰 사회가 된 이유는 여러 역사적 경험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첨단법의 경우 규제 틀을 움직이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 없었던 규제 틀을 가지고 움직이면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한다. 이 틀이 잘 진행되려면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어느 정도 위험이 있는지를 솔직하게 알려주는 게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적절한 평가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성숙한 안전관리·평가시스템을 구축하며 희귀·난치성 치료와 산업계 발전을 동시에 촉진한 성공사례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2013년 재생의료 연구·개발·실용화를 아우르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임상연구와 자유진료를 관리하는 재생의료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에서는 재생의료 기술을 저위험·중위험·고위험으로 구분해 관리하면서,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기반산업의 인프라를 탄탄히 마련했습니다. 

환자단체 발언을 빌려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노바티스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항암제 '글리백' 사례를 언급하며 첨단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는데요. 그는 "우리는 첨단법으로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이 법이 나왔다. 우려와 문제점을 충분히 안다. 제도를 잘 만들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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