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대통령 만난 소아환자 가족들, "환자 중심 정책 대전환 바란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희귀질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현장 행보에 나섰다. 유전질환을 비롯한 중증·희귀·난치질환은 재정 영향이 크고 다양한 환자 목소리를 조직화하기 어려운 한계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런 가운데, 치료와 돌봄 강화를 국정기조로 내세운 정부가 희귀질환 지원에 전향적 변화를 끌어낼 지 주목된다. 

24일 정부 유관기관과 환자단체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희귀질환 가족 희망 간담회'라는 표제를 건 이 행사에는 '엠마누엘 증후군', '펠란 맥더미드 증후군', 'XLH 저인산혈증', '노리에병' 등 다양한 희귀질환 소아환자와 가족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희귀질환 정책을 실행하는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청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내통령 내외도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현행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유병 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국가가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환자 수 20만 명 미만, 유럽(EU)은 인구 만 명당 5명 이하 수준으로 발생하는질환을 희귀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 그래픽=허현아 기자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국가관리 대상 희귀질환은 11월 기준 1389개로, 이 가운데 다수는 유전질환 또는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해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평생 질환이다.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총액의 10%까지 경감받을 수 있고 저소득층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의료비 지원도 제공되지만,  질환별 치료 접근성과 급여 범위, 돌봄 지원 수준에 편차가 크다는 게 환자단체의 지적이다. 

일례로 유전성 질환은 환자 수가 극히 적어 임상근거 축적이 어렵고, 유전자·세포치료제 등의 개발과 도입 과정에서 고비용 문제가 제기되며 치료 접근성 확대 논의가 번번히 좌절됐다. 올해 K-바이오 육성을 위한 R&D 투자 확대,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 확대 등 공약을 계기로 재생의료 임상연구와 특화사업 예산이 일부 반영됐지만, 법률상 재생의료 정의와 세포처리시설의 업무범위 등을 확대하는 등 입법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유전성 희귀질환 등을 '예외적 질환'이 아닌, 기술혁신 시험대로 보고 정책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관행을 깬 정부 업무보고로 정보 공개 투명성과 실행력을 강조한 만큼 변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간담회에 참석한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이주혁 대표는 "신생아 희귀안질환은 안저검사 시기를 놓치면 안구암 등 중증질환으로 악화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신생아 안저검사, 담도폐쇄증 검사카드 보급, 저인산효소중 구강검사, 척수정 근위축증 선별검사 등을 도입한다면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국내에 유전자 세포치료 원천기술이 있는데도 현행법에 막혀 첨단치료를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회에 계류중인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유전자·세포 치료 관련 인프라오 환자 중심 임상 연구가 진전되도록 국가가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희귀질환 환아 부모는 "아이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응급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가족이 아이의 안전과 안정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내년 11월 종료 예정인 활동지원사 가족지원 제도를 종료하지 말고 연장할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고 건의했다. 

간담회 현장에서는 "질병청이 환자 데이터를 수집을 위한 등록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환자들이 오랜 투병 과정에서 진료기록과 신뢰가 축적된 주치의료기관을 등록사업 참여기관으로 옮겨야 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함께 희귀질환 관련 치료재료 급여화, 희귀질환 가정의 안전한 임신·출산을 위한 착상 전 유전자검사 국가 지원 등 환자 가족들의 현실적인 요구사항도 논의됐다.

그동안 정부의 희귀·난치질환 정책 방향이 선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직접 현장 행보에 나선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간담회에 참석한 환자 가족들은 "대통령과 정부 요직 관계자들이 희귀질환 환자들의 어려움을 경청해준 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환자 수가 적다는 통계의 함정, 비용·효과 중심 정책 프레임, 질환 인식과 진단의 한계 때문에 '예외'로 치부됐던 중대·희귀·난치질환 지원 체계가 이번 기회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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