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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글로벌 두각 보일 환경 마련, 박차 가해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바이오시밀러 개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핵심은 임상 약동학(PK) 시험 요건의 완화와 해외 대조약 활용 범위의 확대다. 이는 단순히 규제 문턱이 낮아진 것을 넘는 큰 의미를 지닌다.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오리지널 약제 대비 '원가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임상 비용과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PK 연구 비용은 최대 50%까지, 전체 임상 비용은 약 25% 내외로 절감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PK 연구 비용만 약 2000만 달러(약 300억원) 절감이 기대된다는 것이 FDA 측의 설명이다. 이 변화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대표 주자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이미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기 위한 글로벌 직판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더불어 일라이 릴리가 운영하던 미국 뉴저지주의 브랜치버그 생산시설 인수 및 개소를 완료하면서 미국 내 생물보안법 이슈까지 대비를 마쳤다. 향후 이 시설의 생산 능력(Capacity)을 높이기 위한 증설 계획까지 구체화하고 있어 '직접 생산-직접 판매' 구조에 '개발 비용 절감'까지 더한 경쟁력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 실현을 목전에 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탄탄한 입지를 굳힐 기회다. 셀트리온 처럼 직접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기지를 등에 업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작년 12월 GSK로부터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 소재 공장을 인수하면서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이번 규제 완화로 개발 단계에서의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채널을 적극 공략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절감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조치가 큰 기업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발 비용과 기간의 단축은 새롭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하려는 국내 후발 주자들에게도 '기회의 장'을 열어줄 것이다. 자금력이 부족해 임상 3상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던 유망한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미국은 전체 의약품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바이오의약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공백'을 우려하는 FDA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행보는 역설적으로 한국 기업들에게는 거대한 시장이 활짝 열리는 신호탄이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를 허가 받은 '시밀러 강국' 중 하나다. 향후 미국 FDA의 규제 동향은 유럽의약품청(EMA)에도 영향을 미칠 경향이 크다. 규제의 파도가 우리에 유리한 방향으로 치고 있을 때,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그동안 축적한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략과 생산 능력을 결합한다면,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경쟁도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기회는 우리 곁에 왔다. 이제는 그 기회를 실적으로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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