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라 교수 "치료기회 확대·산업화 촉진위해 필요"
오일환 교수 "우려됐던 선결조건들 대부분 해소"
전진한 국장 "바이오의약품 조건부허가 폐기해야"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 주재로 열린 첨단재생의료및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공청회 모습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 주재로 열린 첨단재생의료및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공청회 모습

첨단재생의료법안과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을 통합 조정한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법안에 대한 전문가그룹과 시민사회단체 측 진술인들간 시각차는 예상했던 것보다 크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몇가지 보완사항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통합법안에 찬성했다. 논란이 됐던 우려사항들이 상당부분 통합조정 과정에서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 측은 바이오의약품 '조건부허가' 부분을 집중 공략했지만 첨단재생의료 관련 조문에 대해서는 따로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통합법안의 찬반쟁점이 뚜렷해진 것이다.

박소라 인하대의대 교수, 오일환 가톨릭대의대 교수, 전진한(의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주재로 열린 공청회에서 통합법안에 대해 찬반의견을 개진했다.

박소라 교수는 첨단재생의료법안을 마련하는 데 초기부터 관여한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하나다. 오일환 교수 역시 줄기세포학회 회장과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 최고 전문가 중 한사람인데 통합법안 이전 법률안이 발의됐을 때만해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정진한 정책국장은 통합법안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이날 진술인 토론은 전문분야나 관심사가 나눠져 있어서 각이 조금 엇나가기도 했다. 두 개 법률안을 결합시킨 이유탓인데, 실제 박소라 교수와 오일환 교수는 재생의료분야에 전문성과 관심도가 컸고, 전진한 국장은 첨단바이오법안에 대해 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히트뉴스는 이들 진술인들이 이날 밝힌 통합법안에 대한 찬반입장을 정리해봤다.

박소라 인하대의대 교수
박소라 인하대의대 교수

박소라 교수는 "통합법안은 재생의료 분야의 연구·개발 단계부터 제품화까지 전주기적 환자안전 관리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치료기회를 줄 수 있고, 또한 산업화도 촉진할 수 있는 법률안으로 높이 평가된다"고 했다.

이유로는 3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임상연구 단계에서 각 병원에서 하던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국가 중심으로 일원화해 심의하고 환자 등록·관리·추적 시스템 구축으로 환자 안전관리는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됐다"고 했다.

이어 "임상연구 활성화를 통해 임상시험 후보물질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효능이 우수한 재생의료 치료제의 상용화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재생의료제품 개발 촉진과 세포 배양ㆍ제조 시설 등 기반산업의 동반 성장 추진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보완의견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통해 현재 큰 사회적 문제인 절실한 환자들의 일본 원정치료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국가 지원의 '임상연구'로 제한돼 있어서 소수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연구가 가능하고, 일본의 자유진료 제도처럼 환자로부터 돈을 받고 시술할 수 있는 길이 없어서 결국 경제적 능력이 되는 환자들은 해외로 나가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료의 불평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따라서 "'시술' 또는 '조건부 시술'의 개념(제한된 기간 동안 환자의 성과를 축적, 평가해 의약품 또는 신의료기술로 개발하거나 효능이 없는 경우 시술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최소한의 비용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첨단재생의료심의위원회를 통과해 임상연구 결과를 얻은 경우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 심사로 연계 되는 조문은 산업계에 큰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통합법의 장점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다만 "임상연구 결과가 신의료기술로 신속하게 연계되는 내용이 포함돼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현재 신의료기술 인증 장벽이 높아 실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또 다른 허들이 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아울러 "첨단재생의료심의위원회 사무국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설치하는 조항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서 "'첨단재생의료실시'는 의약품 또는 의료기술이 되기 전 융합기술 개념으로 절실한 환자 중심으로 심의되는 게 중요한 철학이므로 의약품의 주 허가기관인 식약처가 사무국이 될 경우 법 제정 후 변화가 없을 수 있따는 점을 연구자나 개발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따라서 "사무국 설치는  복지부-식약처 협의로 논의될 수 있도록 전혜숙 의원 발의안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며, 의약품과 차별화된 다양한 융합기술들이 희귀·난치질환 환자에게 신속하게 적용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오일환 가톨릭대의대 교수
오일환 가톨릭대의대 교수

오일환 교수는 "첨단재생의료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하느냐, 안하느냐'의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오 교수는 생각하는 명분은 차고 넘쳤다. 나날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신기술과 첨단신기술(emerging technology)에 대한 주체적 대응,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제도 등이 필요하고, 신 산업성장동력의 이슈인 IT, BT 등과 관련한– 향후 10년후의 글로벌 경제체계에 대한 이니시어티브도 고려해야 한다.

