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진전 없는 첨단재생바이오법, 여전히 '설왕설래'
논의 진전 없는 첨단재생바이오법, 여전히 '설왕설래'
  • 김경애
  • 승인 2019.12.31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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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력 확보·통합 거버넌스 마련 등 강조
"환자 치료기회 원천 차단…정부 지원 과감해져야"

[종합] 첨단재생의료 안전·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공청회

"지금은 서두르지 않되 빨리해야 할 시점이다. 이미 첨단재생바이오법이 통과돼 환자가 수술방에 누웠다. 조속히 완치시켜 회복실로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수술방에 누운 환자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할 때가 아니다."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두경부암·갑상선센터장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두경부암·갑상선센터장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두경부암·갑상선센터장은 30일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첨단재생의료 안전·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는 내년 8월 말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구체적 시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 이견들이 지속 난립해 발목을 잡는 데 따른 지적이다. 

이날 공청회는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첨단재생바이오법 기본계획의 방향·전략에 대한 전문가·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는 첨단법 태동기 이전부터 법 제정에 줄곧 관여해온 박 센터장이 맡았다.

패널토론에서 김한수 센터장은 다양한 의견을 공유·취합할 수 있는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 사회적 불신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도 거버넌스를 통한 사회적 합의·공론화만이 신뢰·투명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안임을 강조했다. 

김태호 큐어세라퓨틱스 대표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이 희귀난치질환자 치료기회를 오히려 박탈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선진국의 경우 임상시험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환자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 치료받을 수 있는데, 우리 법은 그런 기회를 원천차단했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이 미국·유럽으로 떠나고 있다.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기업 입장에서도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싶지만 루트가 없다"고 호소했다. 

김태호 대표는 또, 우리나라 줄기세포가 일본·중국에 계속 뒤쳐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중국은 막대한 자원으로 무식하게 치료하고 일본은 탁월한 과학성으로 밀고 있는 반면, 우리는 중간에서 고민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지원이 과감해졌으면 한다. 해보고 실패하고 복기하자.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고 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와 관련 재원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10년간 1조원 투입을 위해 실시 중인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내년 5~6월 말에 도출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플로어 질의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줄기세포 배양·증식을 통해 성형 부작용을 겪는 환자를 치료해왔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서 범법자가 되게 생겼다"며 크게 항의하자, 정 과장은 "징역·벌금형 등은 하위법령에서 다뤄질 내용이다.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대한 공론의 장을 내년 1월 말~2월경에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첨단재생의료 안전·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30일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첨단재생의료 안전·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30일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패널토론은 정성철 이화여대 의대 생화확교실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태호 큐어세라퓨틱스 대표,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두경부암·갑상선센터장, 유승권 고대 생명의학과 교수, 이승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정책센터장,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이 참여했다. 

김태호 큐어세라퓨틱스 대표는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한 전략과 앞서 언급한 희귀난치성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에 대해 발언했다. 그는 "해외 우수사례를 우리나라에 가져와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문화·환경·제도적 차이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인프라도 가지고 있다. 이런 우리의 성공 경험을 벤치마킹과 섞으면 좋은 제도가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15~16세기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경제력은 전세계 최고였는데 19세기 최빈국으로 전락했다"며 "그 우수한 과학기술이 왜 무너졌느냐. 정치가는 정치가, 기업가는 기업가끼리 모여 폐쇄적으로 대화하다 보니 낙후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화창구가 마련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두경부암·갑상선센터장은 중개·임상연구 활성화 전략과 관련, 보수적 집단인 의사들을 아우룰 수 있는 거버넌스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시스템 개선보다는 전환 관점에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센터장은 "의사는 보수적인 집단이다. 의사들이 불법 리베이트를 통해 약을 바꿀 것 같아 보여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새로운 치료법이 출시돼도 바꾸지 않는다. 바꾼 약을 통해 환자가 잘못되면 결국 의사가 책임을 진다. 이 치료법을 실제 시행하는 의사들이 얼마나 움직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카티(CAR-T) 세포치료제가 건강보험에 등재되려면 감기 환자 1000명의 보험혜택을 없애면 된다. 거꾸로 5억원은 암환자 25명을 치료할 수 있는 돈으로, 경우에 따라 희귀질환보다는 암환자 25명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며 "거버넌스는 이런 문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소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했다.  

유승권 고대 생명의학과 교수
유승권 고대 생명의학과 교수

유승권 고대 생명의학과 교수는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는 전세계 1·2위다. 이를 어떻게 융합해 발전시킬 것이냐. 국가가 충분한 기반을 마련해준다면, 각 분야에서 휼륭한 플레이어들이 세계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융합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연구비 지원·인센티브 제도보다도 연구자간 팀워크를 더 중시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현 연구들은 개인 연구자 위주다. 팀워크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같은 목적을 가진 연구자들이 이해관계자간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TF 등)를 통해 팀워크를 유지한다면, 글로벌 경쟁력도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승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정책센터장도 김한수 센터장과 마찬가지로 시스템 전환을 강조했다. 시스템 개선의 경우 연구개발(R&D)을 통해 제품 개발에만 집중하지만, 시스템 전환은 보건의료시스템뿐 아니라 시스템을 둘러싼 전반적 사회인식까지도 신경을 써가면서 변화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첨단재생의료 기술·바이오의약품을 활용할 경우 국민 보건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론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재생의료 기반 의료서비스와 그 안에서 행해지는 임상연구 가치를 다시 한 번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 전략의 경우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전략인지, 최대한 보수적으로 움직이면서 특화된 분야를 찾아서 갈 것인지 잘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인보사 사태를 예로 들면서 환자 안전사고 최소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이 합의는 거버넌스와 토론회를 통해야 하며, 공개와 투명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환자들의 해외 의료관광(Medical Tourism)과 관련, 재정 문제로 인한 소규모 임상으로 대다수 환자가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이 또한 거버넌스를 통해 공론화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이사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산업 활성화 취지로 규제를 어느정도 완화해, 환자안전 침해를 어쩔 수 없이 전제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안전·사후대책을 마련해도 어쩔 수 없는 피해는 예견돼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첨단재생바이오 임상연구 활성화를 위한 정부 투입 비용과 관련 "임상연구는 이 법이 원래 목적대로 잘 시행되기 위한 관건"이라며 "임상연구에 10년간 1조원 투입을 위해 실시 중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 결과는 내년 5~6월 말에 도출될 예정이다. 현재 일정 규모의 재원을 확보한 상태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예산이 어느정도 배분될지는 좀 더 노력해봐야 한다"고 했다.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과 관련한 공론의 장은 내년 1월 말~2월경에 마련하겠다며 "여러 산적한 문제를 공론화해 모두가 함께 고민하며 법을 발전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플로어 질의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줄기세포 배양·증식을 통한 비급여 치료가 불법 시술로 오인되는 데 따른 억울한 감정을 지속 토로함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좌장을 맡은 정성철 교수는 "오늘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마련된 자리여서 해당 질의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토론에 앞서 박소라 재생의료전략연구소 센터장은 첨단재생의료 안전·발전을 위한 핵심전략 방향(안)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이날 박 센터장은 3대 전략 9대 중점과제로 구성된 첨단재생바이오법 세부 추진 전략(안)을 공개했다. 이 안은 안전관리 제도화 정착·환자 치료기회 확대·산업 생태계 구축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인허가 체계 구축과 임상연구 확대·효율화, 전문인력 양성 등 9가지 세부과제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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