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추출물, 항산화·신경보호·혈류개선 등 복합 기전 보유
현기증서 베타히스틴과 대등한 효과 및 내약성 개선 확인
의약품은 하나의 질환에 국한돼 사용되지만, 이면의 핵심 작용 기전을 통해 다양한 증상에서 해답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알아야 약'은 특정 질병명에만 갇혀있던 의약품의 숨겨진 가치를 재발견하고, 복잡한 생화학적 원리가 우리 몸의 여러 불편 증상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개선하는지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섹션입니다. 국내에 허가된 다채로운 성분 제제들의 '진짜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최적의 약물 치료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고자 합니다.
1) 은행잎 추출물(은행엽건조엑스)
① 혈액순환 막히면 기억 흐려져… '은행잎 추출물' 주목
② 혈관과 '은행잎'의 역할
③ 발기부전, '혈관 건강'도 함께 잡아야
④ 혈류 영향 받는 ADHD, '은행잎 추출물' 가능성 확인
⑤ 어지럼증·이명, 귀 신경과 혈류 모두 관여… '복합적 관리' 필요

신경계 질환으로 인식는 이명과 어지럼증은 뇌 혈류 환경에도 연관돼 있는 질환이다. 이때 고민해볼 수 있는 치료 옵션이 혈액순환 개선제이자 인지 기능 개선제로 사용되고 있는 '은행잎 추출물(Ginkgo biloba)'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은행잎 추출물(성분 은행엽건조엑스)을 말초순환장애와 이명, 그리고 치매성 증상이 동반되는 기질성 뇌기능장애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은행잎 추출물의 주요 작용 기전인 미세혈류 개선과 신경세포 보호 작용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러한 약리 기전은 균형 감각과 청각 기능을 담당하는 귀와 뇌의 혈류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지럼증과 이명 치료 분야에서 주목되고 있다.
귀와 뇌 기능이 함께 관여하는 어지럼증·이명
어지럼증은 몸이 움직이지 않는데도 주변이 도는 느낌이 들거나 균형이 흔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또 이명은 외부 소리가 없는데도 귀에서 '삐' 또는 '윙' 하는 소리가 들리는 현상이다. 두 증상 모두 비교적 흔하지만 반복되거나 지속될 경우 일상생활의 불편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어지럼증과 이명으로 고통받는 환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 진료 통계 기준 국내 이명(질병코드 H93.1) 환자 수는 2020년 약 30만 명에서 2024년 36만 명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어지럼증 및 현기증(질병코드 R42) 환자 수는 2020년 85만 명 수준에서 2023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어지럼증은 내이(inner ear, 內耳)의 평형기관(전정기관) 이상이나 뇌혈류 변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몸의 움직임과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에서 전달되는 신호는 뇌의 균형 조절 영역과 연결돼 자세와 움직임을 조절한다. 이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주변이 도는 느낌이나 균형 장애와 같은 어지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명 역시 청각세포 손상이나 신경 전달 과정의 변화와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①내이의 청각세포가 손상되거나 청각신경 전달 과정이 변화할 경우 뇌의 청각 중추가 실제 소리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도 이를 인식하는 경우와 ②청각 신호 전달이 불안정해질 경우 뇌의 청각 중추가 신호를 과도하게 증폭하거나 보상 작용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어지럼증은 일생 동안 약 20~30%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며, 이명 역시 전체 인구의 약 10~15%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어지럼증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60세 이상에서는 연령이 5세 증가할 때마다 유병률이 10%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지럼증 치료는 원인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경우 급성기에는 전정 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전정 억제제를 단기적으로 사용하며, 회복기에는 내이 혈류를 개선하고 신경 적응증 돕는 베타히스틴(Betahistine) 등 항히스타민제 계열의 약제를 사용한다. 이와 함께 균형 감각 회복을 위한 재활 치료가 함께 시행되기도 한다.
이명 치료에서는 원인 질환 치료와 함께 소리 치료(sound therapy)나 인지행동치료 등이 병행되기도 한다.
혈류 변화에 민감한 내이, 은행잎 추출물 복합 기전 재조명

귀의 평형기관과 청각기관이 위치한 내이는 매우 미세한 혈관으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혈류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계는 이런 구조적 특성으로 내이의 혈류 환경 변화가 어지럼증이나 이명과 같은 증상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듯 어지럼증과 이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혈류 환경 변화가 꼽히면서 학계는 은행잎 추출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행잎 추출물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플라보노이드(flavonoids)는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해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세포 손상을 막는 ‘항산화 효과’를 통해 뇌혈류를 개선하고 산소∙포도당 등을 원활히 공급한다.
