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진의 PERI-SCOPE |
'특허만료 이전 계약' 손배소에 숨어있는 실체와 의미
리제네론이 삼천당제약과 함께 삼천당제약 자회사인 옵투스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손해배상 소송은 소송가액이 '4억원짜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송을 들여다보면 후발 제제를 방어하기 위한 오리지널사의 강력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소송 과정에서 나온 논쟁은 우리나라 바이오시밀러의 행보가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계약은 출시 전 포섭행위는 인정된다.
하지만 계약 행위가 특허나 전용실시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1심 재판부가 판시 내용을 요약해 언급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통상 원고 승소 여부 등을 알려준다. 물론 앞서 6년간 진행됐던 '인보사' 형사소송 정도는 아니지만 오리지널사가 납득할 수 있을만한 논리를 제시했다는 데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소송의 시작은 2024년 1월 삼천당제약이 자회사인 옵투스제약과 자사가 개발 중인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비젠프리'(SCD411)의 국내 공동판매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된다. 현재도 올라와 있는 옵투스제약의 보도자료 내용이다.
옵투스제약은 12월 26일 삼천당제약과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CD411'의 한국 시장에서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SCD411' 도입을 통해 옵투스제약은 한국 시장에서 국내 판매망을 확충하고, 삼천당제약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SCD411'는 황반변성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로, 고령화로 인해 황반변성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국내 의료기관에서 주요 안과 질환의 치료제로 부각되고 있다.
'SCD411'는 애플리버셉트 성분을 함유한 바이알 및 프리필드시린지 형태의 두 제품이며, 지난 11월 30일 삼천당제약은 두 제품 모두 국내허가 신청을 완료한 상태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2년 한국에서의 환반변성 환자수는 총 42만3491명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시장 규모는 약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국내허가 신청된 SCD411 제품 중 프리필드시린지 형태의 치료제는 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옵투스제약의 박은영 대표는 "옵투스제약은 황반변성 치료제를 필두로 안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안과의료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자리 매김 할 것"이라며
“이번 전략적 합의를 통해 한국 안과의료 시장의 선진화된 치료제 보급을 삼천당제약과 함께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본문 내용은 숫자 표기 외에는 바꾸지 않음.
오리지널사 리제네론과 바이엘은 즉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아일리아의 특허존속기간 안에 있는 2023년 12월 한국에서 바이오시밀러 계약을 맺은 것은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리제네론과 바이엘 측은 피고가 한국에서 계약 및 의사결정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급된 계약금과 마일스톤 내역, 공동사업 관련 내부 문서를 통해 명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소송 중에도 대리인들은 어떤 판매 약정이 있었는지, 그 약정이 특허 존속 중 체결된 것인지, 계약금과 마일스톤이 오갔는지를 꾸준히 물어봤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특허가 끝나기 전에 시밀러 납품 약속을 해버리면 그것도 침해' 라는 답을 한국 법원에서 받아내고자 한 것이었다. 실제 많은 회사들이 의약품 개발 전 후발 제제 판매권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에서 해당 주장은 향후 다른 회사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삼천당제약 등은 강하게 맞섰다. 삼천당제약이 체결한 계약은 모두 '특허 만료' 이후를 상정해 효력을 만든 것으로 현행 특허법 어디에도 사전 계약은 특허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옵투스제약이 삼천당제약 측에 지급한 계약금 4억원은 리제네론의 피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삼천당제약과 옵투스제약이 반대한 것은 사업 자료와 계약서를 어떻게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영업비밀을 일부러 내게 해서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으로도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제63민사부는 양 측의 주장에 서류 제출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삼천당제약 변호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재판과정에서 오리지널이 주장하는 것이 과연 이번 사건의 '핵심'이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 나와 있는 시점에서 굳이 둘 사이의 계약서를 받아야하겠냐는 뜻이다.
리제네론은 이같은 재판부의 주장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고 기각 이후에는 서울고등법원에 즉시항고까지 올렸다. 7월과 8월에 항고와 취하가 반복된 기록은 리제네론이 그만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판매과정을 위협적으로 보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그렇기에 방어를 위해 강한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었지 않겠냐는 것이다.
결국 본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문서제출 문제는 서울고등법원이 따로 구조가 만들어졌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 이후 통화에서 "원고 입장에서는 계약서를 확인한 뒤, 혹여 문제가 되는 문장이 있을 경우 해외 판매 가능성을 특허침해 논리로 주장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에 내부 자료의 경우 삼천당제약과 옵투스제약의 향후 출시계획은 물론 예상 매출 등의 자료가 있는 만큼 향후 시밀러 방어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해당 문서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아직 즉시항고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삼천당제약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실제 문서열람신청을 거부한 데 대한 즉시항고는 지난 6일 삼천당제약 측의 문서가 제출됐다. 사실상 1심 판결이 난 이상 이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소송이 남긴 두 가지
①기술만 보면 안된다 ②후발제제 견제는 끈질기다
판결 이후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에서 리제네론이 승리했을 경우 사실상 전세계적인 견제를 고려하지 않았겠냐는 추정이 나온다. 실제 삼천당제약은 소송 진행 중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판매 사전 계약을 이미 진행하거나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삼천당제약이 국내에서 자회사와 계약을 했다는 방식이 특허침해로 여겨질 경우 뒤이어 나오게 될, 다른 시밀러 제품도 같은 형태의 견제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다. 당장 자회사부터 계약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으면 나머지 회사들 입장에서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1심은 우리 제약업계에게는 사전계약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특허와 크게 문제가 없다는 선례와 함께 후발 제제를 막기 위한 글로벌 빅파마의 끈질긴 노력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소장 접수 후 답변서, 석명준비명령, 준비서면 왕복, 2025년 9월 변론종결,그리고 선고 당일까지 원고 이름으로 된 서면이 이어졌다.
물론 일반적인 소송 역시 수많은 문서와 증거가 오가지만 4억원짜리 소송에서 이 정도의 절차가 쌓인 것은 이번 소송이 단순히 돈이 아닌 '오리지널의 기준'을 만들려는 노력이 아니었겠냐는 분석이다.
이번 소송은 특허가 살아있는 동안의 판매계약을 특허침해로 끌어올리는 길을 막은 선례인 셈이다. 향후 비슷한 구조의 제휴나 공동판매 계약이 다시 문제되더라도 계약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하는지, 제품이 언제 실제로 생산되는지, 대금이 언제 정산되는지까지를 우리 업계 스스로가 '책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번 소송은 한국 업계에게 앞으로도 오리지널의 방어전은 단순히 기술적 쟁점이나 개별 특허의 무효가 아닌 상업화 과정과 계약 과정 등 다면적인 지점을 더욱 중요시해야 한다는 답을 남긴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