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정지 도입에도 사실상 취소와 유사한 효과
제조기록 미작성 취소 사유 추가에 규제 강화 논란

국회와 정부가 의약품 GMP(제조및품질관리기준) 적합판정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완화를 시사한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겉으로는 제재 수단을 완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규제 강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거나 일부는 오히려 강화된 것에 가깝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약사법 제38조의3 제1항은 식약처장의 확인·조사 결과 위반이 있을 경우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적합판정을 취소하거나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6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적합판정의 효력을 정지하거나 시정을 명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러나 업계는 겉으로 보면 기존의 '취소 중심' 구조에서 '정지'라는 완화된 행정처분 수단을 도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6개월 정지 조치가 현실적으로 GMP 취소와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해석한다.
국내 한 원료의약품 제조사 임원은 "GMP 효력이 6개월만 정지되더라도 원료 수출을 하는 경우 해외 바이어에게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며 "금방 소문이 나기 때문에 완제사가 다른 업체을 선택할 수 있어 거래선이 끊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만큼 6개월 GMP 효력 정지 결정은 취소만큼 강력하고 길다"고 우려했다.

실효성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행 약사법에서는 '적합판정 취소'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는 애초부터 제약사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식약처로부커 GMP 적합판정을 받은 경우에 한정됐다.
그러나 개정안은 '제조기록 미작성'까지 적합판정을 취소하여야 하는 사유로 포함시켰다. 적합판정을 받은 이후 제조단위(동일한 제조공정으로 제조돼 균질성을 가지는 의약품의 일정한 분량)별로 총리령으로 정하는 제조기록서 또는 시험성적서를 반복적으로 작성·보존하지 않고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다.
상위 제약사 RA 본부 팀장은 "개정안은 미작성 행위를 반드시 처벌하도록 강행규정으로 만들어놓았다"며 "제조기록을 아예 작성하지 않으면 적합판정 취소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가 된 셈인데 3일간의 실사 기간 동안 수백 페이지의 서류가 검토되는 과정에서 누락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도 애초에 거짓으로 GMP 적합판정을 받은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을 강화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쟁점은 행정처분 기준이 여전히 하위 규정에 위임돼 있다는 점이다. 약사법 제38조의3 제3항은 확인·조사 결과 위반이 있을 경우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적합판정을 취소하거나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리령으로 위임된 '의약품 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제48조의5는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거짓 작성해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 등 6가지를 행정처분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사법이 개정되더라도 결국 행정처분 기준은 총리령에서 정하게 된다"며 "총리령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식약처는 지금과 같은 기준으로 얼마든지 적합판정 취소에 준하는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 조문이 바뀐다고 해서 식약처의 실제 처분 스탠스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고의적 허위 작성'과 '단순 과실 작성'의 구분 역시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약사법에는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잘못 작성하여 의약품등을 판매하는 경우"가 동일한 범주로 묶여 있다.
또 다른 제약사 품질관리본부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실수로 잘못 작성한 경우와 의도적으로 거짓 작성한 경우를 구분해 달라는 요구가 계속 있었다"며 "현행 규정에서도 '거짓 작성'과 '잘못 작성'이 동일한 조항에 묶여 있어 단순한 기록 오류나 행정적 실수까지도 동일한 위반 범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입장에서는 의도적으로 허위 기록을 만들어 GMP 기준을 회피한 경우와 단순히 문서 작성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는 성격이 전혀 다른 사안이기 때문에 처분 기준도 달라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도 '거짓 작성'과 '잘못 작성'이 여전히 하나의 조항으로 묶여 있어 실질적으로는 기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이번 약사법 개정안이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완화하기보다는 일부 규정을 강화한 것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 취지는 완화라고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식약처 재량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일부 위반 기준은 오히려 강화됐기 때문에 업계 요구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