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성은 교수

"혈전 등 합병증 빈번 …환자 상태에 맞는 맞춤 치료 필요"
"의료진, 자카비 현장 경험 풍부 …부작용 적어 장기 사용 가능"

진성적혈구증가증은 골수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적혈구가 생성되는 질환이다. 과잉 생산된 적혈구 양으로 혈액의 점도가 증가해 가려움이나 붉어짐 등 피부 증상, 두통 등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비장 비대로 인한 피로, 복부 불편감 등이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질환은 골수증식종양의 일종인 만성 희귀 혈액암으로, 이를 방치할 경우 혈전, 심혈관계 질환, 골수섬유화증, 급성골수성백혈병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아직 완치 요법은 없다. 

현재 1차 치료제로 쓰이는 히드록시우레아(HU)는 점막염 등 부작용과 내성·불내성 문제가 있어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JAK1/2 선택적 억제제 자카비(룩소리티닙)는 HU 내성 또는 불내성 PV 환자의 주요 치료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에서 유일하게 최고 권고 등급(Category 1)을 받은 치료제로,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와 유럽종양학회(ESMO)에서도 표준치료로 권고된다.

히트뉴스는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성은 교수를 만나 진성적혈구증가증의 진료 현황과 치료 접근성 개선 방향, 자카비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 들었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은 어떤 특징이 있는 질환인가요?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성은 교수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성은 교수

"진성적혈구증가증(Polycythemia vera)은 골수증식종양(Myeloproliferative neoplasm)에 속하는 질환입니다. 조혈모세포에서 유전적 변이가 발생하면서 혈액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로 인해 두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로 합병증입니다. 대표적으로 혈전 합병증이 가장 빈번합니다. 이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거나, 변이 세포들이 분비하는 물질들로 인한 다양한 증상이 동반돼 환자의 삶의 질을 낮춥니다.

다음으로는 질환의 진행 양상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입니다. 어떤 환자는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증상이나 질환의 진행이 잘 조절되는 반면, 어떤 환자는 다음 단계로 분류되는 '골수섬유화증'으로까지 빠르게 진행됩니다.

연구에 따라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환자의 약 20%에서 진성적혈구증가증 이후 골수섬유화증으로 진행하고, 일부는 골수이형성증후군이나 백혈병 단계로 질환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만큼 발병 시점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워 '발병 시점 미상'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증상들이 주로 동반되나요?

출처=자카비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 안내서 
출처=자카비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 안내서 

"가장 치명적인 증상은 주요 혈관에서 발생하는 혈전입니다. 혈전이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간경화 등 간 기능 악화, 뇌경색,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혈액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그 점도가 높아집니다. 그로 인해 혈관 내에 혈류가 느려지면서 미세혈관 혈전 또는 폐색이 유발되고, 두통, 어지럼증, 이명, 섬광, 손발 저림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변이 세포가 분비하는 물질로 인해 소양감이 생기는데, 가렵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개인에 따라 따갑거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혈류량 증가로 얼굴 홍조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골수증식종양의 특성상 진성적혈구증가증 역시 간이나 비장에서 세포 증식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조기 포만감이나 복부 통증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상을 특정할 수 없는 만큼 진단 시기가 늦어지기도 하나요?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의료진들에게 두통, 어지럼증, 소양감 등 증상이 있을 때 혈액검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안내와 교육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대한혈액학회 내 골수증식종양연구회는 질환 홍보와 안내를 비롯해 혈액질환에 대한 자료를 제작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 병원 1차 진료의가 환자를 최초로 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 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강의 등을 통해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 접근 방법을 안내하거나, 환자에게 질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자료를 만들어서 전달하기도 합니다."

 

어떤 치료 방법들을 고려할 수 있나요?

"진성적혈구증가증의 치료 목표는 증상을 조절하고 합병증 발생률을 낮추는 데 있습니다. 우선 항혈전제 사용을 기본으로, 흡연을 비롯해 혈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생활요인 개선을 권장합니다.

혈전과 출혈 같은 심혈관계 사건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헤마토크리트(HCT) 수치 조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위험군 환자에게는 정맥절개술 등 사혈요법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반면,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초기 치료 단계부터 세포 감소 치료를 실시합니다. 이 단계에 히드록시우레아(hydroxyurea)가 사용되며, 혈소판을 조절하는 아나그렐리드(Anagrelide)나 인터페론 계열 약제도 활용됩니다.