또 ▲미국의 조건부 승인, 혁신치료제, 신속심사, 재생의약첨단치료제 지정 등의 제도 ▲유럽의 조건부 승인, 신속심사 ▲일본의 재생의료 제품 조건부 승인 등과 같이 세계 각국은 공통적으로 첨단바이오산업에 대한 선제적 접근을 통한 환자의 접근권과 신산업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암환자나 희귀난치질환자들의 해외 원정 치료 실상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 교수는 그러나 제도 시행 전 고려해야 할 선제 조건들이 있다면서 한국줄기세포학회와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검토한 6가지 쟁점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첨단재생의료가 환자의 생명권과 인권을 위협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첨단재생의료가 비정상적 산업화 우회경로로 자리잡아서는 안된다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검증 인프라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조건부 허가제도가 남용되지 않아야 한다 ▲심의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부처간 협력을 통해, 정부/민원인의 효율적인 행정운용이 가능해야 한다 등이었다.

오 교수는 "통합법안에서 이런 선결조건들에 대한 우려와 문제점이 충분히 보완됐다고 생각하고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완차원에서 사소한 3가지를 제언한다"고 했다.

그는 우선 "연구와 허가과정에서 일원화된 통합적 기준을 제시해 정책적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첨단재생의료에 대한 심의위원회 심사과정상의 오류로 환자가 불이익을 당할 경우를 대비해 법적 책임소재와 보상 장치에 대한 기술이 추가돼야 한다. 부작용피해구제 등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아울러 "심사위원회의 심사 전문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무국의 역할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전진한 정책국장은 첨단바이오의약품과 관련한 '조건부 허가' 규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전 국장은 "이 법은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이 아니라 산업육성을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상업적 의료 규제완화를 목적으로 한 것인데, '신속처리' 대상 바이오의약품을 지정해 '조건부 허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초기 임상시험(일반적으로 임상 1·2상을 뜻함)만을 거쳐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이라도 임상 3상을 거치지 않고 '시판 후 안전관리 등을 조건으로 품목허가'하는 걸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전 국장에 따르면 소수의 정상인과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기 임상과 달리 임상 3상은 환자군 다수를 대상으로 안전성·유효성을 확증하는 절차다. 기업 입장에서는 3상시험이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까다로운 절차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안전을 위한 마지막 안전평가절차에 해당된다.

전 국장은 "그런데 해당 법안은 조건부 허가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 '사망 가능성이 높은', '일상 기능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감염병의 대유행에 대한 예방 또는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 등 기존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규정을 법으로 상향할 뿐 아니라, '첨단재생의료실시를 한 경우'에도 조건부 허가를 허용하도록 했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라는 임의의 위원회를 통과하기만 하면 질환 제한 없이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의 조건부 허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에도 2016년 대부분의 세포치료제에서 전기임상(임상1/2상) 결과만 있으면 후기임상(임상3상)을 거치지 않고도 시판할 수 있게 하는 '재성장법(REGROW Act)'이 발의됐었는데, '미충족 의료를 위한 것'이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치료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신속한 승인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이 핵심이었고, 이는 한국의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의 미국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전 국장은 "이 법안에 대해 세계 양대 세포치료학회인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SSCR)와 국제세포치료학회(ISCT)가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이유로 한 목소리로 반대했고, 결국 폐기됐다. 현재 미국 시장에 줄기세포치료제가 진출는 건 굉장히 제한적이다. 실제 미 FDA가 승인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단 한 개도 없다"고 했다.

전 국장은 "국내 현행 법령은 이미 대체의약품과 치료법이 없는 희귀의약품과 항암제 등에 한해 조건부 허가를 허용하고 있다. 2016년 김상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이후 조건부 허가된 23개 약에 대한 이상반응(부작용) 보고가 15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2016년에는 올리타정이 식약처 신속 심사에 따라 임상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아 시판됐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5명의 시험 대상자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미국 의료전문지 메드페이지투데이(MEDPAGETODAY)가 2016년 보고한 자료를 보면, 미국 FDA가 쾌속승인 절차에 따라 우선 판매 허가한 25개 암 치료제 중 실제 치료효과 증가가 입증되지 않은 약제가 14개(5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쾌속승인 절차 때문에 효과가 미입증된 의약품을 환자가 고가로 구매하게 된 것"이라며 "조건부허가라는 예외조항은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적용돼야 하지, 이렇듯 무제한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전 국장은 결론적으로 "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치료 등은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므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임상 3상을 면제하고 '시판 후 안전관리'를 하겠다는 건 환자를 대규모 실험대상으로 삼고, 기업이 지불해야할 임상 3상 비용을 환자들이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고 매우 위험하면서 비윤리적이다. 따라서 이 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