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경기회복 우선 확장 재정"...야 "중복·비효율 송곳 검증"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 예산 심사를 앞두고 인공지능(AI), 국민성장펀드 등 대규모 증액사업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권은 경기 진작 및 성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투자 우선순위로 R&D와 AI 대전환을 주장한 반면 야권은 첨단 분야 중복투자 여부를 민멸히 따져 대규모 삭감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150억 규모 국민성장펀드는 민간 매칭 투자 부진 등을 이유로 송곳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여 공방을 예고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3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2026년 예산안 토론회'를 열고 정부 예산안 주요 특징과 국회 예산심사 방향을 논의했다.
기획재정부 유병서 실장은 '회복과 성장을 위한 2026년 예산안'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올해 계속된 경기의 저성장 구조 속에서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반영했다"며 "장기적으로 AI 대전환, 인구위기, 지역소멸, 탄소중립 등 구조적 문제들도 정책적 대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유 실장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전년 대비 8.1% 늘어난 728조원으로 편성됐다. 초혁신 경제, AI 대전환을 중심으로 R&D(19.3%)와 산업 (14.7%) 부문 예산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문화(8.8%) 국방·복지(8.2%), SOC(7.9%)가 뒤를 이었다.
유 실장은 특히 "AI 투자를 올해 3.3조원에서 내년 10.1조원으로, R&D 예산을 36.4조원에서 44.3조원으로 증액하고, 신산업 성장을 위해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전략산업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라며 "모태펀드 출자 규모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대 최대 규모 확장 예산을 편성한 반면 4000여개 사업 감액을 통한 27조원 규모 지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발제 후 토론에서는 이같은 편성 취지에 대한 정당과 학계 평가가 엇갈렸다.
국회 예결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소연 간사는 "지난 정부 경제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소비자 심리지수가 급격히 하락하는 등 국민이 입은 고통이 말할 수 없이 컸다. 각국 정부가 AI를 비롯한 미래 대비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역대 최대 규모 R&D 예산 감액으로 국가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무너진 경제 기반을 재건하는 것이 내년 예산안 심사의 가장 큰 화두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이 전년 대비 54.7조원 증가한데다 역대 최대 수준인 27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81조원이 넘는 추가적 지출 편성이 이루어졌다"며 "확대 재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낭비적 예산 지출이 없도록 더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재정 건전성을 경계하면서 투자 비효율 문제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박형수 간사는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강조하지만 총 지출 대비 구조조정 비율은 3.7%로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보다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 투자사업으로 막대한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데,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 투자처와 기대효과를 철저히 따져 예산을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태펀드가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투자 매칭 비율이 2016년 80%대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60%대에 머물고 있다"며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본래 취지를 살리고 있는지 운용방식을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AI 등 첨단분야 투자 성과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립대학교 김우철 교수는 "AI 인프라와 인재 양성 투자에 전략이 부재하다"며 "국회가 개별 사업의 실효성을 엄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AI 사업도 성과관리를 해야 하는데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 주도 AI 인프라 구축사업 일환으로 5년에 걸쳐 GPU 5만장을 확보하고 있지만, 장기 구매는 기술 추세와 맞지 않는 과잉투자로, 1~2년 내 감가상각돼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모태펀드 사업 증액과 관련해서도 "성장펀드는 대부분 위험 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대부분 원금 회수도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펀드 자금이 꼭 필요한 분야에 제대로 투자되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