다만, 히드록시우레아는 이상반응으로 점막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에 심한 환자의 경우 입안 궤양뿐 아니라 말단부나 발목 주변 피부 괴사가 나타나며, 일반적 조치로 호전되지 않아 수술적 치료나 절단이 필요한 사례도 있습니다. 히드록시우레아 치료 환자 중 약 10~20% 정도에서 저항성이나 불내약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CT 수치가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환자, 부작용이 발생하는 불내약성 환자에게는 표적치료제인 '자카비(성분 룩소리티닙)'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카비는 히드록시우레아나 아나그렐리드가 주로 세포 감소나 혈소판 조절을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반면, JAK-STAT 경로를 직접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JAK-STAT 경로가 과활성화되면 염증 관련 물질이 증가하고 전신 증상이 나타납니다. 자카비는 이 경로를 억제해 혈구 과증식을 제어하고, 비장 비대 관련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자카비의 임상적 혜택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연구 결과가 있나요?

"허가 임상인 RESPONSE-1 연구에서 1차 유효성평가변수인 '32주차에 HCT 조절 및 비장 크기 ≥35% 감소를 동시에 달성한 환자 비율'이 자카비군 22.7%, 대조군 0.9%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비장 크기 35% 이상 감소' 달성률 또한 자카비군에서 40%로 대조군 1% 대비 매우 높았습니다.

또 다른 허가 임상인 RESPONSE-2 연구에서는 자카비의 임상적 혜택이 좀 더 부각됐습니다. HCT 조절률은 자카비군에서 62.2%로 대조군 18.7% 보다 높았으며, 정맥 절개술 횟수는 각 19회, 98회로 자카비군에서 훨씬 적었습니다. 완전혈액학적 반응(CHR)은 자카비군 23%에서 관찰되면서 대조군(5.3%) 대비 탁월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증상 점수(TSS)가 50% 이상 개선 환자 비율도 각 50%, 7.7%로 큰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최근 가장 주목할만한 임상으로 'MAJIC-PV' 연구를 꼽고 싶습니다. 히드록시우레아 불응 또는 불내성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진성적혈구증가증에서 무사건생존(EFS, 혈전·출혈·질환 진행·사망 없음)을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자카비 투여군에서 1년 내 완전 반응률은 43%로 나타났으며, 대조군 대비 지속 기간 역시 더 길었습니다. 특히, 이 연구는 자카비로 인한 분자학적 반응이 환자의 예후와 생존율을 개선하는 데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입증했다는 데 가치가 있습니다.

이에 더해 자카비군에서 JAK2V617F 변이 돌연변이 부담(allele burden)이 50% 이상 감소한 환자는 56%로, 비교군 25%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를 통해 해당 변이가 무진행생존(PFS), 무사건생존(EFS), 전체생존(OS)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카비의 임상적 가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자카비는 골수증식종양 분야에서 다년간 활용돼 현장 경험이 축적된 약물입니다. 비예측적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약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치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인 치료제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치료 시 감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간 수치 상승 등의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데, 약물 사용 전 B형 간염, 결핵 등 기본적인 스크리닝을 시행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응 방안이 명확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치료제입니다. 

특히 환자의 개인 특성에 따라 약제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증상성 환자나 비장 비대를 동반한 환자에게서 증상 완화와 비장 크기 감소 효과가 두드러지며, 이는 환자가 직접 개선 효과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자카비 치료 환자들은 종종 ‘생활 활동도’가 좋아졌다고 종종 표현합니다. 피로감이 줄어 일상 활동이 가능해지고, 소화가 편해지며, 비장 비대 때문에 느끼던 조기 포만감이 개선돼 식사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투여 시작 후 약 3개월 이내에 신속히 나타납니다."

 

현재 자카비는 비급여 약제로, 접근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국내 치료 환경은 약물이 허가된 후에도 급여 조건이 적용되지 않으면 접근성 문제가 발생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약제를 사용하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선택이 어렵고, 의사도 권유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즉, 과학적 근거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 문제도 해결돼야 안전하게 처방할 수 있습니다.

PV와 같은 질환은 삶의 질, 합병증 발생, 경제적 부담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질환 진행으로 뇌경색 발생 시 이를 치료하기 위한 부가 의료 서비스나 사회적 복귀에 따른 경제적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요소들은 단순한 평가 지표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PV 질환과 같은 복합적 특성을 가진 경우 급여 등재가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제도적, 정책적 과제는

무엇인가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약제가 필요합니다. 특히 1차 치료 실패시 2차 치료를 진행할 때 다양한 대안이 존재하는 것은 각각 특성이 다른 개별 환자들의 예후 개선을 위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도 2차 이상 치료 약제 선택 시, 이전에 사용하지 않은 약제를 우선 선택할 수 있도록 권장하며, 환자 경과를 보면서 저항성이나 불내약성이 발생한 경우에도 앞서 치료받지 않은 다른 약제로 전환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자카비는 히드록시우레아 1차 치료 실패 환자 중, 증상성 환자, 비장 비대 동반 환자, 또는 다른 2차 약제 사용이 제한되는 내과적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이런 치료옵션들의 접근성 문제가 해결돼야 환자를 위한 맞춤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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