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성 발기부전, 비만·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혈관·대사증후군과 연관
"의약품 통한 발기부전 치료 효과는 '일시적', 위험인자 동반 관리 중요"
은행잎 추출물, 음경 조직 개선·성기능 장애 개선 효과 확인
의약품은 하나의 질환에 국한돼 사용되지만, 이면의 핵심 작용 기전을 통해 다양한 증상에서 해답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알아야 약'은 특정 질병명에만 갇혀있던 의약품의 숨겨진 가치를 재발견하고, 복잡한 생화학적 원리가 우리 몸의 여러 불편 증상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개선하는지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섹션입니다. 국내에 허가된 다채로운 성분 제제들의 '진짜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최적의 약물 치료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고자 합니다.
1) 은행잎 추출물(은행엽건조엑스)
① 혈액순환 막히면 기억 흐려져… '은행잎 추출물' 주목
② 혈관과 '은행잎'의 역할
③ 발기부전, '혈관 건강'도 함께 잡아야

남성의 성생활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발기부전을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 외에 혈관 건강 등 근본 위험인자를 함께 관리하는 접근이 중요하다는 학계 의견이 공유됐다.
발기부전은 남성이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리는 데 충분한 발기를 얻지 못하거나, 이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발기부전 환자 수는 약 2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장년층에서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데 대한남성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40~79세 한국 남성의 13.4%가 발기부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이 경향은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유병률은 37%에 달했는데, 가벼운 수준으로라도 발기부전을 경험한 환자는 24.7%에 달했다.
다양한 원인으로 촉발되는 '발기부전'

정상적인 발기 과정은 성적 흥분에 의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시작된다. 이때 음경 동맥이 확장되어 음경으로 유입되는 혈액량이 증가하고, 동시에 해면체가 팽창하면서 주변 정맥을 눌러 혈액의 '출구'를 막는다. 결과적으로 유입된 혈액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해면체를 채우면서 발기가 유지된다.
발기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이 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는 발기부전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성행위에 대한 부담감 △불안 △긴장 △스트레스 등 심인성 요인과 △발기 조절 신경 문제 △남성 호르몬 저하 등 내분비 기능 이상 등도 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원인의 존재에도 근본 발기 작용기전과 관련된 ‘혈관’이 가장 중요한 축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는 혈관성 발기부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노화 △흡연 △관상동맥경화증 △페이로니병(음경만곡증) 등을 꼽고 있으며 특히 50세 이상에서는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대사증후군과 연관된 원인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소개하고 있다.
혈관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발기부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①음경으로 들어가는 동맥 혈류가 부족한 '동맥성 발기부전' ②음경 내로 유입된 혈액을 충분히 가두지 못해 발기가 유지되지 않는 '정맥성 발기부전'이 있다.
약물치료론 일시적 개선 뿐, '원인'과 '생활습관' 장기 관리 필요
발기부전의 1차 치료로는 PDE5 억제제(Phosphodiesterase type 5 inhibitor) 성분의 의약품이 처방되고 있다. 해당 계열 대표 제품으로는 비아그라(성분 실데나필), 시알리스(성분 타다라필), 레비트라(성분 바르데나필), 엠빅스(성분 미로데나필) 등이 있다.
PDE5 억제제는 음경 평활근의 이완을 유지하는 cGMP의 분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작용한다. 이를 통해 음경 내에 유입된 혈류가 오랫동안 머물러 발기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일시적으로 발기를 돕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정상적이고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치료적 접근과 함께 발기부전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를 동반 관리하는 접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박현준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는 엠빅스, 시알리스 등과 같은 치료제 복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발기부전을 초래하는 위험인자를 근원적으로 개선·예방하기 위해 혈관 관련 질환의 치료, 혈행 개선, 식습관 및 생활 패턴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혹시 '혈관 건강' 문제는 아닐까?...은행잎 추출물이 보인 가능성
주요 질병 통계에서는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발기부전 발생 위험이 2~4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또한 전립선비대증, 대사증후군, 이뇨제 및 일부 고혈압 치료제 등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만성질환을 지닌 중장년층이라면 발기부전만을 별도로 관리하기보다는 혈관 건강과 대사질환을 포함한 전반적인 건강 지표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음경 동맥으로 혈액이 원활히 전달되기 위해서는 혈관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발기부전은 단순한 성기능 문제가 아니라, 혈관 건강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혈관 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혈액순환 개선에 활용되는 은행잎 추출물(Ginkgo biloba)의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은행잎 추출물은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해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세포 손상을 막는 ‘항산화 효과’를 통해 뇌혈류를 개선하고 산소∙포도당 등을 원활히 공급하도록 한다. 또 염증 반응을 완화해 신경세포의 미세 환경을 안정화시킬 뿐만 아니라 혈소판활성인자(PAF) 수용체를 조절해 혈소판이 과도하게 달라붙는 것을 억제해 혈액의 점도를 낮춘다.
학계에서는 이 작용 기전에 기반해 은행잎 추출물이 발기부전 등 성기능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찰한 연구 결과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2015년 발표된 'Effect of Ginkgo biloba Extract (EGb-761) on Recovery of Erectile Dysfunction in Bilateral Cavernous Nerve Injury Rat Model' 연구에서는 양측 음경 신경이 손상된 쥐(Rat) 43마리에게 은행잎 추출물을 투여했을 때 음경 신경의 생존율이 증가하고, 신경 및 발기 기능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특히 고용량 투여군(100mg/kg)에서 음경 조직의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약 4주간 은행잎 추출물을 투여한 뒤 해면체에 전기 자극을 한 결과 고용량군의 최대 해면체내압(ICP)은 대조군 대비 유의하게 높았으며 AUC(자극 동안 해면체압 곡선 면적) 또한 유의하게 증가했다.
더불어 조직학적으로 신경섬유 지표(NF-1)와 산화질소 합성효소(nNOS)의 발현이 보존되거나 증가했고, 평활근 지표(α-SMA) 증가와 평활근/콜라겐 비율 개선, 세포사멸(TUNEL) 감소가 확인돼 신경 보호와 조직 보존 효과가 제시됐다.
연구진은 "표준화된 은행잎 추출물이 신경 보호와 평활근 보존, 섬유화 억제 및 세포사멸 감소 등의 작용을 통해 해면체 신경 손상 이후 발기 기능 회복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토끼 대동맥 및 인체 해면체 조직 연구에서도 은행잎 추출물이 혈관 평활근 이완에 관여해 발기 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은행잎 추출물과 성기능의 연관을 다룬 임상으로는 1998년 발표된 'Ginkgo biloba for antidepressant-induced sexual dysfunction'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 플루옥세틴(항우울제) 복용 후 성기능 장애를 호소한 환자들이 4주간 은행잎 추출물(평균 207mg/day)을 복용한 결과 84%에서 개선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여성(91%)이 남성(76%)보다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과 성욕 감소, 발기부전, 오르가즘 장애 등 다양한 성기능 장애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확인됐다는 점이 함께 소개됐다.
저자는 "은행잎 추출물이 성욕, 발기, 오르가즘 등 성 반응 주기의 여러 단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효과는 혈류 개선이나 혈관 반응 조절, 신경전달물질 조절 등 복합적인 기전에 의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적인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고 문헌
1. Derosa, G., D’Angelo, A., Preti, P.S., & Maffioli, P. (2022). Frontiers in Endocrinology
2. Meston, C. M., Rellini, A. H., & Telch, M. J. (2008). Archives of Sexual Behavior
3. Cohen, A. J., & Bartlik, B. (1998). Journal of Sex & Marital Therap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