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넥스 "수십 억 드는 CAR-T 치료, 저렴한 주사 한 방으로"
빅파마도 수십억 달러 베팅한 '인비보 CAR-T' 기술
독자 개발 '비장 타깃 LNP 플랫폼'로 자가면역질환까지 공략

이혁진 서지넥스 부대표(왼쪽)와 김세준 서지넥스 대표 / 사진=서지넥스
이혁진 서지넥스 부대표(왼쪽)와 김세준 서지넥스 대표 / 사진=서지넥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CAR-T 치료제를 주사 한 방만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환자의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맞춤형 치료제'가 생산될 때까지 수주간 대기하던 과정을 생략하고, 몸 안에서 직접 치료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인비보(In vivo) CAR-T' 기술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에만 아스트라제네카, 애브비, 길리어드 등 대형 제약사들이 에소바이오텍, 캡스탄 테라퓨틱스와 같은 인비보 CAR-T 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하거나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2025년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100여 개 이상의 관련 파이프라인이 개발 중이며, 일부 초기 임상에서 다발성 골수종 환자의 완전 관해(CR) 등 긍정적 결과가 보고되며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이제 인비보 CAR-T의 관건은 적은 용량으로 표적 세포에 최대 효율을 전달할 수 있는 전달체의 완성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비장 표적 LNP(지질나노입자)' 기술을 앞세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다. 서지넥스는 체내에서 유전 정보를 면역세포가 밀집한 비장으로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LNP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히트뉴스>는 김세준 대표를 만나 서지넥스가 선택한 기술적 접근과 그 임상적 함의를 들었다.

 

"치료 기다리다 목숨 잃는 환자 없어질 것"

기존 ex vivo CAR-T 치료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면역세포를 체외에서 조작한 뒤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혈액암을 중심으로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여왔지만, 막대한 비용과 투여 과정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었다.

김 대표는 "기존 CAR-T 치료제는 세포를 배양하고 운송하는 데만 수주가 소요되고 비용도 5억~20억 원에 달한다"며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병이 악화돼 기회를 잃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췌장암을 오랫동안 진료해온 간담췌외과 의사이기도 한 그는 "특히 분초를 다투는 말기 암 환자에게 한 달 가까운 대기 시간과 고강도 전처치, 중증 부작용은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간 및 비용과의 싸움에서 한계를 드러낸 기존 방식의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인비보 CAR-T다. 인비보 기술은 복잡한 외부 배양 과정 없이 기성품(Off-the-shelf) 형태의 주사제로 즉시 투여가 가능해, 환자가 진단 직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서지넥스가 개발중인 LNP 인비보 카티 치료제의 개념. 자료=서지넥스
서지넥스가 개발중인 LNP 인비보 카티 치료제의 개념. 자료=서지넥스

하지만 '주사 한 방'의 치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있다. 바로 유전 정보를 목표 지점까지 정확하게 실어 나르는 '전달(Delivery)' 기술이다.

김 대표는 "인비보 CAR-T가 성공하려면 유전자를 담은 LNP가 몸속 T세포를 정확히 찾아가야 하는데, 문제는 일반적인 LNP를 주사하면 90% 이상이 간으로 가버린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T세포는 대부분 혈액과 림프 조직, 특히 비장에 모여 있는데, 정작 치료제는 간에 쌓여 효과는 떨어지고 독성 위험만 커지는 것이다.

서지넥스는 이 지점에서 '비장 표적 지질나노입자(LNP)'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인비보 CAR-T에서 핵심은 유전 정보를 T세포가 모여 있는 비장으로 얼마나 정확히 보내느냐"라며 "서지넥스는 LNP가 간을 피하고 비장으로 향하도록 설계하는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핵심은 LNP의 물리화학적 정밀 제어에 있다. 서지넥스는 입자의 크기, 표면 전하, 그리고 지질 구성 비율의 최적 조합을 찾아내, 체내 주입 시 간 축적은 최소화하면서도 비장으로의 도달 효율은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는 일반적인 LNP가 지닌 고질적인 간 독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치료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다.

서지넥스의 핵심 후보 물질인 'RX-171'은 전임상 단계에서 비장 대비 간 축적 비율(Spleen/Liver ratio) 기준을 충족하며, 인비보 CAR-T 구현에 최적화된 전달 효율을 입증했다.

 

암 치료말고 더 있다 "자가면역질환까지 정복 가능"

서지넥스의 후보물질은 간과 신장에서 빠르게 제거되며 조직 잔류가 낮고, 친수성 증가를 통한 낮은 독성 프로파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반복 투여가 어려운 바이러스 벡터(Viral vector)를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김 대표는 이러한 '반복 투여'의 가능성이 고형암 정복의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기존 ex vivo CAR-T는 단 한 번 주입하는 방식이라, 투여된 세포들이 고형암 주변의 단단한 방어막인 '종양미세환경'을 뚫다 지쳐버리면 그것으로 치료가 끝나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비보 방식은 주사를 맞을 때마다 체내에서 싱싱하고 강력한 면역세포를 지속적으로 생성해낼 수 있다.

김 대표는 "단단한 성벽이 무너질 때까지 끊임없이 정예 부대를 투입하는 것과 같다"며 "반복 주입을 통해 종양미세환경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면, 결국 췌장암 같은 난치성 고형암의 벽도 뚫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플랫폼 특성은 질환의 확장성으로도 이어진다. LNP 전달체는 그대로 두고 탑재하는 mRNA 정보만 교체하면 혈액암과 고형암을 넘어 자가면역질환으로 응용 범위를 즉시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최근 연구에서 인비보 CAR-T 투여 후 영장류의 혈액과 비장, 골수에서 병든 B세포가 사라지고 건강한 신생 B세포(Naive B cell)가 다시 채워지는 '면역 초기화(Immune Reset)' 현상이 확인됐다"며 "이는 인비보 CAR-T가 류마티스, 루푸스 등 난치성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존 치료는 독한 전처치와 중증 부작용 위험으로 자가면역질환 적용이 까다로웠으나, 인비보 기술은 낮은 독성과 반복 투여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면역 체계 자체를 안전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비용·대량 생산으로 환자 접근성 ↑

상업적 측면에서도 전달 기술 중심의 플랫폼 전략은 의미가 크다. LNP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이미 제조 공정이 검증된 기술이다. 김 대표는 "유전자치료에는 치료 물질과 이를 운반하는 캐리어 기술이라는 두 축이 필요하다"며 "대부분의 기업은 두 가지를 모두 개발하기 어려워 치료제 개발사와 캐리어 기술 개발사가 상호 라이선스 협력을 맺는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mRNA 치료제도 캐리어 기술은 외부에서 도입했다"고 분석했다.

서지넥스는 치료제가 아닌 전달 기술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으로서 B2B 라이선싱 모델을 지향한다. 자체적인 래피드 스크리닝(Rapid Screening) 방식을 통해 수많은 지질 조합을 빠르게 검증하며 비장 도달 효율을 극대화했다. 또한 항체를 결합해 표적성을 높이는 공정은 기존 ADC 기술과 유사해 대량 생산 적용도 용이하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독자적인 mRNA LNP 기술이 없어 백신 수입에 의존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며 "서지넥스는 인비보 CAR-T 구현의 필수 조건인 비장 표적 기술을 통해 난치병을 단 몇 대의 주사로 해결하는 '꿈의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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