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정성애 대한장연구학회장(이대서울병원 교수)

장 손상·합병증 줄이는 '깊은 관해'로 치료 목표 전환
"발생 기전·모니터링 변화 속도 빨라…의료진도 꾸준한 노력 필요"

최근 위생 환경의 변화·감염 치료 환경 개선·항생제 사용 증가 등 환경적 변화로 인해 국내 기준 매년 6000명의 신규 환자가 진단받을 정도로 염증성 장질환(IBD)의 유병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BD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뉘는데 지난 2024년 기준 크론병 환자는 약 3만5000명으로 2020년 대비 35.9% 증가했고,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6만2243명으로 2020년 대비 29.1% 늘어났다.

기존 IBD 치료 목표는 증상 완화를 나타내는 임상적 관해였다. 하지만 치료 경험이 축적되면서 크론병은 내시경적 관해에, 궤양성 대장염은 조직학적 관해에 도달해야 예후가 좋다는 사실이 발견됐고 치료 목표도 깊은 관해 달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트렘피어(성분 구셀쿠맙)'는 지난해 8월 국내에서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허가를 획득한 인터루킨(IL)-23 억제제다. IL-23을 생성하는 CD64+ 면역세포와 p19 서브유닛에 결합해 염증 유발 신호와 IL-23 활성을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작용 기전이다.

히트뉴스는 대한장연구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성애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국내 IBD 치료제 현황과 트렘피어의 임상적 효과 등을 들어봤다.

정성애 이대서울병원 교수
정성애 이대서울병원 교수

질환 인지 못한 채 시간 경과하는 상황 많아

깊은 관해 도달해야 장 손상·합병증 감소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질환 증가는 10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위생 환경 변화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질환 발생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료·위생 환경이 발달한 지역, 그 중에서도 북반구 국가에서 IBD 환자가 많이 관찰된다.

정성애 교수에 따르면 의료적으로 IBD는 만성적으로 오래 지속되는 질환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질환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인데 두 질환은 △병변 위치 및 양상 △염증 깊이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에서 차이점이 있다.

먼저 궤양성 대장염은 대부분 직장에서 시작해 병변이 연속적으로 퍼져 나가는 특징이 있고 비교적 얕은 궤양이 점막층에 발생한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반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나 띄엄띄엄 발생하는 '건너뛰기 병변'이 깊게 침범한다. 때문에 크론병에서 합병증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두 질환 모두 난치성 질환이고 궤양이 얕아도 염증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장 손상이 누적되기 때문에 위험성은 동일하다.

장 염증이 지속되면 세포 변화가 발생해 암으로 진행될 수 있고 질환 발병 후 약 8년 정도가 경과하면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여기에 IBD 환자들은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는지 함께 관찰해야 하고 내시경 검사를 통해 장 점막의 호전상태도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완화되면 질환이 완치됐다고 생각해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 사례처럼 의료진과 환자의 치료 목표 인식 차이 등으로 인해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시간이 경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가장 흔한 증상인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 △혈변 등이 조절되는 상태인 임상적 관해를 목표로 치료가 진행됐는데, 크론병의 경우 내시경 검사에서 궤양이 모두 아물어야 예후가 좋다는 점이 확인됐다. 궤양성 대장염에서도 내시경 검사를 통한 점막의 회복 정도와 조직 검사를 통한 염증 세포 비율로 치료 상태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정성애 교수는 "크론병에서는 내시경적 관해에,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조직학적 관해에 도달해야 매우 깊은 관해 상태에 이르게 된다. 깊은 관해에 도달하면 질환으로 인한 장 손상이나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렘피어, 염증 유발 신호·활성화 동시 억제

치료 효과 및 장기 안전성 동시 확보

IBD 치료제 중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 경로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소분자 제제는 세포 안으로 투입돼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 생성을 막는다. 두 제제를 상급 치료제로 표현하는데, 면역 전체를 광범위하게 조절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어떤 요소가 염증을 유발하는지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치료제라는 의미다.

트렘피어 이중 작용 기전
트렘피어 이중 작용 기전

트렘피어는 염증을 유발하는 신호 전달 물질인 IL-23에 존재하는 p19 서브유닛을 표적해 신호를 차단함과 동시에 IL-23을 만들어내는 면역 세포에 작용함으로써 IL-23 생성을 억제하는 이중 작용 기전 약제다.

트렘피어는 'GALAXI' 임상 2·3상 연구(크론병) 및 'QUASAR' 임상 3상 연구(궤양성 대장염)에서 유의미한 임상적 효과를 나타냈다. GALAXI 임상에서 트렘피어의 48주차 기준 내시경 관해율은 200㎎ 투여군에서 37%·100㎎ 투여군에서 33%를 기록하며 스텔라라 25% 대비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임상 관해와 내시경 관해를 동시에 달성한 깊은 관해율은 트렘피어 200㎎·100㎎·스텔라라에서 각각 34%·30%·22%를 나타냈다.

QUASAR 임상연구에서도 44주차에 200㎎ 투여군에서 34%·100㎎ 투여군에서 35%로 위약군 15% 대비 높은 내시경 관해율을 달성했고 조직학적 관해율이 200㎎ 61%·100㎎ 59%로 위약군의 27% 대비 높았다.

아울러 올해 발표된 미국 'PIANO Registry' 연구 데이터에서 임산부에게 쓸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다양한 연령층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정성애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기존 스텔라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 투여가 가능하고 환자별로 치료 반응에 따라 투여 간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스텔라라로 충분한 반응을 나타내지 못할 수도 있고 이런 환자들에게 트렘피어가 다음 치료 옵션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트렘피어는 기존 약제를 사용하던 환자들에서도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1차 치료제와 2차 치료제로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약가 이슈에 글로벌 제약사 줄줄이 국내 출시 철회

"학회 차원 치료 목표 설정·순응도 중요성 전달할 것"

IBD는 염증 발생 기전이 복잡해 하나의 약제로 모든 염증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기 어렵고 한 경로를 차단하면 다른 경로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나타나 완치가 쉽지 않은 질환이다.

때문에 다양한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약제가 필요한데 국내 약가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가 약가협상을 철회하고 임상 진행 후 국내 출시를 주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정 교수는 약가 재조정 및 질환 인식 변화 등 다양한 시각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신약의 글로벌 출시 이후 국내 보험등재까지 약 46개월이 소요된다. 이는 일본(17개월)·영국(27개월)·프랑스(34개월)에 비해 오랜 기간이다.

정 교수는 "제약과 규제가 시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지 않도록 보다 유연하고 열린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학회 차원에서도 보험과 정책과 관련된 부분에 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에게 질환 치료 방법 전달 △환자들에게 치료 순응도 중요성 전달 △정책적으로 전문가 의견 제시 등을 학회의 역할로 언급했다. ① 의료진이 깊은 관해에 관한 치료 목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 손상이나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 목표 설정을 돕고, ②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에게 전달하며, ③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IBD의 특성과 약제 도입 및 치료 중요성을 정책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IBD 분야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질환 발생 기전부터 모니터링 방법 등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축적된 지식을 환자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며 "긴 시간을 두고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지만 그 과정을 함께하는 의료진이 있고 환자도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만큼 의료진과 환자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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