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375억 투입, AI 분야 최대 규모
박상애 과장 "다제약물 상호간 메커니즘 밝힐 것"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년부터 'AI 기반 독성예측 평가기술 개발 연구 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인 맞춤형 오믹스 기반 약물 부작용 예측 플랫폭 구축이 목적으로 예산 규모만 375억원이다. 식약처 AI 활용 분야 예산 중 제일 큰 규모여서 주목된다.
박상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연구과장은 2일 식약처 출입 전문언론 기자단 브리핑에서 "최근 노년 인구 증가로 만성질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만성질환자들은 다제 약물을 복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그러나 국내에서 약물 효과와 부작용의 메카니즘을 밝히는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이어 "약물 복용 환자 인체 데이터에서 실마리 정보를 얻는 연구가 필요한 배경"이라며 "실마리 정보를 얻으면 약물 반응성의 격차, 즉 효과가 크게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메커니즘 설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지난 3년간 제1차 'AI 기반 독성예측 평가기술 개발 연구 사업'을 시작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5개 대형병원과 협력해 당뇨병을 중심으로 한 만성질환자 7500명을 모집했다.
식약처는 환자 내원 시 △전자의무기록(EMR) 정보 △진단·치료 이력 △과거 약물 복용력 △신체 계측 정보 등을 수집하고, 동일 시점에 혈액·뇨 기반 생체시료를 확보해 유전체·단백체·대사체 분석을 동시에 수행했다.
특히 수집된 유전체는 개인당 약 70만 개의 변이 정보를 포함하며, 단백체는 5000여 개 단백질 발현을, 대사체는 1000개가 넘는 대사물질 농도를 측정했다.
대사체는 그날의 식사, 질병 상태, 약물 노출 여부 등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하는 생리 신호가 담겨 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개인당 반복 측정이 가능한 종적(longitudinal) 설계가 도입됐다. 데이터 분석은 동일한 장비·기관에서 표준화된 방식으로 수행돼 데이터 일관성과 신뢰도를 확보했다.
식약처 독성연구과 관계자는 "당뇨병 환자들의 혈액과 뇨를 분석한 결과 한 사람당 유전체 데이터만 70만개가 나왔다"며 "체중, 질환상태, 복용 의약품 등 관련 임상 정보를 토대로 약물과 부작용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통합 오믹스(Multi-Omics) 데이터"라며 "통합 오믹스는 유전체, 단백체, 대사체 등과 같은 여러 종류의 생체분자 정보로 다제약물과 인체의 상호작용과 메카니즘을 밝혀낼 수 있는 기초 데이터의 성격을 띤다"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1차 사업에서 수집된 통합 오믹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375억 원 규모 '5개년 AI 기반 독성예측평가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구 목표는 전국 규모의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해 약물 효과·부작용 예측을 위한 한국형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이다.
박상애 과장은 "유전체·단백체·대사체를 모두 활용하면 수십억 개 단위의 조합이 생성되기 때문에 AI 분석이 필수적"이라며 "1차 사업 결과 특정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사체·단백체 패턴이 발견되고 있으며, 한국인 데이터에서만 나타나는 유전체 특성도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이어 "다제복용 상황에서 특정 약물 조합이 어떤 대사 변화를 유발하고 어떤 부작용 위험을 높이는지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도 마련됐다"며 "이를 토대로 2차 사업에서는 AI를 토대로 약물 반응이 나타나는 바이오마커들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종적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예측 정밀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향후 7500명에서 4만명 이상으로 사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 과장은 "해외에서도 미국 NIH(All of Us), 영국 UK Biobank 등 자국민 오믹스 데이터 구축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인 고유의 유전적 특성과 대사 특성을 반영한 국내 플랫폼을 확보하면 신약 개발, 약물 재창출, 부작용 고위험군 선별, 라벨링 개선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3일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과 AI 기반 의약품 반응성 예측평가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에서 산·학·연·관·병 전문가 60여 명이 참여하는 '개인 맞춤형 독성평가 연구회(PTI)'도 출범한다.
PTI는 기존 연구에서 도출된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후속 5개년 사업의 설계 방향, 오믹스 확장 전략 등을 논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데이터는 특정 연구기관에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의료기관·학계·규제기관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으로 설계된다.
박 과장은 "데이터를 연구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의 신약개발과 병원의 치료 전략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적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바이오마커을 확인한 이후 후속 연구를 통해 약물 스위칭 등 신약 개발에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데이터를 학계와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향후 PTI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