또 다른 성분인 테르펜 락톤(terpene lactones)은 혈관 조절과 신경세포 보호 작용에 관여하고, 혈소판활성인자(PAF) 수용체를 조절해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혈액의 점도를 낮춘다.
이러한 은행잎 추출물의 복합 작용은 내이와 뇌로 이어지는 혈류 환경을 안정시키고 전정신경과 청각신경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지럼증과 이명 치료 접근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임상서 확인된 개선 효과…정확한 진단 바탕 치료 접근 중요
어지럼증과 이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은행잎 추출물의 임상 연구가 학계에서 보고되고 있다.
소코로바(Sokolova) 박사 등 우크라이나 연구진들은 지난 2014년 10개 병원의 말초성 또는 비특이적 현기증 환자 160명을 대상으로 12주간 표준화 은행잎 추출물(240mg/day)과 베타히스틴(32mg/day)의 치료 효과를 비교하기 위한 무작위·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주요 평가 지표로는 △현기증 강도를 평가하는 11점 수치평가척도(NAS) △Vertigo Symptom Scale(VSS-SF, 회전성 현기증 증상 점수) △일상생활 기능 장애를 평가하는 Sheehan Disability Scale(SDS, 사회기능장애척도) 등이 사용됐다.
연구 결과, 12주 후 현기증 강도(NAS 점수)는 은행잎 추출물군(-3.5점)과 베타히스틴군(-3.3점)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하며 대등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내약성이었다. 이상반응 보고 건수가 은행잎 추출물군(27건)에서 베타히스틴군(39건)보다 적게 나타나, 장기 복용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보다 양호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임상 전반 개선 평가(CGI)에서는 '매우 호전' 또는 '호전'으로 평가된 환자 비율이 은행잎 추출물군에서 79%, 베타히스틴군에서 70%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 중 발생한 이상반응이 은행잎 추출물군 19명(27건), 베타히스틴군 31명(39건)으로 보고돼 전반적 내약성은 은행잎 추출물 투여군에서 더 양호한 경향을 보였다.
이런 은행잎 추출물의 임상 효과는 이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1년 'Neuropsychiatric Disease and Treatment' 학술지에 게재된 '이명 치료에 있어서 은행엽 엑기스(Ginkgo biloba extract)의 효과: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는 8개의 무작위·이중맹검 위약대조 임상시험을 분석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은행잎 추출물 투여군에서 이명 증상이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명이 주증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은행잎 추출물 투여군에서 31%의 환자가 증상 개선을 경험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14%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P<0.05).
또한 증상 소실 또는 의미 있는 개선이 나타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은행잎 추출물 투여군이 약 70일, 위약군이 약 119일로 나타나 치료 반응 속도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국내 의료 전문가들도 혈류 환경과 신경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어지럼증과 이명에 있어 은행잎 추출물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서재현 교수는 "어지럼증과 이명은 귀의 평형기관이나 청각세포 문제뿐 아니라 뇌로 전달되는 신경 신호와 혈류 환경 변화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증상이다. 단순한 귀 질환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내이와 뇌로 이어지는 혈류 환경이나 신경 기능 변화가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함께 고려한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 접근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잎 추출물은 미세혈류 개선과 신경 보호 작용을 동시에 갖는 복합 기전을 가진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이 어지럼증이나 이명과 같은 증상 관리와 어떤 관련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문헌
1. Gao X, Cheng Y, Liu F, Han X, Liu C. The clinical efficacy and safety of Ginkgo biloba in vertigo patients: A meta-analysis. Adv Integr Med. (2023 Dec.)
2. Hallak B, Schneider A, Güntensperger D, Schapowal A. tandardized Ginkgo Biloba Extract in the Treatment of Vertigo and/or Tinnitus: A Review of the Literature. Adv Aging Res. (2021 Mar.)
3. Spiegel R, Kalla R, Mantokoudis G, Maire R, Mueller H, Hoerr R, Ihl R. Ginkgo biloba extract EGb 761® alleviates neurosensory symptoms in patients with dementia: a meta-analysis of treatment effects on tinnitus and dizziness in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s. Clin Interv Aging. (2018)
4. Sokolova L, Hoerr R, Mishchenko T. Treatment of Vertigo: A Randomized, Double-Blind Trial Comparing Efficacy and Safety of Ginkgo biloba Extract EGb 761 and Betahistine. Int J Otolaryngol. (2014)
5. von Boetticher A. Ginkgo biloba extract in the treatment of tinnitus: a systematic review. Neuropsychiatr Dis Treat.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