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미 '리그로법'과 같은 의료영리화법"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이 강한 도전에 직면했다. 정확히는 통합 조정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인데, 두 개 법안이 분리될 가능성도 있어서 결국 관건은 쟁점이 되고 있는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그중에서도 '조건부허가' 조문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내년 2월 법안심사의 판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히트뉴스는 지난 1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공청회에서 불거진 '조건부허가' 논란을 압축적으로 재정리했다. 통합조정 법안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쟁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시민사회단체가 이날 공청회에서 시종일관 지적한 건 통합조정 법률안의 '신속처리대상 지정(48조)' 관련 조문이다.

이 조문은 식약처장이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초기 임상시험에서 안전성 또는 유효성이 기존 의약품이나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개선된 게 확인되는 경우 ▲희귀의약품으로 희귀질환 예방 또는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 ▲생물테러 감염병 및 그 밖의 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예방 또는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 등이다.

이중 '초기 임상에서 안전성 또는 유효성이 현저히 개선된 게 확인된 경우'를 적용받으려면 4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도록 했다. 발병 후 수개월 내 사망이 예견되는 질병의 치료 또는 상태의 개선, 적절한 초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 가능성이 높은 질병의 치료 또는 상태의 개선, 일상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지장을 주는 비가역적 질병 및 만성질병 또는 재발성 질병의 치료 또는 상태의 개선, 첨단재생의료를 실시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 조문을 시민사회단체가 특히 주목하는 건 신속처리 약제는 '조건부허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공청회 질의응답을 보자.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당일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진술인으로 출석한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에게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을 별도로 제정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현 법안을 더 보완해서 규제를 강화한다면 찬성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전진한 국장은 "케미컬과 바이오의약품은 특성이 다르다. 때문이 별도 법안이 나올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규제가 풀리는 방식은 안된다. 정춘숙 의원의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은 하위법령이나 고시로 돼 있던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를 법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 이명수 의원의 통합법안은 너무 관대해서 더 위험하다"면서 "해당 법률안 처리에 반대한다. 기본적으로 조건부허가 관련 규정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 직무대리는 "전체적인 흐름에서 조건부허가로 치료제를 필요한 환자에게 빨리 공급하고자 하는 의도 자체에 문제는 크지 않다. 또 조건부허가는 5단계에 걸쳐 꼼꼼히 진행되기 때문에 우려하는 만큼 안전에 대한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 다른 진술인인 가톨릭대 오일환 교수, 박소라 인하대의대 교수 등은 "전진한 국장이 제기한 지적이나 우려에 대해서는 최대한 존중하고 법률안에 담아내야 한다. 어떻게 풀어갈 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시각차이는 있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오일환 교수는 "시민단체의 우려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려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 팩트체크 차원에서보면 미국에서 거부된 '리그로액트(재성장법)'는 통합조정법안과 차이가 있다. 제가 한국대표로 국제회의에 참석해 반대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확신히 안다"고 했다.

또 "신속허가와 조건부허가를 혼용해서 쓰고 있는 데 엄연히 다른 말이다. 신속허가는 시험을 빨리 치르게 해준다는 의미이지, 시험점수를 더 잘 주겠다는 게 아니다. 요구하는 자료를 다 제출해야 한다. 김승희 의원이 식약처장 시절에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데, 당시 '담장 높이를 낮추진 않겠다. 다만 담장을 빨리 넘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었다. 신속허가에 대해 오해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진한 정책국장은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지금 규정으로도 항암제는 조건부허가를 받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규제가 많이 풀렸고, 이 법에서 더 풀려고 해서 반대하는 것이다. 오일환 교수가 신속허가와 조건부허가는 다르다고 했지만,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되는 의약품은 조건부 허가된다.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조건부허가 품목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이익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리그로액트'와 같다. 조건부허가는 환자에게 정말 필요할 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무제한으로 넓혀서는 안된다. 그런데 바이오의약품법안은 핵심이 조건부허가다. 그래서 우리가 반대하고, 의료영리화법안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전 정책국장은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나 치료법이 없는 첨단바이오의약품, 항암제 등에 한정해 엄격히 제한한다면 동의할 수도 있다. 미국의 신속심사제도도 이런 약제에 한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규제가 풀리더라도 FDA가 제대로 일을 한다. 하지만 한국은 허술하다. 그래서 바이오의약품은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며, 식약처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리하면 시민사회단체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통합법안 중 첨단바이오의약품에 적용하는 '신속처리 대상 지정' 조문에 '원포인트'로 명시적인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조문 전면 폐지가 아니라 대체약제 또는 치료법이 없거나 생명에 직결되는 항암제 등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예외적 활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쟁점이 분명해진 만큼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내년 2월 법안 심층심사 이전에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